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두 사람이 흑백의 바둑돌을 가지고 바둑판(19줄×19줄=361칸)의 교차점에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두며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361개 교차점에 돌로 에워싼 빈 공간을 상대보다 더 크게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드게임으로 당연히 상대방보다 빈 공간(집을 지은 공간)이 많은 쪽이 승자다.

바둑은 게임의 규칙이 간단하다. 따냄 규칙, 착수금지, 패의 규칙, 계가공식(집 세는 법)이 전부라 할 정도다. 동, 서양의 대표적 보드게임인 장기나 체스에 비해서도 그렇다. 장기나 체스는 특정 말이 움직일 수 있는 복잡한 규칙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은 매 수마다 361칸 중 이미 돌이 놓인 공간과 착수금지점을 제외한 모든 곳 중 하나를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여기서 착수금지는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따 낼 수 있는 상태로 단수(單手)라고도 한다. 착수금지점은 일본말에서 유래한 속칭 ‘아다리’로 단수를 당한 기사가 빈 공간에 돌을 놓을 수 없는 점을 이른다.

그럼에도 바둑은 왜 어려운 것일까? 디지털화 될수록 진입장벽(바둑 입문)은 더욱 높아져 가고 난해하며 소수의 마니아층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 해답은 다른 보드게임엔 존재하지 않는 “집”에 있다. 바둑의 승패는 “집”의 수가 누가 더 많으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게임의 최종 목표도 “집”을 많이 짓는 데 있다.

“집”의 개념은 논리적이라기보다 감각적인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를 채득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숙달되기도 어렵다. 바둑은 정답을 찾아가는 게임이 아닌 안목을 키워나가는 게임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목은 어디서 키워질까? 어린 시절 바둑 잘 두는 동네 형들한테 배운 필자의 경우를 소개하면 바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싶다. 어깨너머의 바둑판은 늘 궁금했다. 게임에 임하는 기사들의 태도가 진지했고 생각이 많았으며 장시간이 소요되었다. 바둑돌을 놓을 때마다 구경꾼들의 훈수가 수선스러웠다. 장시간의 게임이 끝나고 집의 수를 세며 계가를 마치면 집을 많이 지은 쪽으로 승부가 가려진다.

게임이 끝난 후에도 다른 보드게임과는 달리 당사자나 구경꾼들이 승패의 원인을 두고 자 잘못을 가리는 이른바 복기(復期)라는 과정이 있다. 아시겠지만 복기(復期)는 바둑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며 프로기사는 게임을 마친 뒤 반드시 복기를 하는 것이 불문률에 속한다. 필자는 이와 같이 어깨너머서 벌어지는 동네 형들의 바둑게임을 반복적인 구경을 통해 학습하였으며, 어느 날인가 동네 형들과 실전으로 치르기 시작하면서 입문하게 되었다. 안목은 뇌와 마음의 체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이때가 아닌가 싶다.

“집”의 수를 확보하는 게임인 바둑은 개개인의 삶(인생)이나 역사의 서사와도 많이 닮아있다. 비유하자면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의 생로병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적 의미를 다룬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이 반상의 게임인 바둑 한판 한판에도 녹아 있다. 그뿐이겠는가. 바둑에는 삶의 서사구조가 있다. 검투사의 처절한 혈투를 경험한 이들 못지않은 승부사적 기질이 녹아 있다. 한 수 한 수가 피를 토할 것 같은 절절함으로 두다 보니 프로기사들은 살찐 사람이 없고 피골이 상접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대의 최고고수 이세돌 프로기사와 알파고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지도 6년이 되어간다(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한 차례의 대국으로 총 5회에 걸쳐 서울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이세돌과 알파고(영어: AlphaGo) 간의 바둑 대결, 1승 4패로 패배).

디지털시대의 바둑은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기사들의 바둑을 생중계하는 바둑방송은 프로기사들이 한 돌 한 돌을 놓을 때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디지털기기에게 묻고 자문을 구하는 시대가 된지 오래되었다. 프로기사 역시 바둑기계와 무수히 많은 게임을 통해 성장한다. 일반 바둑 애호가들도 바둑기계와의 게임을 통해 바둑수준을 높여간다. 이른 시일 내 바둑기계끼리의 바둑도 성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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