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트럼프 영국 국빈 방문 맞춰 앞다퉈 계획 공개
구글 60억달러 발표, 같은 날 MS “300억 달러 투자”
트럼프 염두에 두고 투자 경쟁, MS “본사가 구글 제쳐” 자랑

MS 매장. (출처=언스플레시)
MS 매장. (출처=언스플레시)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지난 주 백악관에서 있은 빅테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보듯, 실리콘밸 리가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시 만찬에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MS 사티야 나델라, 구글 순다 피차이 등이 앞다퉈 트럼프의 비위에 맞는 찬사아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엔 또 다시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을 염두에 둔 듯, 그 시점에 맞춰 구글과 MS가 경쟁이라도 하듯, 영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연달아 발표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MS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고, 구글이 영국에 자체 투자를 단행했던 날과 동시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영국에 220억 파운드(약 300억 달러)를 투자, “AI 인프라와 운영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투자는 AI 수요와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컴퓨터’ 구축에 150억 달러의 자본을 지출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구글 또한 영국 허트퍼드셔주 월섬 크로스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개장하는 등 거창한 투자계획을 밝혔다. 구글이 밝힌 투자액도 무려 68억달러에 달했다. 이를 두고 레이첼 리브스 미 재무장관은 “영국 경제와 미국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에 대한 강력한 신뢰 표시”라고 강조했다.

이에 MS도 질세라 구글을 앞지르는 거액을 밝히며,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는 AI 및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영국의 리더십에 대한 강력한 신뢰 표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발표한 기자 회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겸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이번 투자는 이번 주 영국에서 발표된 기술 분야 총 투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구글을 압도한 금액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헛된 기술 약속이 아닌 영국 파운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큰 금액을 제시하기는 쉽지만, 우리는 이 투자를 그 어떤 것보다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로고 이미지. (출처=펙셀)
구글 로고 이미지. (출처=펙셀)

그는 특히 구글이 같은 날 영국의 AI 사업 강화를 위해 발표한 50억 파운드(약 68억 달러) 투자를 밝힌 사실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영국 투자가 2023년 이전 투자보다 크게 증가한 금액”임을 애써 강조했다.

또한 “이번 투자를 통해 엔스케일(Nscale)과 협력해, 23,000개 이상의 고급 GPU를 탑재한 영국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우리는 영국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투자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 센터와 확장 사업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영국에 대한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위해 영국에 도착하는 날과 같은 날 이루어졌다. 이는 “미국과 영국의 명백한 협력”으로 여겨지며, 트럼프의 위신을 한껏 세워줄 것이란 관측이다. 스미스는 기자들에게 “이번 투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은 아니지만, 영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즉, ‘트럼프의 방중’에 맞춰 ‘선물’을 준 셈이란 뜻이 내포되어있다.

이번 발표는 불과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영국과 갈등을 빚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MS는 지난 2023년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당시 이를 제지한 영국의 경쟁시장청(CMA)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CMA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거대 게임 기업 인수를 당초 차단한 이후, 영국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흔들렸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유럽 연합이 영국보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더 매력적인 곳”이라고까지 했다. 그런 MS가 이번엔 “CMA가 작년에 매우 강력하면서도 공정했다”고 평가하며, CMA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 “약간 다른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스미스는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리시 수낙 전 총리와 키어 스타머 총리 정부를 칭찬하기까지 했다. 즉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정부가 계획 개혁, 전력 용량 확대, 그리고 더욱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규제 환경 조성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 덕분”이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계획안 300억 달러 투자 중 절반은 영국에 있는 6,000명의 직원을 포함, 영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회사 운영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21,000제곱피트(약 1,200제곱미터) 규모의 매장을 폐쇄했다. 대신에 케임브리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레딩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영국 본사, 런던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AI 센터 등지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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