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킬러’로 우뚝, 작년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기록
배터리 등 꾸준한 기술혁신, 비용절감, 中 정부 보조금 등
“무역장벽 안세우면, BYD 탓에 세계 대부분 기업들 무너질 것”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전기자동차로 급격하게 전환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왕좌엔 누가 앉을까. 테슬라, GM, 포드, VW, 현대, 기아, 토요타, BMW 중에서 한 곳일까. 그러나 적잖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BYD를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된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인 BYD는 작년 말 전 세계 완전 전기 자동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질렀다. 작년에 25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이 회사는 그 중 전기자동차만 148만대를 수출하며,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메이저로 올라섰다.이에 ‘테슬라 킬러’인 BYD의 성공 비법에 서방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은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 자동차 시장 뛰어들어
지난 2년 동안 매년 100만 대씩 자동차 판매고를 늘려온 이 회사는 애초 작은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출발했다. 지난 2007년 ‘광저우 모터쇼’에 처음 자동차 모델을 선보였을 때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고르지 못한 보라색 페인트 작업과,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문짝 등에 어이를 상실했다. 그야말로 업계의 웃음거리였다.
그러나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제 아무도 BYD를 비웃지 않는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전 세계 완전 전기 자동차 판매에서 Tesla를 앞질렀고, 브라질, 헝가리, 태국, 우즈베키스탄에 조립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서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유럽으로의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가 하면, 중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폭스바겐 그룹을 추월하기 직전”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전자산업의 중심지인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전자․전기 제품 지배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며 그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중국에선 배터리 전기 자동차와 플러그인 가솔린 전기 자동차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BYD는 트럼프 시대에 매겨진 관세를 여전히 부담해야 하므로, 미국에선 버스를 제외한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 저렴한 가격, 새로운 디자인 혁신”
BYD의 성장을 견인한 큰 요인 중 하나는 정부의 보조금이다. BYD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 달러의 정부 지원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BYD 고향의 택시 회사가 BYD 전기 자동차만 구매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간접적 지원은 포함되지 않는는다. 이에 유럽 연합은 BYD의 중국 정부 보조금에 대한 조사가 실시되었고, 곧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보조금보다 더 큰 성장 요인은 놀랄만한 기술혁신과 특유의 가격경쟁이다. BYD는 중국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의 두 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에선, 특히 BYD와 테슬라 사이에 덤핑 경쟁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BYD의 서브콤팩트 전기차 시걸(Seagull)은 최하 1만1천 달러대부터 시작한다. 테슬라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도 날로 까다로워졌고, 그 와중에 다국적 기업들이 좀 더 세련된 모델을 선보이면서 한때 BYD의 자동차 판매량과 주가는 급락했다. 그러자 창업주 왕추안푸(Wang Chuanfu) 회장은 두 차례의 위험한 베팅을 계속하며 성과를 거두었다.
2016년에 그는 유명한 아우디 디자이너인 볼프강 에거를 고용했고, 다양한 개성과 취향의 자동차 엔지니어 수백 명을 더 고용했다. 그리곤 BYD의 모델을 완전히 재설계했다.
왕 회장은 또한 충전용 리튬 배터리에 사용되는 업계 표준 화학 물질(니켈, 코발트, 망간)을 더 저렴한 철과 인산염으로 대체했다 물론 저렴한 화학 물질로 만든 초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바람에 수시로 재충전해야 했던 어려움도 겪었다.
이에 2020년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를 출시, 니켈-코발트 배터리와의 품질 격차를 줄이고, 가격도 크게 낮췄다.
주행거리 짧지만 저렴한 인산철 리튬 배터리 사용
테슬라 역시 2016년에 중국 현지에서 대량의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전기자동차 열풍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BYD는 이에 저렴한 배터리 화학물질과 디자이너 볼프강 에거의 창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했다.
테슬라는 또한 저렴한 모델에다 인산철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BYD는 여전히 주행거리가 짧지만 저렴한 자동차를 판매하는 반면, 테슬라는 주행거리가 길지만 값비싼 자동차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BYD는 부품의 4분의 3을 자체 생산한다. 또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BYD도 각 차량에 몇 가지 전자 시스템만 사용한다. 부품의 최대 2/3를 아웃소싱하는 VW와는 대조적이다. BYD는 또한 인건비 절감으로 이익을 얻었지만,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인건비가 상승했다.
현재 BYD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운송할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운반선을 빠르게 건조하고 다. 첫 번째 선박인 BYD 익스플로러 1호는 전기차 5000대를 싣고 선전에서 첫 항해를 하고 있으며 2월 21일까지 네덜란드에 도착할 예정이다.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대량생산’
애초 창업주인 왕 회장은 모토로라 및 기타 가전제품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1995년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그는 2003년 시안에서 휘발유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매입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문제투성이었고, 고물을 만드는 회사로 낙인찍혔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중국 시장이 성장하면서 BYD 매출도 늘었다. 마침내 워렌 버핏은 2008년에 약 10%의 지분을 2억 3천만 달러에 매입하기까지 했다. 같은 해 왕 회장은 “2년 안에 배터리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전기 자동차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주행 거리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2011년 인터뷰에서 그는 다시 배터리 전기 자동차를 강조하면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년 전부터 BYD는 가전업체인 화웨이와 샤오미가 앞서 가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에는 “고속도로와 대형 도로에서 작동하는 제한된 형태의 자율 기술인 ‘보조 자율운전’ 엔지니어 4,0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기술에 1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 기업 실적 발표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을 경계했다. 그는 “솔직히 무역 장벽이 확립되지 않으면 세계 대부분의 다른 기업이 (BYD 등으로 인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BYD는 이제 테슬라에 비해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BYD의 품질 걱정은커녕) 출고 대기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할 뿐”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