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점포펀매시스템)와 연동 안돼 불편, 시민 홍보 강화 필요

“자영업자들은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딱히 장점이...”
서울 전역과 부산 자갈치 시장 일대, 경남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서울에서는 영등포 지하상가와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시범존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난 21일 영등포역 지하상가에 방문해보니 영등포역에는 ‘제로페이존’를 알리는 광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범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로페이가 설치된 상점은 손에 꼽았다. 5번 출입구 초입에만 설치된 상점이 몇 군데 있을 뿐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몇몇 상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한 상점 관계자는 "설치비용도 많이 들고, 이용하기 불편하고, 수수료도 많이 나온다고 들었어요"라며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 했다.
1시간 여를 돌며 겨우 제로페이가 설치된 한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직접 결제를 해 보았다. 기자는 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 앱을 설치해 제로페이를 사용했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로페이의 계좌를 연동하기 위해 인증을 받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이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스마트폰용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간편결제 앱을 사용해 매장 내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한 뒤 구매 금액을 입력하면 계좌이체 방식으로 현금이 지급된다.
스마트폰용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간편결제 앱을 사용해 매장 내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한 뒤 구매 금액을 입력하면 계좌이체 방식으로 현금이 지급된다.

카페 사장 김윤미(40)씨는 “오늘 하루 4건의 결제가 있었다”며 “포스(POS·점포판매시스템)와 연동이 안돼 일일이 계산해서 손님한테 말씀 드려야 하고, 영수증을 요청하면 포스에서 다시 찍어 줘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 같은 경우 품목이 많지 않아 사용이 용이하겠지만, 세계과자점포처럼 종류가 많은 경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별히 편했던 부분은 없고, 장점은 수수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로페이는 애초 스마트폰 간편 결제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춰 소상공인들이 겪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6·13 지방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면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중간에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제로페이는 일종의 현금 직거래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다. 서울 소상공인 업체 66만6천여 곳 중 2만여 곳이 제로페이 가맹 신청을 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용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간편결제 앱을 사용해 매장 내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한 뒤 구매 금액을 입력하면 계좌이체 방식으로 현금이 지급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직불카드가 모바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앱은 없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 계좌를 스마트폰앱과 연동해야 한다. 제로페이 기능이 탑재된 20개 은행과 4개 간편결제사 앱 가운데 하나를 먼저 깔아야 한다. 

 

제로페이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별도의 앱을 깔 필요없이 카카오톡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제로페이보다 편리하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제로페이 참여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카카오톡 회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제로페이의 사업구조가 상충한다고 판단해 시범사업에 불참했다.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는 QR코드를 사용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같다.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카카오페이는 가맹점이 18만여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수료부담이 없는 1인 소상공인 가맹점이 13만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들에게 제로페이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환불과 교환이 불가능하고, 제품 품목이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재고 관리에도 차질이 생긴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로페이 확산 결의 대회를 연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 확산 유인책으로 신용카드·체크카드보다 높은 소득공제율(40%)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도 준다. 
내년 3월 본 사업을 앞두고 시민 홍보를 강화하고, 제로페이 가맹률을 높여야 하는 등의 숙제도 남아있다. 

글․사진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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