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0 반응 좋아 반등 기미...중저가 시장도 공략해야
중국의 '스마트폰 굴기' 의지가 무섭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양자 대결 구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애플을 제친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안방인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물량과 자본, 정부의 조직적 지원으로 화웨이의 시장 점유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0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1.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1%대 점유율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2016년 4.9%, 2017년 2.1%에서 지난해 1분기 1.3%로 내려앉았고 이후 2분기 0.8%, 3분기 0.7%, 4분기 0.7%를 기록했다.
소폭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가 중국 내 점유율 반등에 성공한 것은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10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10 시리즈는 주요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시장 규모를 보면 미미한 수치지만 5년 연속 하락세를 겪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반등의 기틀을 다진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삼성 반등 조짐도 S10 출시에 따른 반짝 상승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쑤닝은 갤럭시S10 사전예약 시작 직후 10분간 판매량이 갤럭시S9 시리즈보다 365% 많았고, 사전예약 2시간 동안 판매량은 갤럭시S9의 이틀간 판매량 수준인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고민이다.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2.5%에서 올 1분기 무려 33.7%로 급증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점유율 격차가 4% 포인트로 전년 동기 8% 포인트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7200만대를 생산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출하량이 8% 감소했지만, 화웨이는 3930만대에서 5910만대로 50.4%나 늘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21%, 화웨이 17%, 애플 12% 순서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쇼빗 스라바스타바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화웨이는 주요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실적이 미진했는데도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화웨이의 성장을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남달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며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무섭게 2016년 4.9%, 2017년 2.1%라는 점유율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결국 2018년에는 점유율 1%선마저 무너지며 점유율 순위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굴욕적인 상황이다. 2018년 중국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5.8%), 오포(20.3%), 비보(19.5%), 샤오미(12.1%), 애플(8.2%) 순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함께 2017년부터 사드 보복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심지어 2018년 10월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중국 베이징 중심부에서 광고판이 계약기간이 5년 이상 남아있음에도 철거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당시 현장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광고가 크게 걸려 있었으나 현재 그늘 가림막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4분의 1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와도 같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차 같은 경우 일본시장에서 매출이 없었지만, 한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을 위해 일본 법인을 유지한 사례가 있었다. 현대차는 일본시장에서 일종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일본 매장을 유지해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도 앞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 붙기 때문에 매출과 상관없이 그들을 알기 위해서라도 중국시장에서 계속 경쟁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같은 신제품이 중국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더 높은 완성도와 혁신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중국 스마트폰이 가성비뿐 아니라 혁신성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새로운 과제는 확실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단 시장은 중저가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분화되고 있다. 어차피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이 힘들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 좀 더 실용적인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심어줄 수 있는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삼성이 스마트폰 최강자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저가 시장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4000위안 아래인 중저가 시장에서 삼성은 순위권에 들지 못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화웨이, 아너(Honor), 비보(vivo), 오포(OPPO) 등 중국 브랜드들이 값싼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럼에도 삼성에게는 중가 브랜드인 갤럭시A 시리즈가 있다.
최근 5년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1000위안(약 17만 원) 이상 중가 가격대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1000~1999위안 사이 가격대의 핸드폰 출하량은 2014년 28%에서 지난해 43%로 늘었고, 2000~2999위안 가격대 출하량은 12%에서 19%로 증가했다. 2000~3999위안 가격대도 3%에서 10%로 늘었다.
리서치 업체들의 조사 결과 아이폰의 교체주기는 36개월, 안드로이드폰은 약 30개월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저가 볼륨이 확대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장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국에서 2년 동안 힘들었는데, 조직과 사람, 유통채널 모든 걸 다 바꿨다”며 “조심스럽지만 갤럭시S10의 중국 반응이 굉장히 좋다. 플래그십 뿐 아니라 중가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 역시 중국 반응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올 2분기에는 중저가폰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의 선전이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오는 10일 중국에서 출시하는 갤럭시A60는 지난달 26일과 30일 1·2차 온라인 사전예약에서 매진되기도 했다.
스마트폰에 사실상 올인을 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조직적인 판매망, 자국상품에 대한 신뢰 등으로 무장한 중국 시장과의 경쟁이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글로벌 1등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한국과 중국의 국가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면 2050년까지 기술 혁신과 첨단 기업 육성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의 국가전략 중 하나인 '중국 제조 2025'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획기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으면 거대한 중국시장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기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