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엔비디아에 대한 ‘반감’ 날로 커져
美 대중 수출금지 후부터…中 정부 ‘자체 칩 개발’ 독려 엔비디아 칩 ‘킬 스위치와 백도어’ 우려, “사용 자제” 압박 엔비디아, 美정부 대중 수출 허용된 ‘H20’도 아직 출하 못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 트럼프 정권의 대중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엔비디아에 대한 반감을 날로 노골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본래 엔비디아의 최대 시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조건부로) 지난 7월 대중 판매를 허용한 엔비디아의 구형 칩 ‘H20’을 두고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민간 기술 업계는 비록 구형이긴 하나, 엔비디아 칩이 공식적으로 다시 수입된데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는 이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기술 기업들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막았다. 수입 허용 직후 텐센트와 같은 대표적인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려는데 대해서도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간파한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눈치빠르게 소규모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자체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동안 사용했던 일부 엔비디아 칩은 계속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로선 애초 (트럼프 행정부이 H20 수출 허용으로) 모든 것이 마침내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데없이 이번엔 중국 정부가 가로막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수입될 예정인 최신 칩과 관련, 안보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중국으로 수입되는 새로운 엔비디아 칩에 ‘킬 스위치’와 백도어가 있다”고 우려하며 중국 기업들에게 해당 칩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물론 엔비디아는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구심과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은 본래 엔비디아와 오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첫 대중 수출 제한 조치가 발효된 이후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 이후 악화되었으며,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또한 엔비디아 자체보다는 중국 칩 산업과도 더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 1월 ‘딥시크’ 등장 직후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이 저급 기술인 H20칩과는 별도로 중국으로 밀수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아예 전면적인 대중 칩 수줄 금지로 이어졌다. 이 결정은 엔비디아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경영진은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규제로 인해 분기 매출 예상치를 약 80억 달러 하향 조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집중적인 로비 활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그 결정을 다시 번복, H20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중국 AI 산업은 여전히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칩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 칩이 없다면 중국은 엔비디아 칩의 품질에 필적하거나 심지어 능가할 수 있는 첨단 칩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세계 칩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맹렬히 뒤를 바짝 쫓고 있으나, 아직은 요원한 얘기다.
중국은 AI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금년 들어 82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펀드를 발표했다. ‘기즈모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 고문이자 칭화대 교수인 웨이샤오쥔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알고리즘과 대형 모델 개발에 있어 미국을 모방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의존적인 행보를 지속하는 것은 이 지역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곧 중국 정부의 생각이기도 하다.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을 중국에 공급하는 것은 상당한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한다. 특히 엔비디아 칩은 중국이 미국의 AI 기술을 앞지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판매되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가장 먼저 시행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올해 초 딥시크의 R1 AI 모델로 미국과 서방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R1은 저가 칩을 사용, 미국 최고 기업들의 제품과 경쟁할만한 AI 모델로 평가되었다. 이는 중국의 기술혁신에 굳이 최고급 엔비디아 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어서 미국으로선 충격이 컸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칩 개발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칩 관련 주식은 급상승세를 보였다. 그 중 한 곳으로 베이징에 본사를 둔 ‘캠브리콘’(Cambricon)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과열’을 경고해야 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이러한 ‘과열’ 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규모 기업들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 ‘메타엑스’(MetaX)는 지난 달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H20보다 더 큰 메모리 용량을 갖춘 새로운 칩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엔비디아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중국 자체 개발 칩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애플리케이션과 오픈소스 모델을 구동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술 스택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주류 개발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애써 태연함을 보였다.
물론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최고 제품과 완전히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칩은 거의 없다. 중국에 판매되는 엔비디아 칩이 기존 모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을 준수하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최고 기술 기업들이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손에 넣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은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실적에 계속해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 H2O 출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