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금융권에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급속 전파”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술 기반, 5년 전 도입, 사용자 38만명
사람 개입 정도 따라 ‘휴먼어드바이저’, ‘하이브리드’형 구분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자자문을 하고, 금융기법을 상담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로봇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이와 유사한 상담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례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그런 경우다. 미국에서 발달한 로보어드바이저는 국내에도 5년 전에 도입되어 점차 낯설지 않은 투자 조언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금융소비자들 간에 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6월말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는 가입자 수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38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이용한 관리자산 금액도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초반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이후 개인의 주식투자 참여가 증가하면서, ‘투자자문형’이나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원의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특히 6일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형과 기술, 보급 실태를 전해 눈길을 끈다. 사전적 개념으로는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규정된다.
이에 연구원은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여 정의되기도 한다.”고 전제했다. 즉 “로보어드바이저는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미리 짜여진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면서 “기술적으로는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미리 짜여진 알리리듬 체계로 정의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보조나 개입’ 여부나 정도에 따라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휴먼 어드바이저’의 경우는 그야말로 사람의 개입 없이 모든 자산관리 과정을 자동화한 로보어드바이저다.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경우는 ‘하이브리드’ 또는 ‘바이오닉’ 로보어드바이저다. 이는 ‘휴먼어드바이저’의 자문이나 상담사의 보조 서비스를 병행한 것이다.
이번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이성복 연구원은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진단(client profiling)’, ‘자산배분(asset allocation)’, ‘리밸런싱(rebalancing)’ 알고리즘이 적용된,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고객진단 알고리즘’은 고객의 온라인 질문을 통해 그 정보를 파악하고 나름의 투자성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산배분 알고리즘’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가장 적합한 자산배분이나 자산구성 방식을 도출하는 것이다. ‘리밸런싱 알고리즘’은 고객자산의 수익과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장 상황이나 고객 요구에 맞게 자산구성을 조정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알고리즘인 셈이다.
이 연구원은 또 국내에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서비스 관점에서 크게 상품추천형, 투자자문형 또는 투자일임형, 정보제공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분류했다. 그 중 ‘상품추천형’은 은행의 펀드 로보어드바이저처럼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투자자문형’ 또는 ‘투자일임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투자자문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가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다. ‘정보제공형’은 금융상품이나 상장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서비스 주체나 내용, 또는 수익 원천을 기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유형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고객 적합성을 평가하는지 여부, 또는 투자자문 또는 투자일임 계약을 유도하는지, 자산구성의 형태 등 다양한 기준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그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해외와 다르게 다양한 유형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하며 발전하였다. 현재는 “은행의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투자자문ㆍ일임업자의 투자자문ㆍ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2020년 중반부터 약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21년 3월말 기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의 심사를 통과하고 서비스를 제공 중인 로보어드바이저 제공업체는 31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