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으로 ‘종목 추천, 투자 전략’ 등 사례 빠르게 증가
“개인 투자자 13%, 챗GPT나 제미니 활용” 해외조사도
국내서도 점차 확산, “고급 데이터 서비스 대체, ‘민주화’” 평가도
‘신중론’도 등장, “하락세에선 대책 미흡, 매우 위험해” 지적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국내에서도 AI챗봇을 이용해 주식 종목을 선택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AI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주식 투자에 이를 활용할 것으로 이미 예상되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챗GPT 등을 이용한 종목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한다. 즉 AI가 선정한 포트폴리오는 상승과 활황 국면에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하락시에 매우 위험하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한 종목 추천이나 투자 전략 등의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10명 중 최소 1명은 현재 챗GPT 등 각종 AI 챗봇을 통해 주식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플랫폼 ‘eToro’도 이런 추세를 전하고 있다. ‘eToro’가 전 세계 개인 투자자 1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13%는 이미 챗GPT나 구글 제미니와 같은 AI 도구를 주식 선택에 사용하고 있다. 그 중 절반은 “포트폴리오 결정에 AI챗봇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멀티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챗GPT 활용”
컴퓨터가 초당 수천 건의 거래를 자동으로 실행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별도로 이들 투자자들은 챗GPT를 인간 전문가 대신 자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질문을 입력하고 AI 모델의 분석을 읽은 후, 브로커를 통해 거래 여부를 직접 결정하곤 한다.
투자은행 UBS에서 거의 20년 동안 기업 분석을 담당했던 제레미 렁은 최근 로이터 인터뷰를 통해 “현재 멀티 자산 포트폴리오를 위해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를 소개했다. 그는 “더 이상 블룸버그 단말기나 엄청나게 비싼 ‘시장 데이터 서비스’ 같은 사치스러운 시스템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간단한 챗GPT 도구만으로도 많은 투자 관련 선택을 할 수 있고, 예전에 사용하던 워크플로우를 상당 부분 복제할 수 있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 상품 비교 웹사이트 ‘파인더’가 전형적인 AI챗봇 활용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3년 3월 ‘파인더’는 챗GPT에 “부채 수준 및 지속적인 성장과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우량 기업의 주식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38개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그 후 주가는 거의 5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런던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거의 19%p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문가 자문 대체하는 ‘위험한 선택’될 수 있어” 경고도
이런 추세에 대해 일종의 투자 분석 ‘민주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진 소수의 여유있는 투자자 혹은 대형 기관 투자자 등에 한해 값비싼 데이터 단말기를 사용, 투자 종목을 선택, 분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AI챗봇을 활용, 누구나 손쉽게 투자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선택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모델이 금융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고, 실시간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대체하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 투자의 성공 사례에는 큰 단점이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으며, S&P 500 지수는 작년 23% 급등한 데 이어 올해는 13%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선 거의 모든 주식 투자 전략이 현명해 보이기 마련이다. 상승세 분위기와 AI챗봇 선택이 때맞춰 맞물린 결과란 해석이다.
‘eToro’ 측은 ‘아즈테크니카’에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AI 모델은 분명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챗GPT나 제미니 같은 AI모델을 마치 (점을 치는) 수정 구슬처럼 여길 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즉 AI 모델이 수치와 날짜를 잘못 인용하고, 이미 널리 유포된 전망과 통설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가격 움직임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한 재택 주식 거래는 ‘개미’들을 포함해 주식 투자를 ‘민주화’시킨 기술 발전으로 보인다. 하긴 개인을 위한 컴퓨터 기반 주식 거래는 연원이 길다. 지난 1984년 찰스 슈왑이 전화 접속 고객을 위한 전자 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또 1992년엔 E-Trade가 출시되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온라인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를 혁신, 거래당 수백 달러였던 수수료를 10달러 미만으로 낮추었다.
그 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최초의 ‘로보 어드바이저’가 등장했다. 이 시기엔 고객의 목표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밸런싱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자동화된 온라인 서비스가 필요하기도 했다. ‘Betterment’와 같은 로드 어드바이저가 2010년에 출시되었다. ‘Wealthfront’는 2011년에 알고리즘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 리밸런싱하는 로드 어드바이저로 인기를 모았다. 2015년 말까지 전 세계 약 100개 기업의 로보 어드바이저가 600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산을 관리했다.
AI챗봇이 기존 로드 어드바이저 급속 대체
그러다가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되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개인 투자자가 사전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로드 어드바이저 등)에 의존하지 않고, AI 모델에 직접 쿼리함으로써 종목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챗GPT가 기존 유료 구독 데이터 서비스에 숨겨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음을 한계로 꼽는다. 그 결과 중요한 분석 결과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매우 정확하고 구체적인 프롬프트도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챗GPT의 더 나은 답변을 얻기 위해선 “당신이 초보 애널리스트라고 가정하고, ○○○ 주식에 대한 짧은 논지는 무엇입니까?”라거나, “미 SEC 제출 서류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만 사용해서 자문해달라”는 등의 소상하고 구체적인 프롬프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챗봇 외에도 기존 ‘로드 어드바이저’에 대한 의존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부터 기존 은행까지 자동화된 알고리즘 기반 금융 자문을 제공하는 모든 회사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은 2029년까지 약 60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 결정을 위해 AI 도구를 활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날로 늘어나면서 신중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즉 “위기나 경기 침체 시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AI 도구를 활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AI챗봇이 위험 관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또는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를 대비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