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우려 불구, 막대한 AI 투자의 진짜 의도?

빅테크, “AI 기술보다는 ‘자산’ 가치있는 인프라 투자가 목적” 컴퓨팅 파워,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등 시설과 건물은 반영구적 투자 열풍 가라앉거나 AI업계 타격입어도 ‘손해’ 걱정없어

2025-09-10     전윤미 기자
 AI챗봇의 프롬프트와 응답화면. (출처=언스플레시)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버블’ 붕괴 우려뿐 아니라, AI에 대한 가성비 낮은 ‘과잉투자’ 등의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여전히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 일각에선 “엄청난 헤지 효과를 낳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AI에 대한 지출이 아니란 얘기도 된다.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의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AI 관련 자본 투자의 대부분은 실제론 AI 개발 프로세서보단 다른 인프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컴퓨팅 파워,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등 시설과 건물에 투자되고 있다. “이들은 설사 AI 자체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할 만한 ‘자산’들”이란 얘기다.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 엔비디아 GPU 등 유사 사례

세계적인 VC(벤처 캐피탈)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나름의 레포트를 통해 “물론 AI 경쟁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 즉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그리고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은 AI를 업계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면서 “AI가 점점 더 유용하고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호로비츠는 그러나 “현재의 투자 열풍이 가라앉거나 AI 업계가 큰 타격을 입더라도, AI를 위해 지은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큰 자산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며 AI 아닌 ‘인프라’ 투자의 의미를 설명했다. 따라서 “실리콘 밸리의 그 누구도 과도한 데이터센터 건설의 위험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 용량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방불케한다. 당시 투자 시점엔 타이밍이 적합하지 않았고,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모든 대역폭에 필요했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처럼 AI 서버 팜(데이터센터) 역시 (AI 아니더라도) 다른 종류의 작업에 전용되는 ‘컴퓨팅 센터’로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생성AI 모델 추론과 학습을 구동하는 엔비디아 ‘칩’도 마찬가지다. 생성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저 GPU(그래픽 처리 장치)로만 알려져 있었다. 원래 GPU는 이미지 조작을 위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게임용 컴퓨터뿐 아니라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암호화폐 업계는 GPU가 비트코인 ​​채굴과 각종 블록체인 관련 컴퓨팅 요구에 아주 적합한 도구임을 발견했다. 이후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프로세서가 생성AI 훈련에도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마침내 이를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칩으로 탈바꿈시켰다.

데이터센터, “날로 더 많은 용량 필요할 것”

현재 새로운 데이터센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막대한 투자가 “AGI(초지능)로 나아가는 새로운 AI 프론티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일 뿐”이라고 한다. 정작 기존 AI 기술의 점진적 업그레이드엔 그다지 돈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에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백엔드와 소비자 온라인 서비스의 기반을 재구축하면서 이러한 (추론)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 센터 용량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AI투자는 (‘버블’이 꺼질 경우) 글로벌 AI 지배권을 놓고 중국과 벌이는 패권 다툼에서 미국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따른다. 이런 주장은 워싱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패권 다툼에서 누가 이겼는지, 승자가 무엇을 얻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룸. (출처=인피니언 테크놀로지)

지난 2011년, 미국의 브라우저 선구자이자 벤처 캐피털 전문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제 건설할 때”라는 슬로건과 함께 ‘물리적 인프라 개발’이라는 의제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에서 확인되는 더욱 명확한 사실은 기술 업계가 (AI개발 등)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와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기술 대기업들은 거의 4천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그 액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제품 개발과 연구원들에게 쓰이는 액수는 한계가 있다. 물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1인당 연봉 1억달러”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AI파산해도 ‘자산’으로서 컴퓨팅 인프라는 남아

투자 기업들은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이익을 직접 환원하는 것은 싫어한다. 배당금 지급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성장기가 끝났고 주가가 더욱 완만한 궤적을 그릴 것”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꽤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빅테크 기업의 이사회에서 바라본 금융 환경에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만한 또 다른 유용한 수단으로 보인다. AI가 만약 계속 호황을 누린다면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반면에 AI투자로 인해 파산하더라도, AI 이후의 미래를 지원하기 위해 재정비할 수 있는 ‘컴퓨팅 자산’은 확보된 셈이다.

물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같은 경우 건설 일자리를 늘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거나) 인적 자원이 아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란 해석이다. 물론 AI 인프라 지출이 AI모델 개발과 학습만큼 고용 창출에도 효과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 투자의 속셈은 그와는 정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