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코’ 원리로 ‘냄새 맡는 휴대폰’도 출현?
수 년 전부터 국내 ‘전자 코’ 연구 활발, ‘네이처’ 등도 주목 ‘인간의 코’ 모방, 후각 감지 기술 발달 “AI에도 적용” 과학자들, 냄새 맡는 ‘후각 전화’(smelophone) 현실화에 매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이른바 ‘전자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수 년 전부터 개발 속도를 높여온 ‘전자코’ 기술은 각종 산업, 특히 ‘냄새 맡는 휴대폰’도 예고하며 주목을 받는다. 이미 국내에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권혁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센서를 레이저로 특수 가공하고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해 정밀도를 높인 ‘차세대 AI 전자코’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향기 성분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AI가 이를 학습해 냄새를 구분한다”고 소개했다. 당시 이와 관련된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ACS나노 표지 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또 미국 케네소 주립대의 최태영 교수가 식품의 신선도를 판단하는 AI ‘전자코’를 개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텍스트 기반 언어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 AI모델을 후각 영역까지 넓히는 게 주된 연구 목적”이라고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023년 삼성전자는 후각을 감지하는 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선 모바일 기기용 센서를 겨냥한 ‘후각 뉴런 모델’이 상용화 직전 단계에 와있다.
최근 네이처(Nature) 저널도 한국의 이런 성과를 소개하며, “사실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지 알려주는 휴대폰 개발이 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알기쉽게 비유했다. 네이터가 예로 든 과학 논문은 그 동안 인간의 코와 매우 유사하거나, 훨씬 더 뛰어난 후각을 감지할 수 있는 ‘후각 감지 칩’에 대한 연구를 요약했다.
이 논문은 “후각 감지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은 현재 진행 중인 ‘신경모사 구조’(neuromorphic architecture)”임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AI와 뉴런 모델이 인간과 유사한 후각 능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인간의 코는 놀라운 존재다. 물론 다른 동물의 코만큼 놀랍지는 않더라도, 그야말로 ‘조물주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약 1조 가지 종류의 냄새를 직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도 민감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코는 냄새를 감지하는 센서 기기나, 감지를 위한 각종 과학적 장비에 비해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가 거의 필요없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존재다.
그러나 개나 벌을 후각 센서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인간 스스로 동물만큼 냄새를 식별해낼 수 있는 센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계, 즉 ‘전자코’ 개발에 오래도록 매진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색상을 구별하고 어둠 속을 볼 수 있는 능력 등에서 인간의 간상세포와 원뿔세포에 필적하거나, 그 보다 더 뛰어난 후각을 지닌의 카메라용 광 센서를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간이나 동물의 코처럼 다재다능한 후각 능력을 발휘할 만한 화학 센서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이에 냄새맡는 기계 혹은 AI라고 할 수 있는 ‘전자 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과학자들은 소위 ‘신경모사 컴퓨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 코가 갖춘 모든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선은 단일 센서 네트워크로 여러 신호를 조합함으로써 다양한 냄새를 식별하는 원리다. 이는 단일 뉴런의 신호가 아닌, ‘네트워크의 활동 패턴’을 통해 이루어진다.
만약 ‘AI 코’ 내지 ‘전자 코’가 실용화되면 가스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 식품의 부패 여부 등 온갖 ‘냄새 맡는 기능’이 필요한 곳에 쓰이게 된다. 또한 질병 감염이나 각종 냄새 나는 물질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료용이나 진단도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앞서 네이처 논문은 인간의 코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능을 갖춘 전자코는 산업과 가전제품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맞춤형 헬스케어나 화장품 산업, 환경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냄새를 통한 “감정적 소통”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인간의 코를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한 환경에서 치명적인 가스 냄새를 감지,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최근에도 지하 공간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누출된 가스 냄새로 인해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사례가 잦다. 이같은 사고를 인간의 코를 능가하는 ‘전자 코’ 내지 ‘AI 코’를 통해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육안 검사로는 감지할 수 없는 생물학적 위험을 감지할 수도 있다. 자동 의료 진단 플랫폼과 연동해 훨씬 더 효과가 크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전자 코’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표고버섯 반도체’ 기술처럼 바이오 하이브리드 기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처는 “이에 뇌에서 영감을 받은 아키텍처와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도 날로 발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