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세탁기·태양광전지 이어 반도체·자동차부품으로 확대시 수출·일자리 막대한 손실 우려

▲ 한국경제연구원이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룸에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를 열었다./사진=유현숙 기자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최근 미국의 세이프가드, 철강 관세폭탄 등 강도 높은 통상압박으로 관련 산업계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가 반도체와 자동차부품으로 이어지면 향후 5년간 최대 122억 달러의 수출손실과 7만 4,000만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룸에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종훈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최남석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통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전 세계 수입 규모 1위인 미국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며, “미국발 전방위적 통상압박이 중국과 EU의 보복을 불러와 보호무역주의 태풍으로 발전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상황이 엄중한 만큼 ‘토탈 사커’처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 그리고 민간 기업을 망라한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고, 외교 안보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한국측 수석대표로 한미 FTA 협상을 이끌어낸 김종훈 전 국회의원은 기조연설에서 “최근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기존의 무역질서에서 통하던 논리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트럼프 통상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요즘 미국이 재미를 보고 있는 농산물에 관세를 매겨 맞대응을 하는 식은 상수는 아닌 것 같다”며, “결국엔 단호하게 대처하되 냉정하고 정연한 논리로 설득해서 순화시키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미통상전략과 관련해 '미국발 통상위기, 전망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두 가지가 발제됐다.

먼저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과 대응방향’에 대한 발제를 맡아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통상정책’ ▲일방적 국내 통상법 적극적 발동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에 대한 무역제재 등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무역보복 조치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이유에 대해, 우리 기업이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을 미국에 들여오는 핵심적 우회수출 통로라는 인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외에도, 철강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아울러 대미 통상 인식의 근본적 전환 필요성, 통상 분야에서 한미 상호 신뢰기반 확대 노력, 대미 통상채널의 다원화 및 전방위적인 통상외교 강화 긴요, WTO 등 다자통상 기제 적극 활용 등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최남석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 통상압력 조치, 전망과 파급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철강산업은 현실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관세 25%가 적용되면 5년 간 최소 24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타 품목에 비해 가장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 내 국내생산업체와의 가격 경쟁력 및 수입철강소비업체의 구매력이 감소해 한국의 대미수출시장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동차부품산업에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수출손실액은 3년간 19억 7,000만 달러로 전망됐다. 세탁기도 3년간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수출손실액이 4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미 수입규제가 결정된 철강·세탁기·태양광전지 부문의 수입규제에 따른 대미수출손실액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최대 98억 7,000만 달러로 추산되며, 약 5만 4,7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 [표]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따른 수출손실의 경제적 효과./자료=한국경제연구원

향후 철강·세탁기·태양광전지·자동차부품·반도체 등 5개 품목이 모두 수입규제를 받게 되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출손실은 최소 68억 달러에서 최대 1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남석 교수는 “철강산업의 수출손실이 가장 클 것이므로, 철강 수입규제가 장기화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미 통상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각 분야의 파급영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국시장의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유현숙 기자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 및 질의 시간에서는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센터장,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센터장은 “한국 철강산업이 계속 공격받는 이유는 중국과의 수입·수출 구조 때문”이라며, “이 구조를 깨지 못하면 수입이 제로로 가지 않는 이상은 계속 공격받을 것이기 때문에 업계 차원에서 좀 더 밀착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전략은 11월에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자신의 제조업 기반의 지지층, 백인 중산층의 결집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연구원은 “한 발 더 나아가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측이 우위를 점하고 싶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핵심타깃이 최종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자체가 불합리한 1980년대 보호주의에 기초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합리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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