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 “KT 과도한 트래픽 발생 주장은 허무맹랑”
악화된 시장 환경 속, 삼성 통해 콘텐츠 사업 활로 모색
KT가 지난 15일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속 차단을 해제하면서, 삼성전자와 KT의 신경전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KT가 주장했던 스마트TV 차단 근거가 억지에 가까워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TV와 맞서는 KT와 달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KT, IPTV시장 잠식 우려⋯
전자업계는 잇따른 스마트TV 출시에 KT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IPTV 산업 잠식을 우려해 스마트TV 차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KT가 삼성전자를 원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콘텐츠 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가 삼성전자와의 협상을 통해 지금까지 확보한 콘텐츠를 삼성전자 스마트TV를 통해 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전 세계에 스마트TV를 공급하고 있어 KT가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게 된다면 KT의 콘텐츠 판매를 글로벌 시장의 영역까지 확장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KT측은 “사실 무근이다”라며 반박했다.
앞서 표현명 KT 사장은 이번 스마트TV 접속 차단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과 동반성장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KT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인터넷 서비스 차단을 강행 한 데에는 방통위가 사업 정지 등 극단적인 제재카드를 쉽게 꺼내들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됐다.
방통위는 “사실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다”면서 “사업정지나 면허취소 등으로 더 큰 이용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사실상 꺼내들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접속 차단 조치 철회를 명령했어도 KT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했다”며 “방통위의 이런 솜방망이 조치를 KT는 알고 있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스마트TV 트레픽 문제도⋯
앞서 지난 10일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머지않아 통신망 블랙아웃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에게 함께 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KT는 스마트폰TV의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끊었다.
삼성전자는 “제조업체의 망부담금 문제는 개별협상이 아닌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관련 업게 논의에서 먼저 결정돼야 할 문제 ”라며 반발, KT에게 일방적인 인터넷 접속 차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가 망부담금을 내는 것을 전제로 별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해 둘 사이의 간극은 멀어져갔고 심지어, 삼성전자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공방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KT와 삼성전자의 갈등에 스마트TV 사용자의 피해가 증가, 여론의 압박이 심해지자 삼성전자는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하고 KT는 일단 망 접속을 재개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우리의 지속적인 요구에 삼성전자가 협상에 응했다”며 “아직 협상에 대한 내용과 시기 등 구체적인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는 SK·LG, 왜?
한편, KT와 같이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SK텔레콤과 LG 유플러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통신업체들이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다며 통신사가 이와 관련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이번 다툼에 나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IPTV 서비스가 KT보다 약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어가며 무리수를 두기엔 위험부담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N스크린 서비스를 향후 TV포털로 키우는 등 SK 텔레콤의 ‘전략 플랫폼’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호피폰’을 출시하는가 하면 향후 TV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하는 등 현재 KT 입장과는 다른 상황이다.
LG유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유플러스는 LTE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말 수급능력’을 삼성전자와의 ‘전쟁’으로 더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LG유플러스는 LG전자와 같은 계열사로 LG전자가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스마트TV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사실 LG유플러스는 IPTV서비스 보호도 좋지만 LG전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