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구(大灣區)’ 지정…지역 간 자유로운 금융상품 거래채널 ‘리차이퉁(理財通)’ 발효
미 골드만삭스, 영 HSBC 등 현지 공략, “한국 금융업계도 적극 진출 모색해야”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이 그간 죽의 장막을 치고 외부와 교류를 차단했던 중국에 대해 죽의 장막을 깨고 개혁개방을 선언하였다. 개혁개방이라 하는 건 정치적으론 중국공산당 1당독재의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갖고 가지만 경제적으로는 서방 국가들과 별 다를 바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당시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덩샤오핑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라는 일명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며 자신의 개혁을 정당화했으며 이때 홍콩과 가까운 광동성(廣東省)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푸젠성(福建省) 샤먼(夏門), 하이난 섬(海南島)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였다. 특히 홍콩과 붙어 있고 원래 같은 지역이었던 광동성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다.

동양의 진주, 백만불짜리 야경 등으로 불리는 홍콩(香港, Hong Kong)의 야경. 홍콩은 1842년부터 영국이 청나라로부터 할양해간 섬이었으며 1997년 7월 1일 부로 중국에 특별행정구로 흡수통합되었고 현재는 중국본토 및 마카오와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양의 진주, 백만불짜리 야경 등으로 불리는 홍콩(香港, Hong Kong)의 야경. 홍콩은 1842년부터 영국이 청나라로부터 할양해간 섬이었으며 1997년 7월 1일 부로 중국에 특별행정구로 흡수통합되었고 현재는 중국본토 및 마카오와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광동성과 접경한 홍콩마저 1997년, 마카오도 1999년 각각 영국, 포르투갈로부터 특별행정구로 중국에 반환되면서 광동-홍콩-마카오 세 지역을 대만구(大灣區)라 일컬으며 유럽연합이나 북미경제공동체(NAFTA), 아세안처럼 경제적으로 통합된 경제공동체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대만구 통합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제압하고 홍콩 국가안전법(國安法)과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해 분리주의 움직임을 뿌리뽑은 후 본격화되었으며 코로나19 판데믹을 어느 정도 극복한 2021년 현재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첫 발걸음은 바로 리차이퉁(理財通)이라는 홍콩-광동 금융상품 통합책이다.

이는 지난해 6월부터 기획되었으며 목적은 광동성에 사는 중국본토 중산층들이 홍콩에 투자를 용이하게 하고 동시에 홍콩 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등도 중국본토에 투자하기 수월하도록 문을 열어주는게 그 목적이다. 다들 알다시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투자가 매우 까다롭다. 중국본토로 직접 투자하려면 외국인은 이런저런 제약이 걸렸다.

한 예로 중국 증권시장의 경우만 해도 외국인이 매매가능한 것은 선전-홍콩 주식을 묶은 선강퉁(深港通) 및 상하이-홍콩 주식을 묶은 후강퉁(濠港通) 둘 뿐이며 이 경우 외국인은 홍콩달러를 이용해 거래하게 되고 중국본토 위안화로의 거래는 제한된다.

합자회사 등의 건립도 까다롭다. 대신 홍콩을 거치게 되면 그 모든게 수월해진다. 반대로 중국본토 인민들 역시 직접 외국과의 접촉이 차단되어있다시피 한 대신에 홍콩을 거쳐서 밖으로 나가 외국과 접촉, 교류할 수 있다. 홍콩은 예전부터 중국으로의 관문이었으며 반환 직후 중국정부는 이러한 홍콩의 기능을 극대화함은 물론 이웃의 광동성 및 마카오와 묶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리차이퉁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했다. 즉 광동성 내의 투자여력이 되는 중산층의 홍콩 금융상품 구매를 통한 대외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홍콩 내의 외국인 및 기관의 중국 금융상품 구매를 통하여 중국에 직접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홍콩금융감독위원회(HKMA)의 발표에 의하면 리차이퉁 프로그램은 10월 10일부터 이용이 가능하며 총 투자한도는 100만 위안(1억 8천만원 상당)이다. 그리고 북향통(北向通)을 통해 홍콩 내의 현지 및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홍콩인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본토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남향통(南向通)을 통해서는 반대로 중국본토 내 개인 투자자들이나 기업들이 홍콩의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홍콩 및 중국 금융상품은 ETF, 보험상품, 주식/채권 직접투자, 공모펀드 등을 포함하며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등 투기성 상품은 안된다. 즉 리차이퉁을 통해서는 홍콩에 주소를 두고 영업하는 한국계 투자회사 및 은행들도 중국증시 기반 펀드에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봐야한다. 그간 중국이 투자를 받기 원하면서도 자국 내 규제가 까다로워 외국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장벽을 제거해준 셈이다. 마찬가지로 홍콩증시에 눈독들이던 중국본토 내 큰손들 역시 여러 장애물을 없애고 홍콩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홍콩은 2019년 대규모 시위,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겪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며 여기에 2020년 국가안전법(國安法) 통과 후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심리까지 만연해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홍콩을 살려줄 수 있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가 중국 내 큰손들이다. 중국본토 내 중산층 및 부유층들은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단지 법적으로 규제가 까다로워 생각보다 많이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2018년 대만구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래 홍콩-마카오-광동 세 지역은 유럽연합처럼 급속히 단일경제권으로 묶이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광동성에서만큼은 홍콩으로 직접투자가 아주 쉬워졌고 이것은 분명히 홍콩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중국본토 역시 광동을 통해 홍콩에서 유입되는 자본을 투자받아 돈을 불리며 “실탄”을 챙길 수 있다. 이렇게 홍콩과 중국본토가 서로에게 서로가 이익을 주는 윈윈(Win-win) 전략에 기초하는 것이 바로 리차이퉁의 목적이다.

