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오픈AI CEO 샘 앨트먼이 아시아를 한 바퀴 돌고 갔다. 서울에도 들른 그의 ‘방한의 진짜 목적’을 두고 이런저런 추측과 뒷말도 많이 남겼다. 앨트먼은 일단 카카오와 기술 제휴를 하고,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과 삼성 이재용 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공식 스케줄을 갈음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방한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의 여행 길목에서 보인 그의 유별난 행보도 그런 관측을 가능하게 했다.
하루 먼저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X를 통해 그는 신제품 ‘딥 리서치’에 대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호스팅했다. 분명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불과 이틀 전 이미 오픈AI는 중국 딥시크에 대항하기 위해 GPT-4o나, ‘o1’보다 성능을 높인 추론 전문 ‘o3-미니’를 전격 출시했다. 이에 대한 벤치마크 결과가 나온 바로 다음 날 도쿄에서 연거푸 ‘신기술’을 세상에 소개했다. 여기엔 그 나름의 ‘초조감’마저 묻어난다고 할까.
평소 AI 개발 엔지니어링엔 별로 주목하지 않던 ‘뉴욕타임스’조차 의아해했다. “가타부타 설명없이 X에 ‘AI 신모델(딥서치) 출시’라고만 해서 도무지 ‘맥락’을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픈AI의 최근 사정을 알고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오픈AI로선 ‘물주’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자체 반도체칩 개발과 클라우드 컴퓨터 용량을 확충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앨트먼은 부지런히 세계 각국을 돌며 라운드를 추진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소프트뱅크에 손을 내밀었고, 마사요시 손이 화답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협상이 진행 중이던 시점에 난데없이 중국의 ‘딥시크’라는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단돈 600만 달러에 GPT에 버금가는 성능의 고성능 AI모델이 개발되었으니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AI의 부가가치 창출에 의문을 가졌던 투자자들은 “과연 AI개발에 지금처럼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며 졸지에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소프트뱅크 역시 오픈AI 투자에 대해 “지켜봐야겠다”며 주춤하는 낌새다. 몸이 달아오른 앨트먼은 급히 도쿄로 날아와 마사요시 손을 만났지만, 어떤 합의점이 나왔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앨트먼이 하룻밤을 묵은 도쿄 호텔방에서 야밤에 X를 통해 난데없이 신기술을 소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앨트먼은 ‘서울행’을 택한 것이다. 일단 표면적으론 카카오와의 기술 제휴나, 반도체 문제를 둔 삼성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 큰 이유다. 그러나 이면엔 ‘소프트뱅크’에 이은 ‘플랜B’로 한국의 투자처를 찾은게 아니냐고 해석할 만하다. 다시 말해 한국 대기업 등 또 다른 ‘후원자’를 물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렇다고 최근 오픈AI와 앨트먼이 처한 사정을 보면 그 개연성을 그저 무시할 수도 없다. 일부 외신도 “도쿄로 여행을 떠난 앨트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 많은 후원자를 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앨트먼은 서울행에 이어 다시 인도로 날아갔다. 역시 새로운 ‘물주’을 찾는 여정임은 확실했다. 금년 39세의 젊은 CEO이자 IT천재인 앨트먼은 열정과 꿈이 넘친다. 그의 아시아 투어는 그런 열정 넘치는 꿈을 향한 도전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런 여정이 인도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투자자, 개발자, 파트너를 물색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대신 “974억달러에 오픈AI를 사겠다”고 나선 일론 머스크와 말다툼과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는 소식만 태평양 건너에서 전해진다. 앨트먼의 한국 방문은 2023년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아시아 나들이 이후 과연 그의 바람대로 원대한 ‘AGI를 향한 꿈’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서울 방문 이면엔 앨트먼의 그런 ‘절실’하면서도 야심찬 ‘숨은 그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