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 컴퓨팅 센터 추진, ‘AI 고속도로’ 구축 나선다
초거대 AI 시대, 국가 차원의 연산 인프라 확보 나섰다 민관 협력·법·제도까지 아우른 ‘AI 전략 패키지’ 위원회와 CAIO 체계로 정책 집행력 강화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정부가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연산 인프라를 세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는 연구자와 기업이 함께 활용하는 거점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잇따라 데이터센터와 규제 체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부도 인프라와 제도를 동시에 다듬는 전략을 내놨다.
뒤늦은 출발, 연산 자원 따라잡기
AI는 결국 연산 자원이 뒷받침돼야 발전할 수 있다. 초거대 모델 학습에는 수만 개의 GPU가 필요하지만, 한 기관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는 출발이 늦었지만 규모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2028년까지 GPU 15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센터가 가동되면 연구자와 스타트업도 안정적으로 연산 자원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는 자원이 부족해 연구가 끊기거나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앞서 정부는 대규모 AI연산 인프라를 공모 형태로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는 민간 부담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번에는 투자 구조를 손봐 정부가 일부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꿨다. 정부가 주도권을 쥐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다.
법과 제도, 인프라와 함께 간다
정부 전략은 인프라 확충에만 머물지 않는다. 내년 시행되는 AI 기본법에는 연구개발 지원과 데이터 개방뿐 아니라 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한 장치가 담겨 있다. 앞으로 기업은 AI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위험 평가와 영향 평가, 결과 공개를 챙겨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EU처럼 강하게 통제하거나 미국처럼 자율에 맡기지 않고, 최소한의 기준과 함께 기업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의도다.
국산 AI 반도체 정책도 같은 흐름이다. 과거에는 의무 비율을 정해 시장을 강제로 열었지만, 이번에는 공공 수요를 활용해 초기 판로를 만들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검증을 받아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도 담겼다.
위원회와 CAIO, 새로운 정책 운영
행정 체계에도 변화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한국은 AI 전담 컨트롤타워를 갖게 됐다. 위원회는 산업, 데이터, 인재, 국제협력 등 8개 분과로 나뉘며,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가 분과장을 맡아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CAIO(Chief AI Officer) 제도다. 각 부처 차관급을 AI 책임관으로 지정해 협의회를 꾸리는 방식이다. 그동안 부처마다 흩어져 있던 정책을 모아 조율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해외에서도 드문 체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는 계획을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집행과 점검까지 맡는다. 선언적 구호보다 실행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