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에서 기업들간 맞손 잡기가 물밑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사진=SBS)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기업들간 맞손 잡기가 물밑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사진=SBS)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선 합종연횡(合從連橫)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략적 제휴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시장터가 전쟁터인지라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다른 기업과 맞손을 잡아야할 때가 많다. 고립은 죽음을 자초할 따름이다. ‘독불장군은 없다’고, 제아무리 강한 기업도 고립무원에 빠지면 자칫 자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원융자재(圓融自在)의 유연함을 견지하면서 생존과, 나아가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길이 최선의 방략일 때가 많다. 진정 강한 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이다. 최첨단 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짝짓기가 물밑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수종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AI 분야는 아직 견고한 시장선점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상 선취를 위한 글로벌 빅테크의 이합집산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구글의 생성형 AI서비스인 제미니(Gemini)를 탑재하는 방안을 구글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들이 차세대 AI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시장 선취를 위해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애플이 구글의 제미니에 대한 라이선스를 얻어 자사 iOS 운영체제에 탑재해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미 자사의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을 디폴트 값으로 채택하고 있다. 애플이 주력 제품인 아이폰 운영체제에 제미니를 탑재하기로 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AI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구글과 같은 AI 리더와 협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AI 칩을 독점하다시피 생산하면서 AI 시대 총아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엔비디아도 아마존, 어도비, 시스코 시스템즈, 서비스나우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최정예 효자아이템인 AI 칩을 이들 협력 업체에 제공해 서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는 자사 AI 칩 고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판로 확보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성장 가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런 전략적 제휴 관계 형성 판도를 놓고 관계 전문가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과 같은 기업은 이제 AI 선두기업과 협력업체가 되거나, 그게 아니면 AI 무대에서 사라지거나 하는 심각한 기로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AI가 오래된 기술기업, 즉 레거시 기업과 AI 스타트업 및 AI 초기 채택 기업 사이의 격차를 빠르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발빠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MS는 지난 2022년 11월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자 그 잠재력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뒤 오픈AI의 AI 모델을 자사 소프트웨어에 포함시켰다. 이런 사례를 좇아 구글 역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런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의 레거시 기업들은 생성형 AI의 발달을 쫓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 테크기업들은 움직임이 둔한 데다 위험을 회피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기술 채택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스탠스를 지속하게 된다면 이들 오래된 기술기업들은 AI 경쟁에서 뒤질 공산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AI 시장이 도래하면서 테크기업들의 위계질서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항상 생생 유동한다. 생물인 것이다. 아무리 독점기업이라 하더라도 꾸준하게 자기독점적 경쟁, 즉 진입장벽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하다 보면 새로운 강자가 시장에 뛰어들어 아성을 깨부순다.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AI 시대에도 선발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후발기업들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열세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 AI 시장에 몰아닥치고 있는 짝짓기 열풍은 테크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성공적 제휴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 맺은 맞손은 서로 물귀신이 될 수도 있다. 테크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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