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팅 비용 빨아들이는 ‘가상 인간’
시공간 제약 없고 사생활 리스크 없어
한계점은 ‘소통과 진정성의 부족’

[애플경제 이광재 기자] 요즘 AI 만큼 주목받는 있는 게 있다. 바로 ‘가상인간(버추얼 인플루언서, Virtual Influencer)’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가상을 의미하는 단어 ‘Virtual’과 SNS에서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지니는 사람을 의미하는 ‘Influencer’가 합쳐져 생긴 신조어다. 다시말해 SNS에서 인기를 얻은 가상인간을 의미한다. AI 기술을 기번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영화에서 흔히 보던 가상인간과 다르게 매우 친근하고 호감가는 이미지로 SNS상에서 연애인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는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공=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로지 인스타그램)
(제공=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로지 인스타그램)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주로 마케팅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실제 사람같은 겉모습과 여러 가지 다양한 직업들이 설정돼 있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끌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해 만들어졌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국적, 인종, 성격 등 개인의 취향성을 설정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케터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컴퓨터 생성 이미지(Computer-Generated Imagery)를 응용해 현실적인 컴퓨터 그래픽 모델을 생설하고 배경과 옷 등을 합성해 화보 이미지를 생성해낼 수 있다. 따라서 사진을 게시하는 화보 촬영과 SNS 등의 광고물에 적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장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 ▲사생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등의 요약된다.

하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경우 고도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작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험 부담과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으로 버추얼인플루언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2022년엔 전세계 브랜드가 인프루언서 마케팅에 연간 150억달러(한환 약 17조원)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로버그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인용해 기업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중 상당 부분이 실제 인간 대신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영국 상거래 기업 ‘온바이’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버출얼 인플루언서인 ‘릴미켈라’는 지난해 1170달러(약 132억원)을 벌여들였다. 현실 세계의 스타 인플루언서를 능가하는 수익 규모다.

구찌 로고 티셔츠를 입은 가상 인간 ‘릴 미켈라’ (사진=인스타그램)
구찌 로고 티셔츠를 입은 가상 인간 ‘릴 미켈라’ (사진=인스타그램)

2019년 이케아가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IMMA)’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이케아는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인 이마가 하라주쿠에 위치한 이케아 전시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와 청소를 하는 등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하라주쿠 매장에선 이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어 가상 모델이 이케아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줬다. 이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3만명.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만 7억원이 넘는다.

가상 인간 ‘이마’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방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가상 인간 ‘이마’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방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국내에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는 ‘로지’가 있다. 로지는 최근 ‘신한라이프’의 보험 광고에 나와 화제가 됐다. 광고를 보고 신인 모델로 착간한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쉐보레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볼트 EUV’ 광고에 등장했다.

‘로지’를 제작한 로커스 관계자는 “로지는 ‘디지털 3D 더블’ 기술로 만든 입체 캐릭터에 사람 표정을 따라하는 기술을 접목해 6개월 정도 걸려 만들었다”며 “신체의 경우 실제 사람의 몸 대역 모델을 활용해 촬영했다”고 밝혔다.

(제공=신한라이프)
(제공=신한라이프)

로지 외에도 LG전자의 ‘김래아’는 올해 23살로 싱어송라이터 겸 DJ라는 설정의 가상인간이다.

LG전자는 “가상인간이라는 것은 김래아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키워드 중 하나이며 김래아는 항상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로서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고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신인 그룹 ‘에스파’는 실존멤버 4명과 이루어져 있는데 자신의 또다른 자아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상 멤버들 또한 실존 멤버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콘텐진흥원의 트렌드리포트는 ▲대중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매력과 유행감각을 융합시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디지털 기반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광고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위기관리가 쉽고 간편하다 등을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위와 같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장점만 있는 것일까? 버추얼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의 확대에 따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한계점은 ‘소통’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일반적인 인플루언서처럼 팬들과 끊임없는 소통의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호감을 주는 외모로 제작됐다 하더라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정의하는 현상을 ‘언커니밸리(Uncanny Valley)’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과 비슷해 보이는 로봇을 보면 생기는 불안감 혹은 혐오감을 말하는 것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또한 가상의 인물이기에 일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차 창작물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추얼인플우언서는 사람과 다르게 자연인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에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적극적인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소통과 진정성을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구현해 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하지만 AI, 메타버스 등 날로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어디까지 발전하고 어느 영역까지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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