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LLM 추진 속 각사 AI 기술 전면에
SKT·KT·LGU+, ‘A.X·믿:음·익시젠’ 내세워 실증 착수
한국어 특화 성능·데이터 생태계 주도권 확보 나서

A.X 4.0의 대규모 학습(Continual Pre-Training, CPT)을 진행한 SK텔레콤 자체 구축 슈퍼컴퓨터 ‘타이탄’.(사진:SK텔레콤)
A.X 4.0의 대규모 학습(Continual Pre-Training, CPT)을 진행한 SK텔레콤 자체 구축 슈퍼컴퓨터 ‘타이탄’.(사진:SK텔레콤)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국내 통신 3사도 ‘소버린 AI(주권 기반 AI)’ 경쟁에 발을 들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앞세워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실증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뿐 아니라, 한국어와 문화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 확보와 산업별 활용까지 통신사들의 움직임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AI 주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짜이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가 이끌고 있는 기술 흐름에도 이목이 쏠린다.

SK텔레콤, ‘A.X’ 시리즈로 자체 LLM 고도화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먼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LLM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A.X 3.1 라이트’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A.X 4.0’ 표준 및 경량 모델까지 내놨다. 모두 자사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설계해 훈련한 자체 모델이다.

‘A.X 4.0’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벤치마크(KMMLU·CLIcK)에서 오픈AI의 GPT-4o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모델은 SKT의 AI 서비스 ‘에이닷’에 적용됐고, 향후 그룹사 서비스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기업용 버전은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제공돼, 보안이 중요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SKT는 LLM을 자체 기술로 확보한 A.X 3 계열과 대규모 사전 학습 기반의 A.X 4 계열을 병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각의 모델을 산업군에 맞춰 분리 적용하면서도, 전체 AI 생태계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KT 기술혁신부문 연구원들이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믿:음 2.0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KT)
KT 기술혁신부문 연구원들이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믿:음 2.0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KT)

KT, ‘믿:음 2.0’ 전면에… 공공 특화 AI 플랫폼 확장

KT는 최근 대법원과 145억 원 규모의 AI 플랫폼 구축 사업을 따내면서 자사의 대표 AI 모델 ‘믿:음 2.0’을 실전에 투입했다. 단순히 모델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법률 분야에 특화된 언어 모델을 설계하고, 판결문 검색과 요약, 자동 쟁점 추출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한다.

KT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공공 분야 전반으로 자사 모델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내부에는 B2B와 B2G를 동시에 겨냥한 AX(인공지능 전환) 사업 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법률 AI 외에도 금융, 행정 등 다양한 산업군에 맞춘 버티컬 모델을 준비 중이다.

산학 협력도 강화 중이다. 고려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15개의 실제 사업 적용형 연구 과제를 발굴했고, 그중에는 ‘믿:음 2.0’에 바로 적용된 한국형 성능 지표 개발, AI UX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KT는 ‘K-데이터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EBS, 중앙일보, 한글학회, 민족문화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어와 문화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금융특화 sLLM ‘익시젠’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금융특화 sLLM ‘익시젠’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LGU+, ‘익시젠’으로 글로벌 LLM 유통 시장 선점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소형 언어 모델 ‘익시젠(ixi-GEN)’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 베드록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했다. 국내 통신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AI 마켓에 자사 모델을 공급한 사례다.

‘익시젠’은 LG AI연구원의 EXAONE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 특화 모델이다. 실제 테스트 결과, 금융 분야 질문 응답 정확도가 기존 모델 대비 약 30% 향상됐고, 경량화된 구조 덕분에 빠른 응답 속도도 구현했다. 금융권 외에도 신뢰도 높은 응답이 필요한 공공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는 이를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닌,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 안에 자사 AI를 끼워 넣는 전략으로 본다. 베드록에서 제공되는 메타, 미스트랄 등 주요 AI 기업 모델들과 나란히 비교 선택이 가능해진 만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고도화도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U+는 다양한 AI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묶은 ‘유독픽 AI’도 선보였다. 디자인, 영상 편집, 학습, 검색 등 분야별 AI 도구를 선택해 월 정액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로, AI 대중화 관점에서의 실사용 확대를 노리고 있다.

독자 AI 생태계 구축 가속화, 주도권 쟁탈전 본격화

정부가 본격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단순히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성능을 평가할 표준 지표와 고품질 데이터셋, 응용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뿐 아니라 국내 IT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기술·데이터·서비스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통신 3사는 기술력과 대규모 인프라, 방대한 데이터 확보 역량을 바탕으로 주목받는다.  KT는 한국어와 문화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산학연 협의체를 꾸리고 있고, SK텔레콤은 GPU 자원 확충과 오픈소스 생태계 확대를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경쟁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사용과 투자 확장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AI 스타트업과 대기업, 공공 연구기관들도 저마다 독자 모델 개발과 서비스 상용화에 뛰어들면서 ‘소버린 AI’ 경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체 기술력 확보와 실질적 시장 적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향후 정부의 평가 체계가 정비되면, 국내 여러 주체 간 독자 AI 모델 경쟁과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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