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이전트·로봇·보안 등 AX전략 가속도

‘삼성 테크 콘퍼런스 2025’.....문서 분석·코딩 등 ‘업무 자동화’ 영역 확대 로봇 VLA 기술 고도화…인간 작업 과정 모사해 정밀 제어 구현 갤럭시 보이스피싱 탐지·악성 앱 판단 등 AI 보안·온디바이스 강화

2025-11-20     김예지 기자
삼성이 20일 ‘삼성 테크 콘퍼런스 2025’를 열었다.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 전경훈 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 테크 콘퍼런스 2025’에서 AI 기반 핵심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에이전트, 로봇 AI, 차세대 보안, 통신 기술 중심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향후 기술 방향과 시장에서의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제조업과 스마트 디바이스 경쟁력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은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AI 혁신의 중심, 에이전트와 로봇

삼성전자 DX부문 전경훈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기술 경쟁의 중심이 AI로 옮겨갔다”며,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기반 구조가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반 보안, 지능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로봇 조작 지원 AI,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 등을 핵심 기술로 꼽았다.

특히 삼성은 AI 에이전트를 최우선 기술로 내세웠다. 사용자가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스스로 다음 단계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문서 분석, 보고서 초안 작성, 코딩 지원 등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리서치는 브라우저 기반 업무 도구, 개발 자동화 시스템, 사내 정보 관리 시스템 등에서 AI 에이전트를 시험하며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전 사장은 “기존 자동화 도구가 단순히 명령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AI 에이전트는 전체 작업 흐름을 판단하며 스스로 다음 단계를 선택한다”며,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제품 운영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기술도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리서치 권정현 상무는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에서 로봇이 실제로 활용되려면,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언어 지시를 이해하며,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를 하나의 모델로 통합한 ‘시각–언어–행동(VLA)’ 구조를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사람이 작업하는 과정을 모방한 학습 방식을 활용해 로봇이 물건을 집고 옮기거나 조립할 때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기술은 먼저 정밀 제조 공정에 적용한 뒤, 가정용 로봇 등 소비자용 분야로 확장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에서 글로벌 무대까지, AI 보안 강화

삼성은 AI 기반 보안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보안 사고가 증가하면서 기기 자체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자동 대응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리서치는 지난해 미국 정부 주최 ‘AI 사이버 챌린지(AIxCC)’ 결승에서 우승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연구진과 대학 연구팀이 함께 구성한 ‘팀 애틀랜타’는 짧은 시간 안에 취약점을 찾아내고 자동 패치를 생성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성과는 자동화 기반 보안 대응 기술에서 삼성의 역량을 보여 준다.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이미 AI 기반 보안 기능이 적용됐다. 통화 중 보이스피싱 패턴을 감지하면 즉시 경고를 띄우고, 악성 앱은 자동으로 판단해 사용자에게 알린다. 황용호 삼성리서치 상무는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넘어 가전, 자동차, 산업 장비 등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품과 생태계로 이어지는 AI 기술

이번 기술 세션에서는 연구 조직이 개발한 40여 개 기술이 소개됐다. 온디바이스 AI, 영상 복원, XR 제작 도구, 통신 품질 최적화 등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가까운 성과들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온디바이스 오디오 지우개’다. 녹음 파일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하며, 기기 내부에서 처리돼 속도와 안정성을 높였다. 영상 복원 AI는 오래된 영상을 최신 화질로 변환하며, 모바일 사용자와 콘텐츠 제작자 모두에게 활용 가능하다.

XR 콘텐츠 제작 도구는 개발자가 30분 안에 갤럭시 기기용 XR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돕는다. 작업 환경을 단순화하고 반복 단계를 자동화해 개발 부담을 줄였다. 통신 분야에서는 AI가 기지국 품질을 실시간 분석하고 환경에 맞게 성능을 조정한다. 연구진은 차세대 5G·6G 통신망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눅스 재단 짐 젬린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AI 학습과 추론, 에이전트 기술에 필요한 인프라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개발자들이 협업하는 구조가 AI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리눅스 재단과 협력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연구 성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기업과 연구 기관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기술은 한 기업 내부에서만 성장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하는 구조에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 에이전트, 로봇 지능, 보안, 통신 기술을 통해 연구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서비스에 적용됐다. 삼성은 연구 조직을 중심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외부 생태계와 협력을 통해 기술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