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재등 신규사업에 승부수

두산그룹이 다시 그룹의 주력업종을 바꾸고 있다. 전자 소재와 신성장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두타면세점 포기를 발표한 두산그룹은 "전자소재 등 기존 자체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4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나 3945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밥캣처럼 이익을 내는 핵심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구성하면서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않은 업종은 포기하고 남아도는 여력을 신성장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이 집중하려는 신성장 사업은 연료전지와 2차전지용 전지박 사업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두산의 양대 신사업인 발전용 연료전지(두산퓨얼셀)와 2차전지용 전지박(두산솔루스) 사업을 분할하며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분할로 신설되는 두산푸어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전담한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고효율 발전기다.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 주력하는 두산퓨얼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저온인산형 타입의 연료전지(PAFC)를 생산한다. 인산형 연료전지는 인산염 전해질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로 1970년대 처음으로 민간에서 개발된 연료전지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세계 최대 부생수소(화학공정 부산물로 발생한 수소) 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시장진입 3년 만인 작년에 이미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두산퓨얼셀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이 204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을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 경제의 핵심으로 키울 방침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정부 정책의 수혜산업으로 꼽힌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40년까지 연평균 6조7000억 원의 연료전지 신규설비 도입이 예상되고 있어 두산퓨얼셀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한편 두산솔루스는 전지박, OLED 등 전자 소재와 화장품, 의약품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 소재 사업이 주력이다. 전지박 수요는 2025년까지 연평균 40%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 부품이다. 두산솔루스는 2020년 하반기 전지박 공장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첫 생산설비라는 점에서 유럽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 8월 헝가리공장 착공에 들어가 연간 5만t의 전지박 생산(전기차 220만 대에 공급 가능) 규모로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은 결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7년 두산중공업의 원전 공장 가동률은 100%였지만 올해 50%대로 꼬꾸라졌다.

면세점사업 포기도 같은 이유다. 구조조정과 재무개선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두산의 재무건전성 강화작업은 그동안 계속돼왔다. 지난 2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존 대출 중 2000억원가량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두산밥캣은 지난 14일 차입금 1억달러를 조기 상환해 2014년 조달한 17억달러의 차입금을 현재 11억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사실 두산그룹에서 두타면세점은 성장이 더딘 사업으로 꼽혀왔다. 지난 2016년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영업 첫해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4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음 해인 2017년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악재가 덮치면서 적자를 이어갔다.

과거 두산은 면세점사업을 시작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것이라고 했었다. 결국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2015년 차세대 성장동력을 내세우며 따낸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장조카인 박정원 현 두산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반납하게 된 셈이다. 박정원 회장은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박용만 전 회장에 이어 두산그룹 수장에 올랐다.

한화와 두산, 두 대기업이 손을 털고 나갔지만 사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현재 최대 호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 철수 당시부터 두타, 동화 등의 중소면세점은 추가 철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손꼽혀왔다. 중소면세점의 어려움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급감했던 중국 단체관광객 규모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매출의 80% 이상이 롯데·신라·신세계 등 3개 대기업 면세점이 가져가는 쏠림현상도 중소면세점의 입지를 극도로 좁히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한 가운데 보따리상들은 교통입지가 좋고 상품이 다양한 대형 면세점 '빅3'로만 몰리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면세점 문을 연 이후 지난 3년간 6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상반기 동안 매출 증가율은 1%에 불과하다. 철수하는 업체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 특허권 반납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한화그룹도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갤러리아면세점 영업을 종료했다.

두타면세점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 종료일을 결정하며 그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두산은 현재 면세점 매장을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과 면세점 매장 임차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측은 두산이 먼저 매장 임대를 제안해왔으며 현재 이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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