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올 1분기(1-3월)가 지나자 상장사들이 영업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가장 관심있게 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해당 회사의 주식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적이 좋게 나오면 주가 상승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죽을 쑤는 것이다. 영업실적 발표 전에 눈치 빠른 이들은 잠정 성적표를 보고 주식 투자에 나선다. 그래서 실적 발표치는 미리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외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일에 주가가 내리는 사례도 더러 있다. 주가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발빠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케이스다. 요즘 상장사 1분기 실적 발표 중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은 곳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대형주이면서 황제주 노릇을 오랫동안 해 온 주식이다.
삼성전자는 5일 지난 1분기 매출이 7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비 10배 가량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대폭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931%나 대폭 늘어났다. 증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 5조2636억원을 25% 상회했다. 어찌됐든 삼성전자 실적 호전에 주식보유자들은 얼굴에 반색을 띠게 생겼다. 과거 실적 악화 때와 견줘볼 때 크게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업황이 좋아지면서 실적 호전세가 이어지면 당연히 주가는 오르게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주효한 것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며 사업 정상화에 주력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초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도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미엄 TV 및 고부가 가전 판매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을 미리 제기해 왔다. 주요 사업인 메모리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의 평균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각각 13~18%가량 상승했다. 낸드 가격 역시 지난해 4분기 13~18%, 올 1분기 15~20% 수준 올랐다. 제품 출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매출이 오르고,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져 삼성전자의 단기 예측을 낙관하는 이들도 있다. AI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반도체는 1월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섰고,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정작 깜짝 실적 발표를 한 이날 오전(10시경) 삼성전자 주가는 빠지고 있다. 이미 실적치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하순부터 계속 올라왔다. 실적을 알아차린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실적치가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떤 외국인들은 얘기한다. “한국인들은 정작 삼성전자가 얼마나 큰 회사인지 모른다”고. 어찌 됐든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다. 많은 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나라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가. 삼성이 휘청이면 국민경제도 금이 간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봄철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니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실적 따라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많은 이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