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해 매년 3,200만 개 일자리가 ‘재편’?"

“AI 시대, 일자리 줄어들기보단, 새 기술과 직종 전환 가속” ‘일자리의 종말’보다, “재구성, 재설계 또는 융합” 가능성 커

2025-11-14     엄정원 기자
'2025 로보월드'에서도 AI기반 로봇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애플경제)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AI가 고도로 발전할수록 ‘일자리의 종말’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새 기술을 익히고 적응해야 하는 대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이로 인해 매년 3,200만 개의 일자리가 재편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최근에도 MS, 아마존, 오라클 등 수많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적게는 수 백 명, 많게는 3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하고 있다. 모두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란 명분이다. 국내 산업 부문에선 아직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이미 고객 서비스나 매장관리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처럼 AI가 세계 노동 시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두려움도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적잖은 AI 및 노동 전문가들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순조로운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이는 새로운 직종 내지 직무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 전환 않으면, 결국 ‘실업’ 위기

가트너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2028년부터 매년 약 3,200만 개의 일자리가 “재구성, 재설계 또는 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망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AI 관련 대규모 일자리 감축 우려를 뒤엎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런 직무 전환 과정에서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가트너는 13일 자체 인사이트를 통해 “이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 격변의 시기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MIT리서치, 체이널리스, 포브스 등의 전망도 대체로 가트너와 맥을 같이 한다. 무조건 ‘일자리 감소’만을 예상하기보단, ‘일자리의 대전환’ 쪽에 무게를 싣는 편이다.

이들 분석에 의하면 AI로 인한 일자리 대재앙은 없겠지만, 일자리 혼란은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매일 전세계적으로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이 (AI기반의)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기술 향상과 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직무에 대한 기대치(목표치)를 재작성하고, 역할을 완전히 재설계하고, 지원해야 할 워크플로우와 프로세스를 크게 바꿔야 할 것이란 얘기다. 이들 리서치 기관들이 AI가 인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규모 ‘기술 향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은 AI 기술로 인해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란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향상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러 직종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란 의구심도 팽배하다.

우선 기업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격변의 시기에 직원들을 지원할 때 명확하고 솔직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기술 혁신’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강조하는 것이 낫다.

AI 기반 로봇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정 기술 관련 분야에서만 일자리 늘 수도

체이널리시스는 “우선 기회를 미리 계획하고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 곳에서는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다른 곳에서는 역할이 꾸준히 늘어난다.

실제로 이런 패턴은 이미 반복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형태와 동기에 의한 자동화의 과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패턴이 수없이 반복되어왔다는 주장이다. 다만 자동화 증가의 결과, 또 다른 직종 내지 직무로 전환되는 형태로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랫 “사내 혹은 산업계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또는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AI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기술이 어떤 분야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체이널리시스는 이 대목에서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노동자들이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를 생각하는 대신, ‘AI로 무엇이 가능한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현상은 특정 산업에만 국한될 수도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특정 기술은 일부 기술 관련 분야에서만 일자리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 서비스나 공공 부문 등의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와 기존 인력의 형태, 즉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기업이) 인력을 진정으로 늘리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 심각한 기술 인력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즉 많은 기업들이 AI로 대체하기 위한 해고와 감원에만 치중한 결과,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올해 초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가 “미래에 직원들을 더 바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때 포브스도 “AI 시대의 ‘인지 부하’”를 강조하기도 했다. 즉 “AI로 인해 정보의 양이 훨씬 더 많아지고, 이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고 분별해야 하기 때문에 ‘인지 부하’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