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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지만, 4월 총선은 큰 탈없이 잘 끝난 편이다.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미국 대선 국면에 비해선 그나마 점잖은 편이라고 할까. 온갖 가짜정보(disinformation)와 무지막지한 선동, 심지어 분신자살 소동까지 일며 가상과 실상을 혼돈케하는 그 나라 선거판에 비해선 그렇다. 이번 국내 총선에선 VR과 AI기반의 비디오 기술을 악용한 음해나 기만, 중상모략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천만 다행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켠으론 뭔가 찜찜하다. 어딘가 2% 부족한 듯도 하고, 꼭 있어야 할 정치․사회적 서사의 알맹이가 빠진 것 같아서다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4.04.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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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런 얘기지만 비트코인은 완성된 상태, 즉 완제품이 아니다. 소비자 스스로 해석하고 이해하며 만들어가는 사이버 상품이다. 그러한 ‘기호가치’로 인해 근래 들어 미화 7만달러, 우리 돈 1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기호가치가 흔히 그렇듯, 희소성이나 소유보단 끊임없는 유통을 통해 눈사람처럼 가치를 더해간 결과다. 소비자는 완성된 상태를 그저 수동적으로 소비하며 소모한 것이 아니다. 태생부터 미완인 상태로 주어진 블록체인 채굴의 대가를 향유하며, ‘화폐’라는 또 다른 기호와 연결하고 해석하며 맹렬하게 소비한 것이다. 대략 2년6개월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4.03.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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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내내 걱정되는게 있다. 2024년 우리 ‘기술입국’의 노정은 과연 어떠할까. 위정자의 자의적 판단에 국가 R&D예산이 뭉텅 잘려나간 판에 그 길이 순탄치 않을 듯 하다. R&D예산을 잘라낸 가장 큰 이유인즉, ‘과학계의 카르텔’ 수술이다. 얼핏 과학자의 ‘자기통치(self-government)’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견고한 그들만의 울타리라도 있는 듯하다.그러나 정히 따지고 들면, 우리네와는 거리가 먼 관측이다. 과연 독점적 ‘카르텔’ 타령을 할 만큼 우리네 R&D 현실이 그렇게 배가 부른가. 그 열매를 누가 더 나눠가지냐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4.02.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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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린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얼추 비슷한 말로 가짜 이미지, 즉 ‘모상’(模像)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시대다. 진짜같은 가짜, 혹은 가짜같은 진짜를 만들어내는 21세기 소피스트들의 천국이라고 할까. 디지털더블과 게임엔진 기반의 버츄얼 휴먼이나, 딥페이크가 실시간으로 세상을 뒤덮고 있다. 나라 안팎의 선거 국면에서 돌출한 숱한 가짜 인간과 가상시․공간에 의한 장난질은 그나마 약과다. 언젠가는 개발자의 손아귀마저 벗어날 트랜스포머가 우리네 삶 자체를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게 할 판이다.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대충 10개의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4.02.0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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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당선된다는 조건에서다. 그는 CBDC를 “자유에 대한 위험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폭정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며 CBDC를 ‘폭정’의 무기로 둔갑시켰다. 역시 ‘트럼프’스런 모습이긴 하나, 그 말에 뼈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긴 트럼프뿐 아니다. 미 의회에선 진작 CBDC를 금지하는 법률도 발의되었고, 일부 보수성향 싱크탱크들은 “CBDC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어 정치적 감시 도구로 무기화할 수 있다”며 날을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4.01.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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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는 이제 소비 대중의 ‘즐겨찾기’ 검색어가 되었다. 그 원리를 제대로 알든 모르든, 컴맹 수준의 그 누구든 입만 뻥긋했다 하면 ‘생성AI’다. 2024년엔 더 그럴 것 같다. 그야말로 아는 척 하고픈 장삼이사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새해 갑진년 길목 또한 요란하기 짝이 없다. ‘AI와 인간’에 대한 덕담도 악담도 아닌, 착잡 미묘한 기대가 난무하고, 온갖 거대 담론과 글과 말과 책자가 홍수를 이룬다. 그럴수록 선명하게 눈에 띄는게 있다. 장황하게 열린 서사의 틈새에 숨어있는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2.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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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지능이니, 초강(超强) 인공지능이니 하는 와중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등장하면서 이 모든 쟁론을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AGI, 이건 또 뭘까. 단어 뜻대로 하면 인공지능이되, ‘인공 일반지능’이다. ‘일반’이라고 해서 결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특수’한 무엇까지 포함해서, 추론하고 사유하고 인간사를 재구성하며 만들어가는,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결코 일반적이 아닌, 매우 특별한 범용 또는 만능의 인공지능이라고 해야 옳다. 쉽게 말해 ‘사람’ 그 이상이다.진작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2.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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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AI는 21세기 과학 문명의 ‘유전자’나 다름없다. 샘 앨트먼의 전격 해고, 전격 복직으로 끝난 ‘오픈AI사태’의 맥락도 그로부터 설명이 된다. 앨트먼과 함께 오픈AI를 공동창업했음에도 그를 내쫓는데 앞장섰던 일리야 서츠케버 진영의 ‘5일 천하’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AI를 인간이 어떻게 섭취하고 복제하고 진화시켜야 하는가. 그에 대한 이견과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AI에 올라탄 지금 세상에서 그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있을까. 