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시설과 복잡한 인프라 대신, 충전된 배터리 갈아끼우는 방식
교체시간 2~3분, 온․습도 최적화 환경, 효율적 전력망 이용, 제조사 간 호환도
중국이 세계 ‘스와핑’ 시장 선점, “전기차 보급 위해 국내도 도입 필요”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전기차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충전시설과 인프라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나 화재 위험 등도 전기차 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엔 금융권에서나 쓰임직한 ‘스와핑(Swapping)’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즉, ‘바꾸고 보충해서 쓴다’는 뜻으로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에서 자동화 설비를 통해 미리 완충해 놓은 배터리를 방전된 배터리와 즉각 교체해주는 방식이다.
별도로 충전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배터리를 갈아끼우기만 하는 방식이어서,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대중화되어 있다. 이는 전기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충전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한 대안으로 주목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의 CATL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배터리 스와핑 시장에 진입하면서, 향후 거대한 시장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스왑핑이 국내에서도 본격 도입되면 전기차 대중화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의 경우 이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이미 충전해 놓은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과 이에 수반되는 일련의 시스템 운영”으로 배터리 스왑핑을 규정하며, 그 상세한 기술과 구조를 설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스왑핑은 집중형 충전소에서 대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 보관하고 있다가, 배터리 교환소로 운송한 후 개별 차량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이다. 교환소는 배터리 교체 외에도 스마트 제어, 안전, 물류, 전력공급 등 복합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때 배터리 교체시스템은 기중기, 승강기, 잠금기구, 연결기구 등으로 구성된다. 제어시스템은 충전 클라우드플랫폼, 스마트 교환제어시스템, 배전 모니터링시스템, 화재‧보안 모니터링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또 전력공급시스템은 고압전기 장비, 변압기, 저압 전기장비 등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배터리의 소유권은 차량 소유자가 아닌 자동차 제조사나 배터리 교체 회사가 갖게 되며, 차량 소유자는 월 사용료 혹은 임대료를 지불하게 된다. 지금의 ‘렌터카’ 시스템이 차량 자체를 대여하는 것이라면, 배터리 스왑핑은 배터리만을 빌려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배터리를 교체할 때는 차량 내 배터리 위치에 따라 측면, 모듈 분할(본네트 측), 섀시(바닥측) 교체 방식 등으로 구분되는데, 섀시(바닥측) 교체가 가장 일반적이라는게 국제무역연구원의 설명이다. 또 “섀시 교체방식은 주로 승용차에서 사용되고, 측면 교체방식은 상용차에서 사용되며, 모듈 분할 교체방식은 일부 승용차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배터리 교체시간이 2~3분에 불과하다는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가솔린 주유소에서 걸리는 시간보다도 빠른 셈이다. 또 일일이 전기차 증가에 맞춰 별도의 충전시설이나 충전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 밖에도 온․습도가 최적화된 환경이어서 배터리 손상이 적고 수명이 늘어나며, 전력사용이 적은 야간에는 완속 충전을 할 수 있어, 안전하고 폭발위험이 적다. 급속충전에 비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여러 차종의 배터리 호환이 가능하며, 교체 시스템 스마트화 ‧ 디지털화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중화를 위한 조건도 뒤따른다. 교체식 배터리 팩의 규격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배터리 팩 사이즈는 배터리나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표준화를 위해서는 기업 간 합의나 기업의 전략적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는게 국제무역연구원의 설명이다. 또 초기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소요되거나, 배터리 교체를 위한 기중기, 승강기, 교체 로봇 등 자동화 인프라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배터리 스왑핑 시스템이 가장 잘 되어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협력, 보급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스왑핑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작에 이를 시도한 적은 있다. 2013년 르노삼성차가 제주도에서 배터리 교환 사업을 추진했으나, 당시로선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은데다, 배터리 교체시간이 길었고, 시설이나 인력도 부족해서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배터리 스왑핑을 우리도 도입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역협회 GVC산업분석TF 김희영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아 배터리 스왑핑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소비자도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어 전기차 보급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는 스와핑 기업이 일괄 수거한 후 재사용, 재활용함으로써 자원 절약과 환경보존에도 기여한다는 기대다. 김 연구위원은 또 “해외사례 조사 결과, 배터리 충전 횟수가 잦고 시간당 효율이 중요한 택시나, 배터리 규격 표준화가 용이한 버스, 트럭 등 상용차에서 배터리 스왑핑 시스템 도입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