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은 ‘배제’한 유럽 최대 가전 ‘IFA 2025’
트럼프 관세탓, 대미 수출 가격 비싸져 현지 ‘출시 포기’ 각종 세계적 명품 가전, “미국 소비자들에겐 ‘그림의 떡’” 기업들, 美 관세 상황 주시 ‘수출 보류’, 가격·출시 ‘비공개’ 아시아·유럽엔 판매, 미국 시장 배제, “美 소비자들만 갑갑한 현실”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인들을 멋진 신제품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일부 기술매체들의 표현이다.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베를린 ‘IFA 2025’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행사엔 명품급 스마트홈 제품과 기술이 총망라되었다. 주방과 청소로봇을 비롯, 수많은 AI 기반 첨단 홈 오포메이션 제품들이 경연을 벌였다.
그러나 이곳 출품 제품과 기술은 정작 미국 소비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때문에 자국 수입 가격이 엄청 비싸진데다, 메이커들이 미국 시장에선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완전히 무시할 것” 밝히기도
미국 현지 언론들도 이 행사를 비중있게 보도하는 가운데, 일부 매체들은 “많은 기업들은 상황이 바뀔 때까지 미국행 배송을 보류하거나, 미국 정부와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겠다고 밝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엔가젯’은 “(미국 이외의) 세계적인 빅테크의 독특하고 탐나는 제품들이 (관세탓에) 미국 시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쪼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러 외신의 현장 르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런 대규모 전시회에 출품한 술 회사들은 가격이나 구매 가능 여부조차 밝히지 않는게 최근의 추세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 자체가 지난 수십 년 간 어느 때보다 더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FA는 매년 기술 기업들이 연말 쇼핑 붐을 앞두고 제품을 홍보할 수 있게 한다. 유럽과 아시아 기업, 특히 스마트홈 기술에 주력하는 기업들에게 IFA는 중요한 행사다. 엔가젯은 “IFA는 대서양 건너편에서 ‘미국으로 건너올지도,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이하고 특이한 제품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IFA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의 관세로 기존 제품 가격이 크게 인상된 지 몇 달 만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첨단 제품들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은 “(관세정책 등) 상황이 바뀔 때까지 미국으로의 배송을 보류하거나 미국 시장과 정부를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IFA출시 업체들은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관세’라는 단어를 행간에 숨기고 있는 듯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 美시장서 배제돼
실제로 현장에선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가격과 출시 여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각종 TV, xBox 등은 보통 출시까지 한 달을 예정하면서도 여전히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즈모도’는 “명품급 제품을 선보이는 일부 세계적인 기술 대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배제되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대표적으로 드론 제조업체로 유명한 DJI는 미국행 장비 수입이 전면 금지되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모든 DLI 제품군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이번 IFA에서 DJI는 새로운 ‘Osmo 360’ 카메라를 자랑스럽게 전시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절대 구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 DJI 스토어 페이지에 접속하면 “재고 없음”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미국에서 로그인할 경우 그렇다는 얘기다. DJI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매장 판매를 예정하고 있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쉽게 구매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Insta360’과 ‘Antigravity A1 360도 카메라 드론’ 등은 아직 미국에서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
또 유명한 홈 가전 업체인 로보락(Roborock)도 마찬가지다. 신제품인 로봇 잔디깎이와 로봇 청소기용 강아지 출입문이 있는 세탁기 겸 건조기 콤보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두 제품 모두 당분간 미국엔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유는 역시 관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은 세계에서 잔디 깎는 기계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다. 애꿎은 소비자들만 신제품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기즈모도’ 등 기술매체 취재진은 사측에 미국 시장 출시 가격과 출시 정보를 문의했지만, “적어도 아직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Anker’, ‘Mova’, ‘Dreame’과 같은 업체들도 로봇 청소기의 계단 오르내림을 돕는 로봇 슈트를 자체 개발했다. 즉 ‘Eufy MarsWalker’, ‘Dreame CyberX’, ‘Mova Zeus 60’ 등이다. 이들 제품은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 대해선 미정이다. 물론, 정확한 가격도 공개되지 않았다.
여러 센서가 장착된 AI 기반 반려동물인 ‘SwitchBot’의 ‘Kata Friends’도 아직 미국 소비자를 위한 가격이나 출시 정보가 없다. 사측은 “이 제품이 언제 미국에 출시될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시 미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정책 등 현지 상황을 지켜보며, 출시를 미루겠다는 뜻이다.
美시장 출시 예정하지만, ‘가격’은 함구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한 제품들도 ‘가격’에 대해선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수명이 긴 ‘Bose’ 헤드폰, 업데이트된 ‘Withings ScanWatch 2’, ‘Anker Prime 보조 배터리’, 거대한 네뷸라a X1 Pro 등 신제품들은 일단 미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일절 출시 가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관세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TCL의 새로운 QM9K TV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에 대해서도 “이달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TCL은 유명 저가 TV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에 대해선 역시 입을 다물고 있다. 다분히 미국 관세정책을 염두에 둔 탓이다.
레노버, 에이수스 노트북 등 다른 제품들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들은 미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에이서(Acer)처럼 “미국에서만 업데이트(된 신제품 출시)가 없다”고 밝힌 업체가 많다. 물론 출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현지의 테크 기업들은 관망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관세에 대한 집착을 접을 가능성은 ‘제로’다. 이에 대해 ‘기즈모도’는 “트럼프의 ‘파시스트’적 성향으로 인해, 그에게 굴복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은 수많은 신제품에 목마른 미국 소비자들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당분가 미국 사용자들은 (신제품 대신) 낡은 제품을 훨씬 더 오래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