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91개국 스트리밍, ‘코로나19’로 화려한 전성기
각국 현지에서 콘텐츠 생산 보급하는 ‘글로컬’ 전략 주효
천문학적 투자…한국서만 삼성전자 연간 R&D 맞먹는 18조원

사진은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은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는 돈방석에 앉으면서, 다시금 세계 OTT시장의 1인자임을 과시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015년 이후 전 세계 191개국에 망을 깔고, OTT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런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요인들도 많겠지만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세계 각지에서 콘텐츠를 생성하는 ‘글로컬’ 전략이 크게 주효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 가입자가 주춤한 적이 있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다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애초 넷플릭스가 처음 전세계를 대상으로 출범했을 때는 각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보는 이른바 ‘빈지 워칭((binge watching)’ 붐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 시장에선 그다지 넷플릭스 인기가 높지 않았다. 이미 TV연속극이나 요일별 드라마를 밤새워 보던 풍속도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터였다. 게다가 한국에선 특이하게도 웹사이트가 발달하다보니, 이미 중간광고없는 빈지 워칭이 발달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선 웨이브, 왓차, 티빙 등의 토종 OTT보다 넷플릭스가 나을게 없었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이른바 ‘글로컬(글로벌+로컬)’ 전략을 구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현재 중국, 북한, 시리아 정도만 제외한 세계 191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단순히 망연결만 할게 아니라, “아예 현지에서 직접 각자 문화와 조건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른바 ‘로컬판 오리지널’ 제작이다.

이는 처음 프랑스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넷플릭스에 대해 “프랑스에서 사업하려면 적어도 한해 스트리밍하는 콘텐츠의 30%는 프랑스 국내에서 제작해야 한다”는, 일종의 쿼터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넷플릭스가 받아들이면서 ‘글로컬’ 제작 패턴이 시작되었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브라질에서 히스패닉, 즉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로 된 드라마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런 글로컬 전략이 현지 시청자들은 물론, 다른 수많은 나라에까지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침투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는 평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시장에 매년 1조원씩 투자하는가 하면, 2021년에는 무려 170억달러, 즉 17조~18조에 달하는 투자를 통해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R&D 비용인 180억달러와 맞먹는 금액이다. 그 바람에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이질적인 외국 드라마나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도 밀려들기 시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가 하면, ‘다크’한 분위기의 북구 노르웨이 드라마가 국내팬들을 사로잡는 등 새로운 팬덤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는 비단 우리뿐 아니다. 비 영어권 문화에 폐쇄적이던 미국에서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비영어권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미국인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그러나 2020년에는 거의 모든 미국인 시청자들(97%)이 “매일 1편 이상 비영어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문화적 섞임 현상이 일어나면서, ‘오징어게임’에서 보듯이, 현지 중심의 ‘로컬 오리지널’ 작품들이 인종과 국경, 정서적 차이를 극복하며 세계 곳곳에서 공유하게 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이 꼽는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이다.

넷플릭스는 또 기존의 지상파와는 달리 고정비용, 즉 망을 까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일절 없다. 그저 인건비나 콘텐츠 비용만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는 애초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므로, 오로지 콘텐츠 생산에만 올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무기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이 SNS나 언론매체 등을 이용한 간접 홍보 역시 넷플릭스의 성장 비결이다. ‘전세계 언론과 SNS에 연일 오르내리는 바람에 너도나도 한번씩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찾게 되면서 ‘대박’을 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콘텐츠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풍부한 ‘라이브러리’도 성장의 비결이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수많은 영상이 누적되고 있다보니 날로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게 된다. “지난 2015년 이후는 자체 생산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누적되면서, 고르는데만 1시간 걸린다는 시청자들이 많을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해졌다”는게 OTT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에 더해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다시금 넷플릭스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아시아에만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내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나홀로’ 성장가도를 내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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