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GM, 다임러 등 글로벌 보험시장 공략, “국내 보험업계도 긴장”
축적된 자율주행경험과 데이터를 무기로 위험분석, 심사․계리, 상품 개발
전문가들 “국내 보험업계도 자율주행차 제조사와 제휴 등 생존책 시급”

사진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이 시험 운행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셔터 스톡)
사진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이 시험 운행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셔터 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사람의 운전이 전혀 필요없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량이 곧 대중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기존 자동차보험사들이 새삼 긴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제조사들이 기존 보험업계를 제치고, 자동차보험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미 자동차보험시장에서 ‘톱10’에 진입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GM을 비롯한 다른 자율주행차 제조사들도 보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데이터․노하우, 기존 보험사들 생존 위협

기존 보험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들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의 방대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와 기술 때문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은 스스로 터득하고 축적한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위험 분석과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 등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보험시장에서 테슬라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을 토대로 실시간 안전운전을 유도함으로써 사고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크게 낮추는 마케팅을 구사하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미국 자동차 보험시장에선 ‘테슬라 보험’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특히 국내 손보사 등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이성엽 수석연구원은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는 데이터 확보에 이점을 지닌 자동차 제조사들과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보험사들의 전통적 사업영역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는 금융경영브리프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특히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은 보유 OS와 인지 장치를 통해 획득한 방대한 데이터로 정밀하게 사고위험을 분석하고, 사고 보상 시스템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험업계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 미국 보험시장 ‘톱10’ 진입 가능

이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자동차 보험 시장의 점유율 2.8%를 기록할 것이란게 모건 스탠리의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향후 보험 사업이 테슬라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미국 내 보험 시장은 물론, 캐나다, 영국, EU, 중국 등지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은 물론, 앞으로 테슬라 전기차가 판매되고 국가의 보험시장에 모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글로벌 보험사’로 거듭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GM·포드 등 자율주행차 제조사들도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테슬라와 함께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보험사와 제휴하거나, 합작법인 등의 방식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그 중 포드는 보험사인 옥토 텔레매틱스, PSA는 AXA, 다임러는 스위스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보험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보험업계도 “제휴나 합작만이 살길”

이처럼 보험업계는 자율주행차 제조사와의 제휴나 합작을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기존 보험사들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량이 대중화될 경우 제조사와의 제휴는 필수로 보고 있다. 레벨3 이상이 되면, 사람이 전혀 운전에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자율주행 기능에 의해 차량이 움직인다. 그럴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 소재가 애매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그 간 제조사들이 시험 과정에서부터 축적한 데이터에 따라 새로운 매뉴얼과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로 환경도 기존 보험사로선 낯설기만 하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들과 자율주행차가 뒤섞여있을 경우도 그렇고, 자율주행의 기술적 결함에 의한 사고나 해킹 등에도 속수무책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운행 과정과 도로 환경 등에 관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축적해온 자율주행차 제조사와 손잡고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보험상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가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나, 중국의 바이두와 함께 제휴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제휴를 통해 보험 심사와 계리 모델 구축, 위험요인 분석 등을 통해 자율주행차 보험에 관한 표준을 개발하거나, 상품 개발을 하고 있다.

테슬라 등 글로벌 자율주행차 제조사에 토대를 둔 보험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는 날도 멀지 않은 실정이다. 이 연구원은 이에 “국내 손보사들도 자율주행 시대의 새로운 경쟁구도에 서둘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즉 “국내 보험사들도 자동차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데이터 자산 격차를 줄이고, 자율주행 도입으로 변화할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방안이 시급하다”면서 “특히 자율주행차에 맞게 변화되는 도로 환경에 대한 이해, 자율주행 환경에서의 배상책임 문제, 데이터 기반의 보험 심사 프로세스 등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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