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
한국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이 국내 1위 렌털업체 웅진코웨이를 품는다. 웅진코웨이 대주주인 웅진씽크빅은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로 선정했다. 넷마블 역시 같은 날 웅진코웨이 지분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공시했다. 지난 10일 웅진코웨이 본입찰이 마감된 지 4일 만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난 만큼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가와 세부조건을 조율한다.
넷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웅진그룹이 코웨이(지분 22.17%)를 되사들였던 액수(1조6832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수금 전액은 외부 조달 없이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한다. 양사는 인수 협상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치러진 본입찰에는 넷마블과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넷마블은 본입찰 전까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 가전회사 하이얼이 예비실사 초반에 인수 의사를 접고, SK네트웍스가 본입찰 불참을 선언하는 등 유력 인수 후보들이 발을 뺀 가운데 본입찰에 ‘깜짝 등장’했다. 예비실사 없이 경영자 프레젠테이션(PT)만 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끝에 웅진코웨이 인수 기회를 잡았다.
넷마블은 이와관련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컨퍼런스콜에서 "게임 산업 한계나 성장 불확실성 때문은 아니며 자체적인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며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구독경제는 매달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렌털 서비스의 진화된 개념이다. 국내에선 구독경제가 발아기인 만큼 웅진코웨이를 거점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게 넷마블의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렌털 계정은 국내에서만 600만 개, 해외를 합치면 700만 개에 달한다. 국내외 2만여 명에 달하는 방문판매 조직(코디)도 거느리고 있다.
넷마블은 아직 인수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사업 전개 방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넷마블의 IT 기술을 웅진코웨이의 구독경제 모델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5300억달러(6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조사자료를 내놨다. 국내에서 개인 및 가정용 렌털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10.7조원(5개년 연평균성장률 16%)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넷마블은 주력사업인 게임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넷마블은 2017년 사상 최대 성적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감소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2조21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2417억원에 그쳤다. 넷마블이 올초 매물로 나온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것 역시 독보적인 국내 1위 게임업체로 발돋움해 실적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김정주 넥슨 대표가 매각을 철회하면서 눈을 웅진코웨이로 돌렸다. 넷마블 측은 웅진코웨이 인수와는 별도로 게임 쪽 투자도 기회가 있다면 진행할 방침이다.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웅진그룹도 역시 재무상황 안정화를 위해 신속한 매각이 이뤄져야 했다. 웅진코웨이 인수금을 조달하고자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썼고, 5000억원 전환사채(CB)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인수금융으로 끌어온 1조1000억원 중 1000억원은 변제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으로 나머지 인수자금 1조5000억원을 상환한다. 상환 후에는 약 3000억원 현금을 확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