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 쿡 이후 ‘새 사령탑’ 누구? “승계 전쟁” 시작

CEO 팀 쿡, 내년 사임 가능, ‘그의 자리 누가 차지할지 주목’ 여러 임원 하마평 속 24년 엔지니어로 잔뼈 ‘존 터너스’ 유력 분석도

2025-11-17     이지향 기자
애플의 CEO 팀 쿡(가운데)이 내년에 사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최근 팀 쿡이 애플 CEO직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돌면서 그의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새삼 일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팀 쿡이 이르면 내년에 CEO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며 구체적인 후임자 승계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 66세가 되는 쿡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애플을 물려받았다. 지난 14년 넘게 수조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고가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키웠는가 하면, 때론 이런저런 구설수도 겪었다.

실리콘밸리에선 쿡이 사임한 후 과연 애플을 이끌어갈 세 번째 CEO가 누구일지 주목하고 있다. 수 년 간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을 맡아온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우선 눈에 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풍성한 머리숱이 인상적이다. 또 글로벌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인 그렉 조스위악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올해 초 사임하기 전까지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제프 윌리엄스도 함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재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 ‘존 터너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50세의 터너스는 현재 애플의 최연소 최고경영자다. 약 24년간 이 회사에 몸담아 왔다. 그는 지난해 쿡이 블룸버그를 통해 터너스에 대해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차기 CEO 후보자로 처음 물망에 올랐다. 블룸버그의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터너스는 “매우 온화한 성격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메일에는 절대 답을 하거나 간여하지 않으며, 매우 과묵한 의사 결정자”라는 평판이다.

그는 2020년 애플 최초의 자체 실리콘 칩인 M1을 공개했다. 또 올해 초 기대를 모았던 ‘아이폰 에어’를 발표하는 등 애플 행사에서 날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쿡의 운영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터너스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더 능숙한 인물이다.

공학 학사 학위와 MBA 학위를 모두 보유한 팀 쿡은 애플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하며 판매 및 공급망 관리에서 잔뼈가 굵었다. 반면, 터너스는 199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 팀에 합류하기 전, ‘Virtual Research Systems’에서 엔지니어로 가상 현실 헤드셋을 개발했다.

지난 2013년엔 애플 하드웨어 팀에서 리더 직책을 맡으며 승진했다. 2022년에는 모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올라섰다. 또 에어팟, 맥, 아이패드, 아이폰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터너스에 대해 “‘혁신 둔화의 원인’으로 쿡을 지목해 온 일부 애플 마니아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쿡의 리더십 하에서 애플은 수많은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제품 업그레이드는 매번 혁신적이기보다는 점진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하다”는 비판도 샀다.

애플은 팀 쿡 체제에서 특히 애플 비전 프로의 실패를 겪었다. 무엇보다 AI 경쟁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 비판과 비아냥을 받아왔다. 최근엔 AI 기능이 강화된 시리(Siri)의 출시가 지연되면서 이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그래서 “(터너스처럼) 지난 24년 동안 애플 모든 중요한 제품 출시에 참여해온 엔지니어 중심의 임원이야말로 이런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