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VS 경기부양 전망

[애플경제=이윤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현 2%에서 0.25% 낮춘 연 1.75%로 인하했다.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 금리 1%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지속적인 경기 부진과 성장 잠재력 저하 우려로 인해 금리를 낮추기로했다"고 밝히며 "올해 들어 경제 지표들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경기 침체 우려에 앞서 가급적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를 보면, 미국에서는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로지역에서도 완만하나마 개선 움직임이 나타났으나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는 둔화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준 금리 현황을 보면 최근 태국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올 초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첫 양적완화를 발표하자 스위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까지 내렸으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잇따라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또 중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깜짝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면서 7.50%로 결정했다.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석유제품 등의 단가하락 등에 기인하여 감소하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었으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뚜렷이 회복되지 못하였다.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수가 50세 이상 연령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나 당초에 전망한 성장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 지속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2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격의 하락폭이 확대되고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전월의 0.8%에서 0.5%로 낮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전월의 2.4%에서 2.3%로 소폭 하락하였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저유가의 영향 등으로 당초 전망보다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가격의 오름세는 소폭 확대되었으며 전세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으로 상승하였다가 최근 주요국 주가하락 등에 영향받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미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에 따른 동조현상 등으로 상승하였으며 원/엔 환율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했다. 장기시장금리는 상승 후 하락하였다.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편,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다양한 평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VS 경기부양 우선

꾸준히 금리를 동결해오던 한은의 이번 인하 조치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13일 금리 1%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문 대표는 "금리 안하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말하며 "자칫 가계부채를 늘리거나 부동산 시장의 전월세 가격 인상의 우려가 있어 서민들의 주거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 대표는 "이번 조치가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며 경제의 위험 요인에 대한 정부 대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금리인하를 환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 세계가 환율 전쟁에 들어선 상태에서 우리만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런 상황에 금리인하 정책은 아주 적절하게 잘된 일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은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밝히며 "금융당국이 결단을 내린 만큼 경제회복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기 회복세 뿐만 아니라 저물가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가계대출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맑은 부동산 VS 흐린 은행

사상 첫 기준금리 1%대, 부동산 시장의 활기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 지역 모델하우스에는 금리인하 소식을 접한 내방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대책은 곧 주택 대출 부담 완화로 이어져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 열기가 뜨거워 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하로 인해 사실상 은행 예금 이자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여러 법안들이 통과될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았지만 분양률을 끌어올리는데 금리 인하만한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금리인하로 인해 은행권들은 이자수익의 감소로 인해 대비책 강구에 나섰다. 은행의 수익지표 중 하나인 예금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요 은행들은 여ㆍ수신 금리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은행의 주요 수익구조였던 예대마진이 금리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 악화를 감안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각 은행권들은 여ㆍ수신 금리인하 방침은 물론 2분기 영업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한편,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 및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경제 내의 유휴생산능력 추이, 가계부채 및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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