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존중” 외치던 아크테릭스, 히말라야 불꽃 행사로 역풍
[애플경제 서방우 대만특파원] ‘폭파 예술가’로 유명세를 떨친 차이궈창(蔡國強)이 최근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와 협업해 해발 5,5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산릉에서 《승룡(升龍)》 불꽃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행사 직후 중국과 해외 온라인 상에서 “고산 생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네티즌은 “산을 폭파하며 보여주기식 쇼를 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크테릭스와 차이궈창은 각각 성명을 내고 “불꽃 재료는 생분해성 소재이며, 행사 전후 현장을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또 “행사는 지방 정부의 합법적 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티베트 자치구의 시가체(日喀則)시 정부가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고산 지대 식생은 본래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폭발이나 연기만으로도 장기적 손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꽃 행사가 티베트 고원의 문화·자연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아이러니한 점은, 아크테릭스가 평소 “자연 존중, 지속 가능성”을 핵심 브랜드 가치로 내세워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불꽃쇼로 인해 오히려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차이궈창은 화약과 폭발을 활용한 예술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왔으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대형 작품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시각적 자극만을 추구한 나머지 환경·문화적 민감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이번 ‘폭파 불꽃쇼’ 논란은 다시금 그의 예술관이 지속 가능성의 가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나아가 “예술적 자유가 사회적 책임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차이궈창이 대만 정치권과도 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 전 총통 마잉주(馬英九)의 두 딸 마웨이중(馬唯中)과 마위안중(馬元中)이 과거 그의 작업실에서 번역 및 예술 프로젝트를 도왔던 것이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이 배경이 다시 부각되면서, 대만 사회에서도 다양한 기사와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식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논란은 이미 중국과 대만, 해외로 번져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는 예술은 결국 생태 파괴자일 뿐이며, 대중의 신뢰도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번 ‘불꽃쇼’ 논란은 예술과 환경, 나아가 기업의 책임을 돌아보게 하는 사회적 사례로 자리매김했으며, 차이궈창 역시 세계적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