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이건희 형제의 상속재산 싸움 접입 가경
이재현 회장 자녀 경영승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삼성가 2세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상속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CJ그룹 오너일가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세(이경후·28-이선호·23)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 차원의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
일단 누나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과 남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 대표(전 CJ제일제당 상무)와의 관계 정립을 끝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CJ그룹 내에서 영화·방송·음반 등 미디어분야를 총괄해 온 이미경 부회장의 영향력이 축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행보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또 지난해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려왔던 하대중 CJ E&M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그 자리에 이 회장의 측근인 김성수 부회장이 사장으로 발탁된 점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도 2~3 년 전 이미 CJ 그룹에서 퇴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극장 사업을 하는 CJ CGV의 광고대행업을 하는 재산커뮤니케션즈과 자회사 CJ무터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재산과 CJ무터가 CJ그룹 관계사로 묶인 것은 이 대표와 이 회장이 형제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지분관계는 얽혀있지 않다. 재산의 경우 이 대표가 100%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CJ무터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다.
이렇게 형제간에 갈등이 사라지면서 이 회장의 자녀들이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는 CJ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쌓아 왔다. 최근 계열사 CJ 에듀케이션즈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자금출처 의혹
이 회장은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42. 33%를 보유함으로써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밖에도 그룹 내 소 지주회사격인 CJ오쇼핑, CJ인터넷, CJ프레시웨이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현회장→CJ→소규모 지주회사→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이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에 쟁점에 있다.
CJ그룹의 지배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와 장녀 이경후씨가 지난 2006년 CJ미디어 지분에 참여하면서 각각 2.42%와 1.32%의 지분을 소유하는 등 경영승계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이경후씨는 지주회사인 CJ의 0.98%(3만7485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에 이어 2대 개인주주다.
문제는 이선호씨와 이경후씨의 주식매입 자금 출처다. 당시 학생 신분이던 두 사람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가 하는 의혹이다.
2006년 당시 열일곱 살로 고등학생이었던 이선호씨는 비상장 계열사인 CJ미디어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238억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CJ엔터테인먼트가 실권한 지분 9.65%(1114만1965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인 CJ(58.06%), CJ엔터테인먼트(21.14%)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총 금액은 74억3647만원이다. 주당 가격은 6512원. 이때 이경후씨도 CJ미디어 지분율을 3.24%에서 3.83%로 늘렸다.
CJ는 당시 주식인수 자금과 CJ엔터테인먼트가 실권 처리한 석연치 않은 문제로 여론에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CJ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상속ㆍ증여법상 적정한 가격에 이뤄졌다”며 “더구나 CJ미디어는 아직 매출 규모가 500억원이다. 순이익은 소폭 흑자를 기록하는 수준이다. 벌써부터 경영권 승계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CJ파워캐스트 지분 매입
이 회장은 2009년에도 비상장 계열사인 방송송출업체인 ‘CJ파워캐스트’의 지분을 자녀에게 매각, 2세들의 주식 매입 수입원에 대해 자급출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회장은 72억원을 투자해 2009년 8월과 9월에 걸쳐 총 40만주(지분 40%, 주당 1만8000원)를 매입했다. 그리고 불과 1년 3개월 후인 2010년 12월에 이선호 씨에게 24만주, 이경후씨에게 12만주를 넘겼다. 또한 동생인 이재환 대표의 딸인 조카 소혜(23)씨에게 4만주를 넘겼다. 거래는 증여가 아닌 일반거래를 통해 이루어졌다. 1주당 가격은 3만 962원이다. 총 금액은 123억 8480만원. 단지 상속 등에 따른 자금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비상장 계열사인 C&I레저산업도 같은 맥락이다. 2006년 부동산 개발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이재현 회장(42.11%), 이선호(37.89%), 이경후(20%) 순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재계분석전문기관 <재계3.0>의 최명철 소장은 “CJ미디어와 CJ파워캐스트는 비상장계열사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에게 주가가 낮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대량 매입한 뒤, 그 회사를 키우고 상장시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게 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렛대로 삼을 의도가 충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CJ는 분할, 합병이 많았다. 이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씨가 대주주로 있는 CJ미디어를 중심으로 미디어 관련 비상장 계열사를 키워 경영권 승계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