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인해 푸른 행성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상기후가 발생해 천재지변을 낳고 있다. 대규모 홍수, 눈사태, 한발, 해양 기온의 상승, 엘니뇨 현상 등등 위기 징후가 속발하고 있다. 온대기후대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연중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은 협약을 맺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의 주인(主因)이 소 등 가축에도 있다는 사실이 점차 관심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축을 키울 때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키는 ‘메탄가스’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 1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소형차 1대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 한 마리가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메탄가스가 그 정도라는 것이다. 소 한 두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70~120kg 정도다. 소나 양과 같은 전 세계의 반추동물이 내놓는 메탄은 연간 약 20억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UN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2006년에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축산업’을 지목한 바 있다. 반추동물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1년 8월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전체 지구 온난화 영향력의 약 30%로 추정되고 있다. 그중 절반인 15%를 가축이 내뿜는다고 한다.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 국내 연구진이 소 세포를 키워 만든 쌀을 개발했다. 쇠고기를 대신할 수 있어 소를 키우지 않고 고기를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분홍색을 띠는 이 쌀은 쇠고기 맛을 내면서 단백질까지 챙겼다. 가축을 기르는 대신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을 대체할 식품 기술로 주목받게 됐다. 홍진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쌀을 지지체로 사용해 소 세포를 배양한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은 8%, 지방은 7%를 더 많이 함유했다. 생선에서 나오는 젤라틴을 쌀에 덮은 후 소의 골격근과 지방 줄기세포를 심어 배양한 덕이다. 젤라틴이 쌀에 세포가 더 잘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 쇠고기 쌀은 소 등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고 식량 가격을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다.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 외에도, 소를 키워 단백질 100g을 얻으려면 50㎏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는 데 불과 6.27㎏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연구진은 쇠고기 쌀이 상용화되면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호용이나 군사용, 우주 식량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소 세포를 함유하고 있어 맛과 향도 쇠고기와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일반 쌀과 차이가 없다. 쇠고기 쌀의 가격은 1㎏당 약 3000원으로 일반 쌀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한 교수는 이날 네이처지에 “대체 단백질 공급원을 찾거나 기존 축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인류의 미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하면서 “생산량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하이브리드 쌀은 배양육보다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탄은 단위 질량 당 온난화 효과를 나타내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보다 100년 기준으로 28배나 높아, 산업화 이후 온난화의 30%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탄 등 온실가스 방출이 가속화되면서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매우 큰 영향을 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오는 2050년께에는 생태계 복원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엄중한 가치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모색되고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주력하는 것은 동시대인들의 피할 수 없는 사명이다. 이번 ‘쇠고기 쌀’개발도 그런 맥락에서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