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직전 ‘경도인지장애 가능성’ 판별, 기존 방법보다 정확, 비용·시간 대폭 절감
AI와 데이터 마이닝으로 치매 직전 단계인 경증의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판별해내는 기술이 개발되어, 장차 치매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강승완 서울대 교수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I사는 최근 AI기술을 접목해 뇌파를 분석하여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앞서 국가표준기술원은 치매 치료제를 연구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 1,300여명의 뇌파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강 교수와 I사는 데이터 가치를 고려하여 이전 비용을 지급하고, 추가로 매출액의 일부를 경상료로 지급하는 ‘데이터 거래’를 통해 국표원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그 후 이에 AI를 접목하여 경증 치매를 감별해내는 솔루션을 개발해낸 것이다.
AI가 뇌파 측정…2~3만원으로 10분 만에 검사 완료
이 제품은 AI가 뇌파를 측정하여 건강한 사람의 뇌파 데이터와 비교·분석함으로써 치매 위험성을 조기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진단 결과 치매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의 안내에 따라 식이요법, 약물 처방 등을 병행하게 된다.
기존에는 치매 前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MRI 검사나 MoCA 테스트를 해야 했으나, 비용이 수십만원 수준이고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예방 차원에서의 검사는 쉽지 않았다. MoCA는 시험지처럼 문제를 풀어 결과 점수로 치매 예측을 하는 것으로, 문제가 동일해서 반복해 계속할 경우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AI가 뇌파를 측정해 치매 전 단계인지 여부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과 2~3만원의 비용으로 10분 만에 검사가 완료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고 정확하게 치매 위험성을 진단 받고, 이를 통해 치매 발병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의 MoCA 테스트는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81% 수준까지 예측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91% 수준까지 알아맞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킨슨, ADHD, 우울증 등 다른 뇌질환으로 확장’
뇌파를 측정하여 치매 등 뇌 질환을 진단하는 방식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국내외 의료업계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의 뇌파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정확한 분석과 판별이 쉽지않아 적절한 솔루션이 개발되지 못했다. 이번에 국표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접목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식약처 임상을 통과한 후 의료기기에의 적용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뇌파를 활용하여 치매 뿐만 아니라 파킨슨, ADHD, 우울증, 각종 중독 등 다른 뇌질환에 대한 진단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에 성공하기까진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2006년부터 축적해 온 ‘참조표준’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실상의 ‘빅데이터’ 역할을 함으로써 강 교수 등이 표준화된 데이터로 활용하고, AI를 접목해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참조표준’은 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하여 국가가 공인해 주는 표준데이터다. 빅데이터 구축의 원재료가 되는 셈이다. 이는 36개의 데이터센터에서 물리, 재료, 보건·의료,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 대해 총 100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데이터 거래’ 활성화도 개발에 큰 도움
축적된 데이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상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정 계약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는 등 향후 ‘데이터 거래의 모델’로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참조표준으로 축적한 플라즈마 물성, 뇌MR 영상, 기상·천문학 등의 데이터는 연구기관 및 스타트업에 이전되어 다양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치매 전 단계 판별 기술은 데이터·AI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데이터 거래’의 선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 거래’는 데이터·AI를 민간이 이전 비용과 매출액의 일부를 부담하고 인수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그간 표준 데이터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왔고, 데이터·AI를 활용하여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모델이 더욱 많이 출현하도록 산업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