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픈AI 투자’, “누가 더 이익일까?”

‘엔비디아&오픈AI’ 계약, 겉으론 ‘윈윈’, 내막은 엔비디아편? 500만개 GPU 기반 오픈AI ‘AI클러스터’에 나름의 ‘영향력’ 엔비디아 ‘자사 GPU, 차세대 AI 인프라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향후 계약 실행 ‘디테일’ 지켜봐야 양자 간 이해 관계 판정

2025-09-25     엄정원 기자
오픈AI 샘 앨트먼(왼쪽)과 엔비디아 젠슨 황 등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엔비디아 블로그)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엔비디아와 OpenAI의 1,000억 달러 규모 계약이 연일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알고보면 이야말로 양사 모두에게 ‘윈윈’의 결실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투자분석가들은 결국은 엔비디아가 AI생태계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입지를 다시금 확고히 다진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일단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 숙원사업인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사실상 1,000억 달러 어치의 신제품 ‘베라-루빈’(Vera Rubin) 플랫폼 GPU를 무려 500만개나 처분할 수 있다. 오픈AI가 자사의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키로 한 대규모 10기가와트 AI 클러스터에 그만한 분량의 GPU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은 겉으로 보면 지구촌 AI 산업을 이끄는 두 거대 기업을 ‘누이좋고 매부좋은’ 끈으로 연결한 셈이다. 오픈AI는 최근 ‘AI붐’을 주도했고, 엔비디아 역시 이러한 ‘붐’의 상당 부분에 기여했다. 양자 간 ‘의향서’(LOI)로 설명되는 이번 파트너십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단은 양자에게 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겉으론 양자에게 고루 이익이 돌아가

일단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으로 차세대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해 최소 10기가와트의 엔비디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오픈AI 시스템에 맞춰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을 사용, 1단계 프로젝트를 내년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오픈AI는 소프트뱅크에게 500억 달러 투자를 권유하거나, 각종 인수합병을 통해 인프라 자산을 늘리는 등 자금확보에 주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엔비디아의 투자는 ‘가뭄 끝 단비’와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엔비디아 역시 그 못지않은 이득을 볼 수 있다. CEO 젠슨 황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10기가와트 시스템은 500만 개의 GPU에 해당하며, 이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하할 GPU 수와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막은 약간 다르다. 1기가와트(기가와트) 규모의 프로젝트가 시작될때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억 달러씩 나눠 투자한다. 10기가와트로 끝날 때까지 10번으로 나눠 분할 투자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투자라기보단, 사실상 자사 제품(GPU)을 10차례에 나눠 50만개씩(×10=500만개) 판매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구축된 AI 프로젝트에 대해 일정한 지분(Stake)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픈AI도 이런 거래에 만족스러워한다. CEO 샘 앨트먼은 “모든 것은 컴퓨팅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즉, “컴퓨팅 인프라는 미래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며, 우리는 엔비디아와 함께 구축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할 것”이란 얘기다. 그런 컴퓨팅 인프라야말로 오픈AI의 숙원이고, 그에 필요한 GPU를 (돈 한 푼 안들이고) 엔비디아 도움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GeForce RTX 50 시리즈. (출처=엔비디아)

“결국 오픈AI, GPU구매로 투자금 돌려주는 셈”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약에 대해 “엔비디아의 투자금이 엔비디아 제품 구매에 사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도 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면, 오픈AI는 이를 (GPU 구입으로) 엔비디아에 돌려주는 셈”이라고 자산운용사 ‘레퀴사이트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역시 CNBC에게 “이번 투자는 ‘젠슨’에게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젠슨 황과 엔비디아에게만 일방적으로 이롭다고만 할 수도 없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은 로이터 통신에 “오픈AI는 최첨단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엔비디아는 이런 (오픈AI의) 목표 달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주며 나름의 수익을 챙길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는 오픈AI의 ‘AI 팩토리’ 계획에 대한 전략적 컴퓨팅 및 네트워킹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양사는 해당 로드맵을 ‘공동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픈AI의 AI 모델 개발과,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배포를 둔 양자 간의 긴밀한 협력도 포함된다. 이에 관한 매우 자세한 내용은 향후 몇 주 안에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 간 ‘오랜 끈끈한 관계’

애초 오픈AI와 엔비디아는 2022년 말 생성 AI ‘붐’이 불기 시작한 이후부터 긴밀히 협력해 왔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GPU, 가속기 등) 분야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며, 기술 업계의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주도해왔다.

오픈AI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인 그렉 브록먼은 언론에 배포된 성명을 통해 이런 사실을 새삼 환기시켰다. 즉 “오픈AI 초창기부터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면서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 매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작년에도 오픈AI를 위한 66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바 있다.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스타게이트’(Stargate)로 알려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을 계기로 특히 엔비디아가 AMD, 퀄컴 등 다른 경쟁사들은 추격을 엄두도 못낼 만큼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영국의 금융회사인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은 로이터 통신에 “엔비디아는 오픈AI를 전략적 파트너로 확보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공동 최적화함으로써 자사 GPU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중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결국 “이번 거래는 규모와 생태계 깊이 측면에서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다른 모든 기업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