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실시간 숏폼 전략, “모든 콘텐츠마다 주석달고, 추천해”
사용자 선호도 파악 ‘역동적인 실시간 알고리즘’으로 적용
‘모바일’용으로만 특화, 사용자 해시태그로 공개적 그룹 형성

(사진=로이터통신)
(사진=로이터통신)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 의회에서 1년 내 제3자 매각 조건부의 ‘틱톡 금지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틱톡의 어떤 점이 특별하길래 미국 정부와 의회가 ‘금지법’을 만들면서까지 이를 견제하고 있는 것일까. 그 특별한 기법과 경쟁력에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틱톡은 무엇보다 짧은 영상(숏츠, 숏폼) 위주의 소셜미디어가 특징이다. 그러나 기존 인스타그램이나 구글 유튜브, 스냅샷 등의 기술보다 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가해지고 있다.

우선은 틱톡의 독특한 알고리즘과 숏폼으로 요약할 수 있다. 틱톡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짧은 영상, 즉 숏폼 때문이다. 틱톡이 등장하기 전에 가장 인기있었던 메타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은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틱톡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용자 개인의 관심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동되는 알고리즘이 더 위력을 발휘했다.

사용자 관심 반영한 ‘관심 기호’가 알고리즘

슈 지 추(Shou Zi Chew) CEO를 포함한 틱톡 경영진은 메타처럼 ‘소셜 그래프’에 형식을 갖춘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대신,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수시로 변화하는 ‘관심 기호’로 성격을 바꿨다. 특히 관심 기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다른 경쟁사들과는 달리, 틱톡은 짧은 영상 형식으로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높였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이들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틱톡을 다른 소셜미디어 앱과 차별화하는 것은 디자인과 콘텐츠”라며 “숏폼을 통해 훨씬 더 역동적인 알고리즘으로 변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선호도나 변화하는 관심사를 추적해 특정한 시점에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세분화할 수도 있는 점이 무기”라고 했다.

특히 숏폼 형식을 통해 틱톡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용자 선호도를 간파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길어야 10분도 안되거나, 심지어 수 십초 길이의 짧은 영상은 유튜브보다 훨씬 빠르게 사용자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몇 초가 아니라 평균 10분마다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또 처음부터 틱톡을 아예 모바일(스마트폰)용으로만 구축한 것도 먹혀들었다. 그래서 일일이 컴퓨터 화면의 인터페이스를 조정해야 했던 다른 경쟁 플랫폼보다 훨씬 편리한 것으로 인식된 것이다.

무엇보다 숏폼 시장에 틱톡이 가장 먼저 진입한 것이 주효했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이 되어서야 진출했고, 유튜브는 2021년에 비로소 숏츠를 출시했다. 둘 다 데이터 및 제품 개발 경험에서 틱톡보다 몇 년 뒤진 셈이다.

26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중국과 틱톡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26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맨 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도 중국과 틱톡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사용자 관심 벗어난 콘텐츠 다시 추천 ‘피드백’도

틱톡은 또한 정기적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벗어나는 콘텐츠를 다시 추천하곤 했다. 이를 두곤 “틱톡의 사용자 경험에 필수적”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지난달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347명의 틱톡 사용자와 5개의 자동화 봇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틱톡의 알고리즘은 추천 동영상의 30~50%에 쏠리는 사용자 관심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틱톡 알고리즘이 사용자 관심 분야를 더 잘 추론하거나, 사용자의 (알려진) 관심 분야를 벗어난 많은 동영상을 추천함으로써 사용자 유지율을 극대화하는 전술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탐색 동영상을 추천하는 셈이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애리 라이트맨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틱톡이 채택한 또 다른 효과적인 전술은 사용자가 해시태그를 통해 공개적으로 그룹을 형성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공개 그룹을 형성하도록 장려함으로써 틱톡은 사용자의 행동, 관심, 지지 및 이데올로기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학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트맨 교수는 “그 때문에 만약 틱톡이 미국에서 금지될 경우, 물론 미국의 빅테크들도 틱톡과 같은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는 있지만, 과연 틱톡만큼의 사용자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했다.

틱톡의 이같은 추천 알고리즘은 지난 2016년에 출시된 중국 자매 앱인 ‘Douyin’에서 대부분 가져온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틱톡과 ‘Douyin’은 별도의 앱”이라고 하지만, 이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두 알고리즘이 현재까지도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중국의 토종 숏폼 위주 소셜미디어인 ‘Douyin’은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긁어모으는데 혈안이 된 곳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틱톡은 이같은 ‘Douyin’의 AI기술을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차용한 셈이다.

모든 콘텐츠, 사용자마다 공들여 ‘태그’

흔히 소셜미디어의 모든 콘텐츠와 사용자에 일일이 공을 들여 태그를 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기존 소셜미디어들은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Douyin’과 틱톡은 예외다. 애초 지난 2018년과 2019년쯤 ‘Douyin’은 모든 사용자에게 태그를 지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로선 이는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 시도였다. 그러나 들은 모든 영상이나 숏폼마다 수동으로 태그를 지정하곤 했다. 그런 다음 사용자가 시청한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사용자를 태그했다.

바이트댄스는 이같은 ‘Douyin’의 수법을 그대로 틱톡으로 가져왔다. 그래서 전문적인 콘텐츠 주석자를 두고, 모든 데이터에 태그를 지정하도록 했다. 지금에 와선 이런 기법은 많은 AI 기업들에게 일반적이고 중요한 관행이지만, 당시로선 바이트댄스가 처음으로 이런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처럼 태그를 분류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세계 최다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으로선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인건비 또한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이런 알고리즘과 콘텐츠 전략 덕분에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세계 최고의 소셜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틱톡금지법’이 발효되자,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미국 내에서 제3자에 판매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국에선) 이를 중단하는 편이 낫다”고 로이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 2020년에 ‘알고리즘 및 소스 코드 수출’에 대한 승인을 의무화한 내용으로 ‘수출법’을 개정한 바 있다. 만약 틱톡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결국 현재 상태로는 미국에선 틱톡이 영구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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