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는 인공지능 스피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최신 IT기술을 도입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오히려 대단히 멍청하고, 부조리하며, 그래서 재밌다.
seebotschat이란 이름의 스트리머가 공개한 이 영상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두 대를 서로 맞붙여 인공지능끼리 대화를 이어나가게 만들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는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등장인물을 연상시키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란 이름이 주어졌으며, 대화시간은 약 140시간에 달한다.
논쟁 주제는 다양하다. 우주에 대한 선문답부터 시작해 자아에 대한 탐구를 논하는가하면, 서로의 취미나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정상적인 대화가 있는가 하면 대화가 겉돌아 선문답이 되거나, 대화가 반복돼 루프에 빠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편, 유저들은 사흘 만에 누적시청자 300만명 이상을 기록한 두 인공지능의 대화 텍스트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캡쳐해 화제거리로 삼으며 이 바보같고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고유진 기자
broodcro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