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의 거센 회오리바람으로 많은 직업군 종사자가 내몰릴 위기... 누구든 살아남으려면 따라잡아야

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호모 파베르(Homo Faber)’가 위기로 몰리고 있다. 호모 파베르는 공작인, 즉 도구를 써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이다. 이제는 AI가 알아서 일을 해주니 사람은 점차 일거리가 줄어들게 됐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척척 해내니 사람 쓸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AI는 파업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임금을 올려달라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하고, 결과물도 괄목할만하다. 빠르게 인간 일자리를 낚아채면서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무항산(無恒産)이게 되고, 그러면 무항심(無恒心)에 빠져든다.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AI의 약진은 곧바로 인간의 몰락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 AI의 높은 파고에 살아날 길을 찾는 게 급선무다. AI의 거센 물결에는 자비가 없다.

미국 기업인 3명 가운데 1명은 AI가 올해 일자리를 대체했다고 인식했다. 대체한 일자리만큼 내년에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난다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이 한 구인 플랫폼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리더 7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인 37%는 올해 AI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한 것으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또 기업인 44%는 AI 사용에 따른 업무 효율화 때문에 내년에 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인 91%는 내년에 AI 기술을 가진 지원자를 채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CNBC는 생성형 AI로 인해 해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기술 발전이 대량 실업을 초래했다는 역사적인 증거는 없다고 위로가 되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어 노동력이 역사적으로 유연하게 변화했으며 기술 역량 증가는 ‘더 높은 가치’의 업무로 이어질 수 있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단 이 방송은 AI의 노동시장 진입에 대한 인간의 대응을 낙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미래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대다수가 사라질 것으로 비관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향후 10~20년 후엔 AI로 인해 노동시장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 역시 현재 존재하는 인간의 일자리 30%에 달하는 최대 8억개 일자리가 미래에 AI에 의한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AI가 위협하는 고위험군 일자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과 같이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주요 업무로 하는 직업군이 그 직격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연봉 직종 중 하나로 각광 받고 있는 관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도 꼽고 있다. 숙련된 기술력이 필요해 AI가 대체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제조·산업분야에서도 일자리가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기계 조작 종사자의 59%에 해당하는 산업용 기계 조작 및 제어, 조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단순 기술 종사자들의 경우 AI로 제어되는 산업현장인 ‘스마트팩토리’가 본격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고위험군 직종으로 분류됐다.

AI가 몰고 오고 있는 노동시장의 거센 회오리바람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다. 살아남으려면 개인과 기업들은 AI로 인한 경쟁 환경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한다. 정부 역시 AI로 인한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혹여 인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AI 기술의 발전 및 도입을 막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건 분명하다. AI 관계자들은 노동자들과 AI 기술의 공존을 위해선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함께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 사회에 적응에 개인, 기업, 정부가 모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변한다.

자동차가 나오자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총이 나오자 칼잡이들은 떠났다. 말을 모는 이가 운전을 배워 운전기사가 되지 않으면, 칼잡이가 총잡이로 변신하지 않으면 그냥 도태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AI 시대에 AI를 따라잡지 않으면 생존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챗GPT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온갖 미션이 척척 수행된다.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 여러 명, 아니 수십, 수백명이 며칠 걸려서 할 일을 순식간에 해낸다. 가히 가공할만 수준이다. 의사, 변호사 시험도 앞으로는 상위 1% 범위, 아니 0.01% 수준에서 합격할 것이다. 머지않은 일이다. 세상이 AI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멍하니 있으면 나락으로 빠지게 될 공산이 크다. 빨리 캐치업(catch up)하는 길이 최선의 방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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