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저신용자에 10% 후반 대출 늘려, “과다부채 현상 부추길 수도” 우려
국민들 다수 현재의 소득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의 빚이 500조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소득능력이 미약한 20대 청년과 60대 이상 노년이 다중채무자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그런 가운데 중·저 신용자들을 위한 연 10%대 대출상품이 내년부터 대폭 늘어나서, 오히려 이런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래 3년 간 부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부채증가율은 3년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그 동안 가구당 평균 부채는 7천531만원으로 21.8% 증가한 데 비해 소득은 5천705만원으로 19.7% 늘었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보다 앞선 것이다. 돈벌어서 빚갚느데 다 쓰는 셈이다.
금융감독에 의하면 또 대부업체를 포함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지난 9월말 기준 500조 2천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에 비해서 9개월만에 18조 8천40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그 무렵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에 다중채무자 부채가 7조 천4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다중채무자들일수록 돈이 더 다급한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뜻하는 셈이다. 실제로 9월말 기준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103만 6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중채무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40만 9천명으로 가장 많고, 29세 이하가 30만명으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이들 다중채무자들은 늘 빚에 허덕이다, 어느 순간 소득기반이 없어지면, 한 순간에 신용파산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중·저 신용자 대상의 연 10%대 대출상품이 대폭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내년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라고 밝혔다. 이들에게 연 10%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는 긴급 생계·대환자금 대출을 신설해 연간 1조원씩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정책서민금융이 그동안 외면해왔던 최저 신용계층을 끌어안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물론 청년이 노년층 등 저신용자들을 고금리 대부업체나 사채업체가 아닌,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뜩이나 다중채무자들이 많은데, 저신용자들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