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랫폼’, 폭력과 극단적 이념의 ‘온상’ 변질

로블록스, 디스코드, 스팀, 트위치, 레딧 등서 ‘그들만의 비밀 채팅’ 익명의 은어와 암시 언어로 은밀한 소통, 폭력과 혐오 등 극단화 주류 소셜미디어서 퇴출된 극단적 단체, 취약층 Z세대 등 대거 몰려 美 ‘찰리 커크’ 피살 사건으로 새삼 주목, 세계 각국으로 확산

2025-09-22     전윤미 기자
디스코드 사이트 화면. (이미지=디스코드)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전세계적으로 이념 대립과 극우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소셜미디어를 벗어난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극단적 표현과 생각들이 널리 전파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우파 인플루언서 찰리 커크의 피살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파장을 부르고 있다. 한층 급진화된 사상과 표현들이 게임 플랫폼을 모태로 한 이른바 ‘급진적 인터넷’을 통해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언론의 관심은 전통적인 소셜미디어라고 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엑스(X) 등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그 보다는 훨씬 은밀하고 폐쇄적이며, 전파 속도가 빠른 도구에 몰려들고 있다. 바로 그들만의 ‘게임 플랫폼’이다. 다들 이곳에 익명으로 모이되, 외부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자신들만의 용어와 표현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화면. (이미지=로블록스)

자신들만의 용어와 표현의 ‘극단적 생각’ 교류

특히 미국의 찰리 커크 사건을 전후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게임 플랫폼’을 무대로 이뤄지는 그들만의 ‘다크 월드’에 새삼 관심을 두고 있다. 나라에 따라 다소 그 정도와 성격이 다르지만 대체로 당파적 적대감이나, 사회적 불만과 증오, 혐오 등이 주를 이룬다. 이는 “사회 안정에 대한 깊고, 심각한 장기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를 무대로 더욱 급진적 사고에 물들고 있다. 외신과 그간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주요 게임 플랫폼, 즉 로블록스(Roblox)와 디스코드, 스팀, 트위치, 레딧 등이 가장 많이 알려진 곳들이다.

좌우 진영과 이념을 떠나 찰리 커크 사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극으로 지탄받고 있다. 사건 용의자인 청년은 지난 몇 년간 그간의 학교 총기 난사범들처럼 극단주의적 수사와 폭력적인 밈이 난무하는 온라인 포럼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Z세대 남성들은 기성 세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다. 이들은 고립감과, 사회적·경제적 불만, 그리고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끊임없는 노출이라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Z세대 중심의 게이머들은 자신들만의 소통 공간으로 디스코드, 로블록스, 스팀 등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는 이제 기존 주류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게이머들의 소셜 담론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또 그들만의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게임 플랫폼들은 그러나 이번 찰리 커크 사건처럼 문제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노출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폐쇄적인 그들만의 포럼에서 오로지 증오와 착취를 은폐한다는 이유로 새삼 비판을 받고 있다.

페북이나 인스타 등 기존 주류 소셜 미디어 앱은 콘텐츠를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이념이나, 루머,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게임 플랫폼’의 비밀스런 포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극단주의적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도 일부 게이머들과 급진화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게임 플랫폼 '트위치' (출처=트위치)

사회적으로 취약한 젊은이들을 주로 겨냥

특히 X나 인스타, 페북 등 주류 플랫폼에서 쫓겨난 극단주의 단체들은 이같은 게임 관련 플랫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곤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같은 공개 앱과 달리, 이러한 게임 앱 사용자들은 가짜 신원을 사용하는게 보통이다. 특히 듣기만 해도 급진적이고 금기시되는 아이디어를 익명으로 공유하는게 일반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게임 중심 아키텍처가 위험한 콘텐츠 확산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다.

극단주의자와 범죄자들은 ​​이러한 게임 공간을 통해 이런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젊은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일수록 한층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한 대화가 오가는 소규모 채팅방들은 폐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 관계자들이나 개발자들은 이 모든 것을 사실상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런 은밀한 채팅 방에는 들어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게임’이라는 ‘맥락’을 악용, 극단적이거나 위험한 생각들을 암시하는 ‘게임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결국은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 자체에서도 이러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이를 찾아내는 것은 마치 “바닷물 한 방울을 찾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플랫폼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나 관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래 이런 ‘그들만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대화는 게임, 스터디 그룹, 스포츠 팬덤, 지역 토론 그룹 등 일상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금세 급진화와 착취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날로 새로운 사례가 발견되면서 그때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스코드’의 경우 최근 찰리 커크 살인 사건으로 인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 용의자인 청년이 디스코드 채팅에서 자신의 범죄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NYT, 엑시오스, 더 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 열린 ‘우익 연합’ 집회 주최측은 ‘디스코드’를 이용해 행사를 공지하고, 카풀과 숙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22년 흑인 거주 지역에서 10명을 살해한 총격범 역시 ‘디스코드’ 채팅에서 수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기록해왔다. 시사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2018년엔 디스코드 전반에 걸쳐 수백 건의 리벤지 포르노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게임 플랫폼 '스팀'. (이미지=스팀)

찰리 커크 사건 용의자 ‘디스코드’서 범죄 자백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는 많은 어린이들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성적이고, 약탈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로블록스는 그 때문에 여러 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루이지애나주가 “아동 보호를 소홀히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아이오와주에선 자신의 13살 난 딸이 플랫폼에서 만난 범죄자에게 납치, 인신매매, 성폭행을 당한 주민이 역시 로블록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블록스 측은 그러나 궁색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엑시오스’에 “소송에서 제기된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지만, 본사는 최고의 안전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부적절한 콘텐츠와 행동을 감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과 함께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인간 관리자팀을 포함한 첨단 안전 기술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방적 주장이어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미국의 2022년 총격 사건은 심지어 아마존 소유의 게임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트위치는 이에 대한 비판과 규탄의 목소리가 쇄도하면서, 서둘러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회사측은 “당시 사건 조사를 받으면서, 사법 당국의 조사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스팀’ 역시 게이머들의 악성 놀이터 중 하나다. 2021년에 이곳 연구원들은 ‘스팀’이 신나치 단체를 지원하는 단체를 포함한 극우 이념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들 게임 플랫폼들은 찰리 커크의 사망 이후 새삼 각국 정부와 사법 당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켄터키주 공화당)가 아예 “디스코드, 스팀, 트위치, 레딧의 CEO들에게 곧 사용자들의 급진화에 대해 의회에서 증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