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TSMC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TSMC는 전세계 반도체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인텔은 7나노 제조공정 지연 발표 직후 주가가 16% 하락했다.

허지수 대신증권 글로벌 전략가는 “주가흐름은 인텔에 대한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반도체 아키텍처의 지각변동(인텔 x86→ARM)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6월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향후 2년간 ARM 기반 PC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TSMC 공급업체 밸류체인 정리(단위: USD mn) (제공=대신증권)
TSMC 공급업체 밸류체인 정리(단위: USD mn) (제공=대신증권)

지난 15년간 사용해 온 인텔 x86 기반 CPU를 버리고 저전력, 긴 배터리 수명, 더 얇은 디자인 등의 장점이 있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칩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허지수 전략가는 “미국 전체 PC 시장의 12%를 차지하는 애플 맥이 ARM으로 전환하고 그것의 성능이 입증되면 Dell, 레노버 등 다른 PC 제조사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버 시장에서도 인텔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AMD는 인텔보다 앞선 첨단 공정으로 서버 시장 점유율 두자릿수대를 달성했다.

AMD 차세대 EPYC 프로세서는 인텔 제온 CPU 대비 최대 50% 비용절감이 가능하며 HPE, 델, IBM 등 주요 서버업체들은 AMD의 CPU 탑재를 늘리고 있다.

AMD의 2분기 EPYC 프로세서 매출은 전년대비 2배 늘었으며 데이터센터향 제 품이 총매출의 20%를 차지하게 됐다.

또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 GPU 시스템(DGX A100)에 탑재할 CPU로 AMD 제품을 옵션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점도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MD 서버용 제품 주문이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 허 전략가의 판단이다.

서버 시장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아마존, 구글 등 초대형 고객사들이 ARM을 기반으 로 직접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ARM의 진가는 ‘오픈형’ 라이선스에 있다. 인텔은 설계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자기 자신만이 x86 기반의 CPU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달리 ARM 아키텍처는 라이선스만 구입하면 이를 커스터마이징해서 특수 목적에 맞게 설계할 수 있다.

대형 IT 기업들은 인텔의 CPU 성능 개선이 더뎌지면서 인텔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고 ARM 아키텍처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지수 전략가는 “앞으로 반도체 산업 분업화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텔의 패권은 약화, TSMC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라며 “인텔은 직접 설계/생산을 모두 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반도체 설계 복잡성 증가로 신기술 개발 지연, 생산 병목현상 등 2가지를 모두 놓치는 상황에 처한 반면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TSMC는 고객사들이 ARM 기반으로 설계는 직접하되 생산은 전적으로 TSMC에 외주하면서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TSMC는 구공정 설비와 첨단공정 설비를 고객 사별로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고객사가 가장 최신의 반도체를 설계하면 그 뒤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안정성·민첩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TSMC와 AMD의 단기 투자 매력도는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두 기업의 주가는 성장성 기대가 커지면서 연초이후 각각 31%, 70% 상승했으며 현재 12개월 선행 P/E는 각각 23.3x, 52.8x배로 최근 3년 평균(19.1x, 36.8x)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TSMC 공급업체에 투자함으로써 수혜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위 표는 TSMC 공급사를 밸류체인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 중 EUV 노광장비 업체(ASML, 레이저텍), 식각장비(램리서 치, 도쿄일렉트론), 부품소재(인테그리스, 리노공업, 한솔케미칼, 동진쎄미켐, 월덱스, 디엔에 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것이 허지수 전략가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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