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①)국정자원 ‘화재’…‘전고체 배터리’ 비전 가속화?
“화재 취약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리튬 합금 세라믹’ 등 대체” ‘폴리머 겔’, ‘멤브레인’ 등도 대안, 튀는 전해질의 안전 위험 개선 ‘덴드라이트’ 등 문제점 해결 못해 10여 년째 “곧 출시” 반복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인해 국가의 주요 인프라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30일 현재 일부 기능이 회복되곤 있지만, 그로 인한 국가적, 사회적 피해가 너무나 크다. 특히 배터리 화재에서 불거진 이번 사태로 인해 이를 방지할 대책이 또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고체 배터리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모든 전지는 전해질이라는 물질을 통해 두 단자(양극과 음극) 사이로 대전된 입자를 이동시켜 에너지를 저장한다. 기존 전지의 전해질은 액체다. 이런 액체 전해질의 경우 충돌이나, 진동에 취약하며,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염두에 둔 고체 전지의 전해질은 세라믹, 폴리머, 겔과 같은 고체 또는 반고체 물질이다. 이를 통해 더욱 안전하고, 화재를 방지하며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설계가 가능해진다.
리튬 배터리의 화학적 작용
우선 리튬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낮은 결합 에너지 덕분에 많은 고체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구조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 배터리는 양극과 전해질에 리튬 이온(Li+)을 사용하는 반면, 음극은 흑연이나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왜 리튬일까? 리튬 원자는 매우 작고 촘촘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금속 리튬 샘플에는 단위 질량당 많은 전자와 리튬 이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리튬 핵자는 리튬의 원자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전자와 쉽게 분리된다.
그 중 리튬 이온 배터리는 고체 배터리 화학 물질 중 단위 질량당 최대 1.6킬로와트시(k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충전이 간편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리튬 배터리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 중 하나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같은 다양한 가전제품의 휴대용 전원으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리튬 배터리는 여전히 액체 전해질을 많이 사용한다. 이에 최근엔 리튬 이온 배터리 전해질로 폴리머 겔이나 멤브레인을 사용하는데, 일단 이를 고체 배터리로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전해질로 폴리에틸렌과 같은 폴리머를 사용한다.
현재 생산 중인 일부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과 니켈, 망간, 코발트를 혼합한 구조(소위 NMC 배터리)를 사용한다. 테슬라 파워월 1세대와 2세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니켈과 코발트의 독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리튬-철-인산염(리튬 페로인산염, 또는 LFP) 배터리 화학 구조가 개발되기도 했다. 테슬라가 3세대 파워월을 NMC에서 LFP 화학 구조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현실과 문제점
최근 개발 중인 리튬 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대신 고체 리튬 합금(주로 세라믹)을 전해질로 사용한다. 그래핀과 유사하게, 전자는 그래핀의 떠도는 공명 결합을 통과하는 것처럼 세라믹의 결정 매트릭스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그 중 ‘순수’ 고체 전지(즉, 고체 양극과 음극뿐만 아니라 고체 전해질도 사용하는 전지)는 액체나 젤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지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튀는 전해질의 안전 위험을 개선한 것이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납축전지가 대표적이다. 흔히 자동차 배터리에는 스티커와 엠보싱이 곳곳에 부착되어 사용자에게 “배터리 케이스를 열거나 누출되거나 손상된 배터리를 만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자칫 배터리 내부의 황산 전해질로 인해 사용자가 치명적 부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고체 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적절한 반응 속도를 얻기 위해 두 장의 세라믹 판을 세게 으깨려면 두 개의 전극을 전해질 용액에 담그고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압력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압력에서 작동하는 전고체 전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또한 과충전된 고체 배터리는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불리는 결정 성장에 취약하다. 그 결과 배터리를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킨다. 덴드라이트는 이온이 용해된 모든 용액에서 형성되며, 배터리 전극 사이에만 있어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액체 전해질(양극과 음극 사이)을 통해 결정이 성장하면 전극이 단락되어 배터리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전해질의 결정 매트릭스를 통한 전자의 자유로운 흐름에 의존한다. 전해질을 다른 곳의 결정에 증착시키면 이러한 전기 흐름이 방해를 받는다. 코로나 방전, 즉, 덴드라이트 결정처럼 모서리나 날카로운 모서리 주변에서 전자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전고체 배터리의 대안
이에 등장한 것이 금속-공기 배터리다. 상식적으론 지금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모든 고체 배터리 중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금속-공기 배터리와 같은 새롭거나, 개발 중인 고체 배터리 화학 물질은 이론적인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금속-공기 배터리는 금속 양극을 사용하지만, 흑연, 실리콘, 리튬과 같은 재료가 아닌 주변 공기를 음극으로 사용한다. 이에 수년간의 실험 끝에 알루미늄은 잠재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대 8kWh/kg에 달하는 이 수치는 현재 상용화된 최고 성능의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거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알루미늄-공기 배터리는 충전이 불가능하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착안한 알루미늄-공기 배터리는 특히 eVTOL 항공기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단점이 적지않다.
알루미늄-공기 배터리는 항공 여행을 전기화하는 방법으로 고안되었다. 이러한 배터리는 방전될 때까지 일정한 전압과 출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항공용으로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공기 배터리에는 알루미늄을 재활용, 다른 배터리에 다시 통합해야 하는 등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철-공기, 나트륨-공기, 리튬-공기 등과 같이 다양한 ‘대체 금속-공기 화학’ 구조에 골몰해왔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배터리 화학 물질을 찾는 것이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재충전 가능성, 에너지 밀도, 무게, 재료비, 수명, 방전, 화재 방지 등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튬이 습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는 현상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전고체 배터리, 곧 출시될까?
그럼에도 가장 유력한 대안인 고체 배터리는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인 ‘덴드라이트’를 억제하는게 고체 배터리 연구의 주요 초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리튬 덴드라이트를 편향시키는 다층 고체 전해질을 개발, ‘단락’ 없이 높은 전류 밀도를 구현했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도 미크론 크기의 실리콘 입자를 사용한 복합 음극을 사용, 균일한 리튬 도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덴드라이트’를 제거하고, 최대 10분 만에 재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지난 10여 년 간 늘 “출시될 예정”에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고비를 극복해야 했기에 늘 출시가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025년엔 드디어 대량 생산을 위한 단계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또 중국의 CATL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지원을 받는 ‘패러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등도 전고체 EV 배터리의 시범 생산을 발표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는 EV는 물론, IT산업 전반의 물리적 경쟁력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