광동성의 중심지 광저우(廣州)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광동성의 중심지 광저우(廣州)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현재 리차이퉁 프로그램은 광동성 후커우/ 홍콩 거주권을 보유하고 만 5년간 홍콩세무국 및 중국 세무당국에 납세기록이 있으며 2년 이상 투자경험이 있고 3개월 간 월말 보유 금융자산이 200만 위안, 혹은 순금융자산이 100만 위안 이상이 되어야 프로그램 투자 자격이 부여된다. 그리고 총 투자한도는 1500만 위안(약 1억 8천만원) 이하, 중국본토와 홍콩 간 움직임은 자금의 상한선은 1500억 위안 이하이다. 이 프로그램이 투자여력이 되는 중산층들 혹은 그보다 더 통크게 투자가 가능한 큰손들을 위한 것이어서, 이렇게 자격요건이 엄격하게 갖춰진 것이다. 정말로 여력이 되고 필요한 사람들만을 유치하고자 하는 양측의 전략인 셈이다.

홍콩, 마카오, 광동성은 서로 각자 다른 특성과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규제가 없고 세금이 적은 경제자유구역이고 청나라 시대부터 중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중국인이 외국으로 나가는 통로로 작용해왔다. 홍콩의 주력 산업은 당연히 은행업, 보험업 등 금융업이고 이에 연동하여 AI 투자 등이 등장하며 IT기술의 동남아시아 내 메카로도 떠오르고 있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식민지 때부터 카지노 개장이 허용되어 오락, 관광업에 주력하며 현재는 의료관광으로도 시선을 돌리는 중이다. 그리고 광동성은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 세계의 공장으로서 선전, 둥관, 후이저우 등에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이 소재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이 전 세계로 수출되어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이 되어왔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는 경공업 및 중공업 생산기지 기능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 타 개발도상국들에 넘겨주고 광동성은 첨단 하이테크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굴지의 IT 공룡인 텐센트가 선전에 중심지를 두고 있으며 선전 북쪽의 후이저우, 광저우 근처 중산 및 둥관 등에서는 컴퓨터 등 첨단산업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필품으로 사용하는 아이폰 단말기 역시 선전에 소재한 팍스콘 공장에서 생산되어 수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중국본토는 공업 등 생산업은 물론 경제개방에 따라 금융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업의 선배인 홍콩이 꼭 필요한 것이다.

결국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광동성의 3자 간 경제통합은 서로의 기능을 보완해주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은 금융업이 발달하였으나 땅이 좁고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 홍콩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많이 올랐긴 해도 아직까지는 홍콩에 비해 질 좋은 인력들이 저렴하게 제공되고 땅도 넓은 광동성이 홍콩 기업들을 위해 생산기지를 제공해주게 된다. 홍콩의 경우는 1998년 조류독감,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건강 및 보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고 자연스럽게 바이오 관련 산업들이 주목받게 되었으나 홍콩의 여건 상 신약개발 및 생산을 위한 기점이 필요하다. 이때 광동성이 그러한 기점이 되어줄 수 있다. 그리고 관광업 및 오락산업에 주력해오던 마카오는 마카오 기업들의 재산을 관리해줄 금융 중심지가 필요하다. 이때 홍콩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동성은 생산기지 및 연구기지 역할을 수행해줄 수 있으며 금융업 등 서비스 산업 분야에선 후발주자인지라 선배인 홍콩(금융업), 마카오(관광 및 오락산업)로부터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이 세 지역은 서로가 서로의 단점도 보완해주고 장점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홍콩-마카오-광동성 3지가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럽연합, 아세안(ASEAN)과 함께 또 하나의 거대한 경제공동체가 등장했다. 홍콩-마카오-광동 3지를 묶은 대만구의 경제력은 어지간한 유럽 국가들과 맞먹거나 그들을 앞지르는 수준이며 어마어마한 구매력을 가진 2억이 넘는 인구가 이 곳에 있다. 자연스럽게 다국적 금융회사들에는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으며 벌써 미국의 골드만삭스, 영국의 HSBC 같은 서방 금융사들이 2억이 넘는 이 지역의 “큰손”들을 잡기 위하여 분주하다.

영국 및 홍콩에 거점을 두고 홍콩을 통해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HSBC의 경우 벌써 리차이퉁 연계상품을 출시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공상은행(中國工商銀行)과 연계하여 해외자산상품을 출시, 중국본토 사람들이 홍콩을 통하여 해외투자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그 외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은행, 미국계 시티은행 등도 5년 안에 중국본토 및 홍콩의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WM) 인력 및 자산을 2배 이상 늘리려 한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가진 큰손들이 넘치는 거대시장을 위해 세계적으로 금융사들이 노력하는 때, 유독 한국 금융사들만은 이상하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홍콩에 대한 2019년 시위와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 코로나19 유행과 관련된 반중감정 같은 부정적 선입견이 자칫 한국기업들이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선입견은 말 그대로 주관적인 영역에 그쳐야지 그것이 객관적인 이익을 해쳐서는 절대 안된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이라도 홍콩-마카오-광동 대만구 경제권에 대해 공부하고 최대한 거기서 이익을 얻을 생각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다. 세계적인 거대 경제권에서 무엇을 얻을까 최대한 고민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지 사정을 최대한 연구하고 이익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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