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대의 대부분 장치엔 반도체 필수, 팬데믹 이후 수요 폭증
반면에 대만 가뭄, 한국․미국․중국 등 이해관계 얽히며 생산 딸려
“특히 생성AI 등장하며 더욱 수요 늘어…갈수록 공급난 심할 듯”

반도체 설계 제품 이미지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TSN IP)

반도체 설계 제품 이미지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TSN IP)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포스트코로나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제적인 반도체 공급난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근 또 다시 중국에 대한 칩 수출이나 관련 기술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칩은 세계 경제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난을 미․중갈등, AI 기술의 발전, 국제적 공급망의 왜곡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런 진단이 얼마나 정확할까. 또 이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나아가선 칩 부족사태 해결의 걸림돌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과연 지금의 공급난과 칩 부족사태는 언제 어떤 형태로 끝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늘 논쟁거리다. <애플경제>는 최근 국내외 전문기관들과 외신, 기술매체 등을 종합하여, 2회에 걸쳐 그런 질문을 바탕으로 현주소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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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반도체에 대한 정책, 신규 공장 및 시장 창출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없는 수요와 계속되는 인재 부족으로 인해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2023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칩 부족 사태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 명확한 답도 없다.

이는 오늘날의 디지털시대에서 대량의 반도체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디지털 전자 장치가 실리콘을 포함하고, 마이크로칩이라고도 하는 집적 회로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반도체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심지어 일상 가전제품과 같이 정보를 계산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모든 것에는 칩이 포함되어 있다.

불행하게도 반도체 칩은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칩을 생산하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린다. 그 때문에 “칩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고 운영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그로 인해 만성적인 칩 부족 현상을 끝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칩 부족 원인, “팬데믹 전부터 누적”

칩 부족 현상은 무엇보다 집적 회로에 대한 수요 증가가 첫번째로 꼽힌다.

하긴 팬데믹 이전부터 반도체 공급난을 초래할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해왔다. 당시에도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하기도 했다. 제품 가격과 유통채널이 때론 큰 기복을 보이기도 한 것이다.

이 분야 전문기관인 ‘전자제품기술’(Electronic Products & Technology)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만의 가뭄과, 일본의 3개 공장 화재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원자재 부족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애초 반도체의 주요 구매자였던 자동차 산업이 2020년에 칩 발주를 줄이기 시작하자, 반도체 업계는 자동차용 제품을 줄이는 대신, 다른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부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수요가 다시 증가했고, 이로 인해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더욱 심화되었다.

시장분석기업인 ‘TS Lombard’에 따르면, 특히 사물 인터넷의 급속한 대중화는 이같은 공급난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TS Lombard는 “이러한 모든 변수들이 결합되면서 반도체는 석유를 누르고 세계 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원자재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고 결론 지었다.

일부 고객 기업들은 공급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재고를 비축하거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발주를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웨이와 같은 기업은 올해 초 미국의 대중국 기술 금지 조치에 앞서 미리 재고품을 대량으로 비축했다. 이러한 사재기 움직임들 역시 반도체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팹 청정실 이미지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키오시아 웨스턴디지털)

팹 청정실 이미지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키오시아 웨스턴디지털)

전문기관들 “반도체 시장, 고수익․고성장 거듭할 것”

그런 가운데 반도체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구가하고 있다. 각종 시장분석기관들도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다.

‘멕킨지’ 보고서는 2021년에 자동차, 데이터 스토리지 및 무선 산업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여 약 6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30년까지 연간 총 성장률이 평균 6~8%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맥킨지는 “평균 가격이 연간 약 2% 상승하고, 현재의 변동성이 진정되어 균형 잡힌 수요와 공급으로 복귀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까지 산업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19년에 비해 6.8% 성장했다. ‘포춘(Fortune)’지에 따르면, 2022년 5,734억 4천만 달러였으나, 7년 후인 2029년에는 2.5배가 넘는 1조 3,807억 9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12.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1세기 대부분의 산업에 반도체 칩은 필수”

반도체 공급난은 세계 경제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가전제품, 스마트폰, 유선 통신, 서버, PC 부문 등도 큰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산업 전반에 걸쳐 반도체 칩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극히 드물 정도다.

자동차 산업이 팬데믹 초기에 자동차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을 때도 반도체 업계는 가전제품 시장에서 수익을 올렸다. 또 노트북, TV, 스마트폰, 카메라, 게임 콘솔 제조업계 역시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날로 더 많은 칩을 주문하곤 했다.

냉장고, 식기 세척기, 세탁기, 전자레인지와 같은 가전제품 역시 전기 흐름을 제어, 조절하고 가전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선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용 컴퓨터 역시 입력과 연산을 위해 두뇌 역할을 하는 CPU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모바일 장치와 스마트폰은 통신, 처리, 메모리, 디스플레이를 위해 반드시 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는 셀룰러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칩, 터치 스크린 입력을 활성화하는 칩,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는 칩이 따로 있어야 한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더욱 수요가 폭증했다. 원격 근무나 학습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전에 없이 늘어났다. 비대면을 위한 노트북, 데스크톱, 기타 IT시스템이 필수적인 디바이스가 되면서, 공급이 딸리고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이후엔 다소 수요가 진작되고,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곤 잇다.

“칩부족으로 내년에는 생성AI 개발, 구현도 어려울 듯”

더욱이 생성AI 기술이 등장하면서 반도체는 더욱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 개인을 막론하고 전세계가 앞다퉈 생성 AI 기술을 일상화하고 있어 더욱 품귀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에 가선 지속적인 칩 부족으로 인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까지 할 정도다. AI 컴퓨팅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요가 폭증하고, 이에 따라 AI나 GPU에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배포하기 위해 특별한 유형의 칩이 필요한 실정이다.

책 ‘칩 전쟁 : 세계의 가장 중요한 기술을 둔 싸움’을 펴낸 바 있는 미국 터프츠 대학교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세계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전보다 스마트폰을 적게 구입하고, 기업은 데이터 센터 업데이트 비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밀러 교수는 “AI에 사용되는 특정 유형의 칩들은 늘 호황을 만끽하는 가운데, 만성적인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다. 또 이런 칩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시장전문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망했다.

<2-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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