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사, 지난 12일 종로경찰서에 고발접수 완료했다고 밝혀

[애플경제=장가람 기자] 지난달 24일 K카드 회원인 A씨는 K카드 회사로 전화를 걸어, 무차별 욕설을 퍼부었다. 민원이나 요구사항도 없이 뜬금없었다.

A씨의 전화내용에 대해 묻자 K카드 관계자는 차마 입으로 전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했다. 온갖 성희롱적인 발언과 욕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날 하루 A씨는 9차례에 걸쳐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3시간넘도록 A씨의 전화를 받은 9명의 상담사 중 일부는 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상담사들도 심리치료를 받으며 정신적인 충격을 달래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K카드는 회사 차원에 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콜센터상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욕설이나 성희롱 사례는 매년 꾸준히 증가추세다. 올해 7~9월 사이에 알려진 것만 해도 41건에 달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텔레마케터(전화통신판매원)이 국내 730개 직업 종사자 중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순위권으로 조사됐다. 2만 5,550명을 대상으로 감정 노동 강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 텔레마케터 직군은 최고 15점 기준으로 12.51의 점수를 받았다.

텔레마케터 뿐 아니다.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직군의 노동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손님은 왕이다'를 내세운 고객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면서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고객과 회사의 요구대로 감정을 유지해야 하므로 많은 감정노동자들은 속으로 우울감을 감추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직무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 없는 언어폭력을 당하며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지만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는 셈이다. 현재 한국의 감정노동자는 약 5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참고하자면 국내 임금근로자 수는 약 1800만 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열 명 중 세 명은 감정 노동자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들을 보호해줄 행정정책은 아직 미비하다. 유럽에서는 현재 직장에서 노동자가 직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이를 차별로 간주하고 법적인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강제성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피해사례가 늘자 금융권과 국회가 나서 법안을 발의했다. 전 업종에 적용되진 않지만 최소한 금융권에서 만이라도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올해 재정을 목표로 삼은 이 법안 당국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인식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가 돈을 냈으니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생각은 사회를 병들게 한하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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