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분산형 제어 아닌 ‘중앙집중형 자율주행 아키텍처’의 핵심
이미지 처리, 음성인식 데이터 등 동시에 빠르고 효율적 처리
“SDV에 최적화,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AI 반도체 확보가 중요”
자동차 제조업계, 엔비디아․퀄컴․인텔 등과 협업, 테슬라는 자체 AI칩 생산

'국제모빌리티쇼 2022'에 출품한 기아차 부스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국제모빌리티쇼 2022'에 출품한 기아차 부스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그 핵심 요소인 고성능 차량용 지능형 반도체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SDV는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다. 각종 전자제어장치(ECU)가 분산된 기존 분산형 아키텍처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중앙집중형 제어기능을 갖춘 것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윤윤기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팀장 등은 이와 관련된 동향 보고서를 통해 “SDV로 진화됨에 따라 기존과 다른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로 변화하게 되고, 새로운 물리적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차량용 지능형 반도체’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성능 지능형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많은 투자와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전했다.

즉,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SDV로 전환됨에 따라 차량용 지능형 반도체가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분산형 전자제어 시스템의 ‘대안’으로 등장

그러나 중앙집중형 아키텍처 방식은 차량 전체에 수많은 ECU가 분산되어 있어, 기존 분산형 아키텍처의 차량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윤 팀장 등에 따르면 그 때문에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오랜 기간 기존 아키텍처를 유지하면서,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예외였다. 기왕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출발한 만큼, 애초부터 중앙집중형 E/E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다. 또 3~4개 정도의 ECU와 간소화한 배선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어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중앙집중형 방식의 E/E 아키텍처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고, 이를 보조할 수 있는 고성능 차량용 지능형 반도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기존의 AP(Application Processor)와 같은 프로세서들은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정형화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한다. 그러나 중앙집중형 아키텍처에선 이미지 처리, 음성인식 등 다양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최적화되고 스스로 학습,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춘 AI 반도체와 같은 지능형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SDV 조감도. (사진=르노 그룹)
SDV 조감도. (사진=르노 그룹)

지능형 반도체, ‘AI 연산 능력 극대화한 AP, SoC’

SDV에 최적화된 지능형 반도체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이상적인 차세대 SDV 솔루션을 지원할 수 있는 SoC(System On Chip) 구조다. 또 망상의 마스킹인 레티클(reticle)의 한계나, 수율, 재사용성, 성능을 보완할 수 있는 칩렛(chiplet)을 통해 AI 연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AP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NHTSA(전국고속도로안전국)이 정의한 자율주행 레벨 2~3 수준 소프트웨어의 컴퓨팅 성능은 이미 100~300 TOPS(초당 1테라 처리, Tera Operations Per Second) 이상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레벨 4의 경우는 무려1,000 TOPS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칩과 자동차 산업, 근본적 지각 변동

그렇다보니, 고성능 AI칩 기술과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돌풍’에서 보듯, “AI 칩 제조업체, 그리고 HPC와 AP을 이용한 오토파일럿 풀스택(Full Stack) 기업, 주요 센서 기업과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기존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계의 공급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하청 또는 재하청에 불과했던 공급업체가 원청 또는 1단계 공급업체로 상승하고 있다. 역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엔비디아나 인텔의 자회사 모빌아이(Mobileye) 등 AI칩 제조업체들의 위상 승격이다.

이들은 “단순히 컴퓨팅 파워, 전력소비율(TOPS/W), 비용절감, 대량 생산 능력 등이 경쟁력이었으나, 최근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 개발 환경, 개방형 툴 체인과 같은 ‘풀 스택’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특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자가 자유롭고 확장성 있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능형 반도체의 성능도 날로 첨단화되고 있다. AI 연산을 위한 기술이 ▲CPU 내에 가속기를 탑재하던 수준에서, ▲CPU와 함께 GPU, 또는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등을 활용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GPU와 ASIC는 CPU를 기준으로 1,000배 정도 학습 데이터 처리 능력에 달한다. 또 추론 속도는 ASIC이 100배나 되고, 정확도는 CPU→GPU→FPGA→ASIC 순이란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지금의 AI 반도체는 GPU로 대표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반도체인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개념이 등장하는 등 지능형 반도체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기업별 SDV를 위한 중앙집중형 통합제어 SoC 비교. (이미지=정보통신기획평가원)
주요 기업별 SDV를 위한 중앙집중형 통합제어 SoC 비교. (이미지=정보통신기획평가원)

엔비디아 비롯, AI칩 업계 기술경쟁도 치열

이 분야에선 역시 엔비디아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GPU인 A100, H100, 그리고 자율주행용 Orin, DRIVE Thor 등 다양한 SoC 반도체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YD 등 자동차 관련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도 EyeQ4-6을 개발, 레벨 2 상용화에 적용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용 EyeQ Ultra Av-on chip도 공개했다.

또한 퀄컴도 SDV 컴퓨팅 플랫폼에 활용할 수 있는 ‘스냅드래곤 Ride Flex SoC’를 선보였다.

테슬라는 아예 자체적으로 지능형 반도체 D1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슈퍼컴퓨터 ‘도조’를 선보였다. 또 엔비디아 H100의 수급에 영향을 받지않기 위해 TSMC 등 다양한 위탁 생산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도 SDV로 전환하기 위해 앞다퉈 이들 지능형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비디아와 핵심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또 르노자동차는 퀄컴,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퀄컴은 오는 2026년까지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한 SDV 플랫폼을 르노에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도 AI 관련 반도체를 설계하는 ‘Tenstorrent’에 투자, 미래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 ‘보스 반도체’와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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