그래서 ‘오픈AI 사태’는 결코 한 글로벌 스타트업의 ‘사태’만은 아니다. AI문명의 불편한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1.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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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눈썰미’만 있다면 누구나 AI로 뭐든 만들어 내는 세상이 곧 온다. 그 동안 ‘디지털’이란 낱말 앞에선 속수무책이던 사람들도 이젠 어려울 것 없다. 클릭 몇 번만 하면, AI가 스며있는 도구가 알아서 원하는 걸 만들어준다. 현실에선 보기 힘든 ‘가상’의 유명인을 만들어 잡담도 나눌 수 있고, 나만의 챗봇이나 앱을 만들어 즐기거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내다팔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이미 2천만명이 사용한다는 ‘캐릭터AI’(Character.ai )니, ‘제피’니 하는 것이 그런 도구들이다. 다시 말해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1.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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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Deep-tech)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고도의 디지털 기술문명, 곧 하이테크와는 층위를 달리하는 개념이라고 할까. 달리 보면 ‘싱귤레리티(Singularity)’에 대한 근원적 물음도 된다. 인류가 더 이상 탐할 여지가 없을 것 같은 극단적 하이테크의 경지, 곧 ‘싱귤레리티’의 오만함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딥테크는 이진법적 디지털 기술의 하이테크 너머에 시선을 둔다. 쉽게 말해 인문학적 사유와 기초과학의 원리를 융합하고 있다. 여기서 ‘기초과학’이란 그저 응용과학에 앞선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에게 I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1.0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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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Large Lanuage Model, 대형언어모델)은 사람의 언어생태와도 많이 닮았다. 아니 닮았다기보단, 그 복제판이라고 할 정도다. 인간이 수천, 수만 년 지적 혈맥을 타고 보전해온 언어적 유전자를 어설프게나마 흉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동안 현상의 모습을 모방한데 불과했던 기존 인공지능 기술을, 생성AI가 간단히 뛰어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인류문명을 ‘존재’ 너머 ‘생성’이란 새로운 주소지 변경으로 파악해온 일부 문명학자들의 사유가 생성AI로 표면화된 것이다. 그런 사유의 기술문명적 징표가 바로 LLM이다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10.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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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과연 합당하고 정확한 결과치를 내놓았나? 편견이나 오류(환각, halluciation)는 아닌가? 이런 의구심은 초대형 언어모델이 만들어낸 생성AI가 출현하면서 더욱 잦아지고 있다. 그 바람에 XAI의 효능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X’는 ‘설명할 수 있다’는 eXplainable’의 발췌자(字)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런 답을 구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생성AI 버전의 XAI라고 할까. 수 년 전 처음 등장할 때 개념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XAI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08.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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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할 겁니다. 그렇다고 사람들 일자리를 뺏거나, 반항하진 않을 겁니다.”누군지 모르지만, 한 시대의 해결사나 할 법한 얘기다. 그 ‘누구’는 다름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즉 인간을 닮은 로봇이다. 얼마 전 국제행사인 ‘AI for good’에서 이들 ‘로봇’은 소위 기자회견을 갖고 그런 ‘말’들을 쏟아냈다. 기계가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얘기도 처음 듣지만, 거의 ‘인격체’나 다름없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워딩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어떤 로봇은 아예 “이 세상을 우리의 놀이터로 만들겠다”고 했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07.2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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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는 곧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독해능력이다. 또한 그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도 통하는 말이다. 포털뉴스를 둔 갑론을박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다. 그간 포털측이 아무리 우겨도 뉴스 알고리즘의 편향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포털뉴스로 인해 인지편향과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필터버블’이 더 심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비유가 적절치는 않지만, 마치 한상 가득 차린 한정식 요리같다고나 할까. 정작 그 많은 한정식 메뉴 중엔 젓가락조차 안 가는 음식도 적잖다. 지금의 포털뉴스 생태계는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06.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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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자층들도 이젠 AI시대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여지껏 좌파가 전유한 프로파간다 쯤으로 치부되었던데 비하면 적잖은 변화다. 그 만큼 초대형 AI의 충격이 크다고 해야할까. 설마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했던 것이, 이젠 ‘가능성’으로 다가왔고, 그 와중에 기본소득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친김에 그 전제가 될만한 근원적인 질문을 해봄직도 하다. 일과 노동을 둔 기계와 인간의 대치를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는 대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를 먼저 탐문해보는 것이다.‘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
박경만의 IT&디지털 세상 '산책'
박경만 주필
2023.04.30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