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발언을 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애플경제=이상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 50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 13일,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삼성에 몸담아 온 지난 32년 연구원으로 또 경영의 일선에서 우리 반도체가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를 떠나면서 저의 이런 자부심과 보람을 임직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저의 충정을 깊이 헤아려 주시고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권 부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히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만큼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현재까지 미래 먹거리를 찾는 성장전략이 멈춘 상태다. 권 부회장 사퇴로 인해 내부 혁신을 시작한다는 전망도 예측되고 있다.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다면 삼성그룹이 2009년 초 사장단 인사에서 만 60세 이상을 교체대상으로 했던 것과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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