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운영 효과로 작년보다 분산 개최…‘슈퍼 주총데이’ 점차 사라지나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는 21일 오후 5시 기준 960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올해도 문제로 떠올랐다.

2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의 주총분산 자율준수프로그램에 집계된 주주총회 현황을 살펴보면 3월 중 주총을 여는 상장사 960곳 중 49.3%에 이르는 473개사의 주총이 3월 마지막 주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일(금), 22일(목), 23일(금), 28일(수)에는 100곳 이상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린 날은 3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28일로 3월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 960곳 중 21.3%인 204개사 주주총회를 신청했다.

주총이 가장 많이 몰린 28일에는 SK하이닉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한화투자증권, LIG넥스원, LS 등이 주주총회를 신청했다.

주주총회가 몰리게 되면 여러 상장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참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게 된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일부러 주주총회가 많은 날을 골라 주주들의 참여를 줄이고 주총 자체를 형식적으로 만드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상장사, 유관기관과 함께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을 높이고 상장사가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 및 반영하는 주주총회가 열릴 수 있도록 상장회사 주주총회 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의를 거듭해왔다.

태스크포스는 우선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주관하는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운영해 상장기업들이 일자별로 주주총회 개최 기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일 날짜에 주총을 개최하는 회사 수가 일정 수를 넘어가면 확정시 자율적으로 분산되도록 했다.

아울러 주주총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23일(금), 29일(목), 30일(금)을 미리 고지하고 해당일을 피해 주총 개최일을 선정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몰림 현상을 막기 위해 주총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장사 중 집중 예상일을 피해 주주총회를 개최한 회사에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공시우수법인 평가 가점 ▲지배구조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예외사유 고려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수수료 감경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알렸다.

이와 함께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면 거래소에 사유를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보다는 몰림 현상이 덜하다는 점이다. 많은 상장사들이 이러한 정부 정책에 호응해 실제로 집중 예상일 3일 중 29일(목)은 22곳, 30일(금)은 62곳이 주주총회 개최를 신청하는 데 그쳐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집중 예상일을 피해 신청한 날이 겹치면서 예상일보다 하루 앞선 28일(수)에 가장 많은 주주총회가 몰리게 되는 현상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3월까지 주주총회를 열어야만 하는 데에 기인한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경우 3월 말까지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지원 태스크포스는 중장기 과제로 4월 주총 개최를 위한 제도 개선과 상장회사 표준정관 개정을 통한 정관 개정 유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9년 주총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정기주주총회 기준일을 결산기말(12월 말)로 일률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을 회사 자율로 정하도록 개정하고, 주주총회 소집 기한을 결산기말로부터 3개월 이내로 제한한 것을 폐지할 방침이다. 또 이익배당기준일도 영업년도 말일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을 회사가 영업년도 말일부터 배당일 전일 중 하루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태스크포스가 형식적인 주주총회 근절과 더불어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률이 중요해진 까닭에는 최근 폐지된 섀도 보팅 제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부터 섀도 보팅 제도가 폐지된 만큼 그간 섀도 보팅 제도로 손쉽게 의결정족수를 채웠던 상장사들이 주주총회가 몰리면 더욱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섀도 보팅 제도는 주주총회 정족수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된 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 불참하는 주주 의결권을 대신 행사한다. 이렇게 행사한 의결권은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투표 비율과 똑같이 반영된다.

하지만 섀도 보팅 제도가 대주주에게 유리한 안건을 통과시킬 때 남용되거나 주주총회를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시키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섀도 보팅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고, 지난해 말까지 유예기간 둔 것을 끝으로 올해부터 전면 폐지됐다.

태스크포스는 단기투자 성향이 짙은 소액주주들 중 대다수가 주주총회에 무관심한 측면이 있음에 주목하고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증권회사를 통한 주주총회 일정 및 참여방법 안내를 강화한다. 특히 소액주주 비율이 전체 75%를 초과하는 등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회사의 경우 증권회사가 유선 등의 채널을 통해 주총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전자투표시스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전자투표를 도입한 상장사는 1,236개사로 전체 2,046개사의 60% 정도다. 2010년부터 꾸준히 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 계약을 맺는 상장사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자투표 이용률은 2.18%에 불과하다.

저조한 이용률을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는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해 스마트폰·태블릿을 통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은행용 공인인증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주주총회에 참여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완전히 개선되진 않았지만 하루에만 924개사가 주총을 개최했던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분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SK와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정책에 대기업들도 발을 맞추고 있다.

태스크포스의 중장기적 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내년부터는 ‘슈퍼 주총데이’ 같은 특정일 집중 현상이 더욱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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