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글로벌 ‘AI SOC’ 경쟁…‘적과의 동침’ 불사

경쟁관계 AMD와 인텔, 미국 내 파운드리에서 AMD CPU 생산 오픈AI와 AMD, AMD Instinct GPU 구축 위한 ‘최종 계약’ 엔비디아와 인텔 ‘맞춤형 x86’ SoC 개발, 오픈AI-삼성·SK 칩과 데이터센터 협업

2025-10-07     전윤미 기자
인텔과 AMD 데스크톱 CPU들. (이미지=Wccftech)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경쟁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AI칩과 데이터센터, CPU 등에서 경쟁사와 제휴하거나, 새로운 공급망을 위한 파트너십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쟁관계인 AMD와 인텔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 미국 내 파운드리에서 AMD CPU 생산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껄끄러운’ 관계였던 엔비디아와 인텔은 ‘맞춤형 x86’ SoC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픈AI와 AMD는 6기가와트(GW)의 AMD Instinct GPU를 구축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수 년 간의 다세대 제품에 걸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로선 칩 공급난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인 셈이다. 내친 김에 오픈AI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칩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삼성SDS와 함께 AI 데이터센터를 다수 구축하기로 했다.

인텔, 미국 파운드리에서 AMD CPU 생산 시작 예정

최근 외신보도를 종합, 분석해보면 아직 협상 초기 단계이지만, 미중관계 등 국제 정세가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AMD와 인텔은 미국 팹(fab)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은 미국 파운드리에서 AMD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AMD와 논의를 시작했다.

두 회사 모두 소비자용 및 데이터센터용 CPU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거의 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최근 신임 CEO인 립부 탄(Lip-Bu Tan)의 지휘 아래 칩 설계 및 제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도 상당한 투자를 유치, 격동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AMD의 잠재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AMD CPU. (출처=AMD)

AMD는 거의 20년 동안 자체 칩 생산을 중단해왔다. 대신에 TSMC의 최첨단 공정 설계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TSMC가 주로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고, 인근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게 문제다. 이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AMD는 인텔을 잠재적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자사 설계에서 특정 칩렛을 생산하기 위해 인텔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최첨단 CPU나 GPU 다이보다 일반적으로 더 큰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I/O 다이가 그런 경우다. 다만 인텔은 ‘팬서 레이크 CPU’에 사용될 새로운 18A 설계와 차세대 14A 설계와 같은 자체 최첨단 노드를 보유하고 있다.

AMD는 현재로선 TSMC를 계속 사용(거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인텔 파운드리를 새로 채택하면 AMD의 제조 분량을 늘릴 수 있고, 미중 갈등이나 중국의 적대 행위로 대만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완충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인텔은 립부 탄(Lip-Bu Tan) CEO 취임을 계기로 최근 칩 설계 및 제조 분야로 전환했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대량 해고를 감행, 인력 구조를 효율화하고 칩 설계 작업 확대를 추진하며, 인텔 파운드리를 외부 고객에게 개방했다. 현재 ‘팬서 레이크’가 18A 노드의 유일한 주요 활용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텔은 여전히 ​​18A 노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AMD가 이러한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오픈AI-AMD, 다세대 Instinct GPU 구축키로

오픈AI와 AMD도 6기가와트 AMD Instinct GPU를 구축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다년, 다세대에 걸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AMD와 오픈AI는 2026년 하반기에 Instinct MI450 시리즈 GPU 용량의 첫 번째 기가와트 구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오픈AI는 대규모 MI450과 Helios의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다.

컴퓨팅 측면에서 이번 거래의 핵심은 MI450 AI 칩을 탑재한 1GW 규모의 AI 시스템 구축이다. 특히, 오픈AI는 AMD의 차세대 기술을 사용할 최초의 고객사가 되었다.

오픈AI는 또한 엔비디아(NVIDIA)의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의 얼리 어답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AMD의 Instinct MI450의 경우, 이 제품의 시장 확대와 빅테크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 관계자들의 모습. (출처=인텔, 익스트림테크)

본래 AMD는 AI 업계의 '약체'로 인식되고 있다. AMD는 수년간 NVIDIA의 AI 솔루션에 대한 경쟁력 있는 상대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번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이것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다.

이전에도 이미 AMD와 오픈AI의 파트너십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이 있었다. 이번 AMD가 진행한 컨퍼런스 콜과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Instinct MI450은 AMD의 이런 ‘꿈’을 현실화할 가장 중요한 제품 중 하나인 대규모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AMD CEO 리사 수(Lisa Su)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몇 년 안에 1,00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AMD는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AI 컴퓨팅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촉매제로 기대를 걸고 있는 Instinct MI450에 대해 AMD는 DC CPU 부문에서 획기적인 제품이었던 EPYC Milan CPU만큼 중요한 제품으로 분류한다. “Instinct MI450을 통해 고객들이 자사의 기술 스택을 채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 제품은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된다.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면 연간 두 자릿수 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AI 매출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향후 몇 년 동안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기대다.

앞서 AMD의 CEO인 리사 수는 컨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MI450 Instinct AI 칩에 관심이 크다”면서 “2026년 하반기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많은 고객들과 ‘전략적’ 계약을 맺고 있으므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이 유일한 중요 파트너십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픈AI에 대해 은근히 ‘우위’ 또는 최소한 대등한 지위에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오픈AI 샘 앨트먼과 인텔의 리사 수.

AMD, ‘오픈AI와 협업 계기, 엔비디아 추격 가속’

그러나 AMD로선 특히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위해선 오픈AI와 같은 대규모 고객이 매우 중요하다. “MI450, Helios 랙, 2나노미터 기술 등 모든 랙 스케일 솔루션은 매우 상세한 공급망 계획이 필요하다. 따라서 저희는 이 모든 컴퓨팅을 제공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고 리사 수가 애써 강조하는 것도 그런 함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MI450은 프로세스 노드, HBM, 아키텍처 설계, TGP 등 나름대로 최신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AMD가 MI450 시리즈를 통해 랙 스케일 솔루션도 강화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헬리오스' 랙에는 MI400 AI 칩과 차세대 EPYC 베니스 CPU가 탑재될 예정이다. 그간 AMD는 강력한 ‘랙 스케일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은 다소 늦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OpenAI와의 협약을 통해 그런 점에서도 새로운 국면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AMD와 엔비디아의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로선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