블록체인 Tip(3-2)
일반에게 흔히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암호 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등)가 거래되는 기반 기술로 이해된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나 가능성은 무한정에 가깝다. 거의 모든 형태의 기록 보관, 합의, 계약, 등록에 적용할 수 있다.
분산된 원장(ledger)의 속성상 장부를 수천 개의 컴퓨터가 공유하기 때문에 강력한 보안 체계가 유지되고, 모든 거래가 공개적으로 기록되므로 투명하다. 어떤 단일 기관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설사 문제가 생겨서 네트워크의 노드(Node) 중 하나가 다운되더라도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이점으로 인해 이제 금융결제를 비롯, 정책과 공공서비스, 에너지, 세무, 상거래, 각종 계약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거나,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블록체인의 쓰임새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만 살펴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스마트카드 결제=블록체인으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무접촉 결제카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선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무접촉 스마트카드를 사용하여 고객 신원 기록과 주요 세부사항을 파악, 전달하고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은 매일 수십억 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상인들에게 전통적인 카드 제공자가 제공하는 결제 서비스보다 더 저렴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공정거래 감시=영국의 신생기업 프로비넌스(Provenance)는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자재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당 기업은 최근에 참치를 윤리적으로 포획했는지 확인하고 노동 착취가 없는 어획을 장려하기 위해 어부가 전송한 휴대전화 텍스트 메시지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잡힌 참치를 추적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미국의 소매 기업 월마트도 공급망을 위해 블록체인을 실험하고 있으며 IBM과 함께 ‘농작물에서 돈육까지’ 제품을 추적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자금 추적=일부 국가에선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학생 대출과 국제 구호금 등의 자금을 추적하기도 한다. 즉 보조금이 골고루 지원되는지를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조금 사용처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한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경우 분산형 장부를 활용하여 통화가 하나의 독립체에서 다른 독립체로 전달될 때 이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대출받은 학생의 은행 계좌 흐름을 추적하기도 하고, 구호금을 받은 국가에서 구호 기관이 지출하는 자금까지 추적할 수도 있다.
▲온라인 투표=2014년 봄, 덴마크의 정당 자유연합(Liberal Alliance)은 주요 정당 최초로 내부 선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투표를 진행했다. 노르웨이, 미국, 스페인 역시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아직 각국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투표가 도입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보안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불변의 투명한 속성을 통해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마트 계약=블록체인 분산 원장을 사용하면 비즈니스 계약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다. 먼저 P2P 데이터베이스가 조직과 고객 사이의 모든 계약 조건을 수집한 다음, 분산된 노드 또는 서버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사용해 이런 조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지불을 승인한다.
예를 들어 보험업체는 농민을 대상으로 가뭄이 농산물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정책을 마련하고, 가뭄이 30일 동안 지속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계약 조건을 명시할 수 있다. 이러한 가뭄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없고 보험금도 자동으로 지급되므로 전체 과정의 능률이 향상된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을 사용해서 금융 기관 간에도 자동 지급을 실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또는 원장에 참여하는 각 조직은 즉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므로 조정, 확인, 거래 차단 분석을 수행할 필요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산과 결제 프로세스를 실현할 수 있다.
▲거래 수수료 없애=대부분의 지급 시스템은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에 의해 관리된다. 기업 간에 돈이 송금될 경우,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일반적으로 수수료가 부과된다.
대기업은 항상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누려왔다. 송금 수수료를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나,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자본력이 있고, 더 효과적인 지적 재산 보호 능력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시장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며 중소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준다.
▲환자 데이터 사전 공유=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 의료 기록(EHR)은 환자 데이터를 어느 정도 중앙화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EHR 플랫폼은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담긴 민감한 정보를 전문의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공급업체와 공유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때 안전하게 암호화되고 분산된 블록체인 원장을 사용하면 환자 정보 공유를 사전에 승인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블록체인 원장을 통해 환자 약물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을 실용화하기도 했다. 이 경우 스마트 계약을 위한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의료 IT 업체와 미국 정부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한 에너지 판매=미국에선 특정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발전소와의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를 통해 지붕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판매할 수 있다. 이 마이크로그리드에는 네트워크 제어 시스템, 컨버터, 리튬 이온 베터리 저장소와 스마트 전기 계측기가 포함된다. 그래서 정전이 되더라도 마이크로그리드 주민들은 예비 배터리로 전환해 계속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통적인 중앙 집중식 지역 발전소와는 달리, 독립적으로 가동되는 분산 에너지 발전 형식이다. 마을, 소도시 또는 기업은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자체 에너지원과 전기 저장 시스템(리튬 이온 또는 플로우 배터리 사용)을 개발해서 그 에너지를 배포하고 잉여 전기를 지역 발전소로 판매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는 웹 기반 장부 시스템으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저렴하면서 위조가 차단되는 에너지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 사용자가 잉여 전기를 발전소에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이점이 많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하기에 따라선, 그 활용처가 날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탈중앙집중체로서 분산된 정보 공유, 전체 노드의 공인과 검증 등으로 투명하고 정확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류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