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파격적 스카웃한 인재들, 그 후 근황은…?
관료주의, 컴퓨팅 부족으로 ‘혼란’, ‘AI개발 속도’ 두고 저커버그와 갈등 ‘1억달러 연봉’ 성지아 자오, “오픈AI 복직” 시위 후 다시 중책 스케일AI 출신 ‘왕’ 등 인재들, 저커버그 ‘만기친람’에 불협화음 기존 메타 거물급 인재들 줄줄이 ‘보따리’, 유명한 얀 쿤도 눈칫밥?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억만금의 비용을 들여 지구촌 최고의 AI 인재를 끌어모은 메타의 스카웃 작전이 과연 성공을 거둘까. 천문학적 몸값을 받고 오픈AI 등에서 옮겨간 인재들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세인의 궁금증이 이는 가운데, 최근엔 적잖은 내부 혼란과 갈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오, 저커버그에 ‘제대로 대우하라’ 승부수
특히 “1인당 연봉 1억달러”의 장본인으로 알려지며 전세계적인 화제를 불렀던 AI과학자 성지아 자오가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있다. 그는 오픈AI 챗GPT 공동 개발자이기도 하다.메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최근 그는 “회사(메타)를 그만두고 전 직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위협했다. 사실상 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극단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자오야말로 저커버그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개인 초지능’을 개발, 경쟁사들을 추월하려는 계획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파격적 스카웃 자체가 저커버그의 ‘야심’을 상징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카웃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오픈AI로 복귀하겠다며, (오픈AI의) 재입사 서류에 서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러나 저커버그를 겨냥한 일종의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더 버지’는 “이 사건은 저커버그가 메타 2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고위급 인재 스카웃 작전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그런 ‘시위’ 덕분인지 결국 자오는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 직함을 부여받고, ‘퇴사 협박’을 거둬들였다.
이에 대해 메타 대변인은 “자오는 처음부터 메타 초지능 프로젝트의 과학 책임자였으며, 회사는 팀이 구성될 때까지 그에게 최고 과학자 직함을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스카웃 과정에서 저커버그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 먼저 자오를 겨냥했다. 또 그와 함께 전 스케일(Scale) AI CEO 알렉산드르 왕,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 등 실리콘밸리의 ‘AI붐’을 주도하는 인재들을 대거 임원으로 포섭했다. 이 밖에도 약 20명 가까운 인물들을 스카웃했다.
현재 이들은 메타의 AI 혁신에 적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커버그 역시 ‘만기친람’ 스타일로 이들과 함께 ‘초지능’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타에는 그야말로 실리콘밸리 최고의 ‘거물급 인재’들로 꽉찬 듯한 모습이다. 문제는 저커버스 중심의 관료주의와, 컴퓨팅 파워 등 약속된 자원의 부족, 그로 인한 내부 경쟁이다. 이에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낀 인재들도 늘어났다. 그렇다보니 몇몇 AI 인재들은 메타에 입사한지 얼마 안돼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일부 인재들, 메타 입사 얼마 안돼 ‘보따리’
불과 몇 주 전 메타에 합류한, 유명 머신러닝 과학자 이선 나이트도 그중 한 사람이다. 또한 ‘아즈테크니카’에 따르면, 전 오픈AI 연구원인 아비 베르마는 메타의 입사 절차까지 다 마친 상태에도 불구, 막상 첫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입사 결정 후 마음이 바뀐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에 메타에 입사한 연구 과학자 리샤브 아가왈도 최근 X에 올린 트윗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저커버그와 왕의 (사업) 제안이 “엄청나게 설득력이 있었지만, 또 다른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말만으론 퇴사 이유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저커버그와 알렉산더 왕, 두 사람과 갈등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이처럼 메타를 떠난 인재는 비단 외부 영입 인사 뿐 아니다. 메타에서만 각각 9년과 10년 동안 근무한 생성 AI 담당 직원 ‘차야 나약’과, ‘로레다나 크리산’도 최근 퇴사를 발표한 6명이 넘는 거물급 인재들 중 한 명이다.
메타측은 이에 대해 “이 정도 규모의 (회사)조직이라면 어느 정도 이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퇴사한 사람들 대부분은 수년간 회사에 근무해 왔으며, 앞으로도 잘되기를 바란다.”고 ‘와이어드’에 의례적 해명을 전했다.
저커버그는 최근까지도 오픈AI와 애플 등 경쟁사에서 AI 연구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9자리 수’(억 단위 달러)의 계약금과 방대한 컴퓨팅 리소스 이용을 약속하며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오로지 구글, 오픈AI, MS 등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8월엔 또 ‘Meta Superintelligence Lab’(메타초지능연구소, MSL)으로 이름을 바꾼 AI 그룹을 4개의 별도 팀으로 재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인재 스카웃이 있을 때마다 반복해온 AI 관련 업무 소관 재편이다. 이번엔 4번째로 알려졌다. 메타의 고위 AI과학자인 미만사 자이스왈은 지난 주 X에서 “한 번만 더 개편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자못 비아냥섰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 내부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뜻이다.
알렉산더 왕, ‘베일 속 개발’ TBD 부서 맡아
메타의 모든 AI 활동을 총괄하는 알렉산더 왕을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많다. 그는 인맥이 풍부하고 사업 감각이 뛰어난 실리콘 밸리 기업가다. 저커버그가 오로지 그를 영입할 욕심에 아예 그의 ‘스케일 AI’(Scale 데이터 라벨링 그룹)를 1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스카웃한 것이다.
28세의 그는 저커버그가 매우 비밀스럽게 만든 ‘TBD’라는 새 부서를 이끌고 있다. ‘TBD’는 ‘To Be Determined’, 즉 결정된 바 없는 ‘미정’이란 뜻으로 ‘TBC’(To Be Continued)와 비교되는 약어다. 결정된 바 없는 미래의 기술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부서는 주요 인재들로 가득 차 있다. 메타는 애초 새로 영입한 팀의 첫 행보 중 하나로 주력 했던 모델인 ‘라마 베히모스’(Llama Behemoth)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대신 TBD는 (베일에 가려진) 최첨단 신규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EO인 저커버그가 TBD 팀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켠에선 그의 지나친 ‘만기친람’(micromanaging)을 불편해하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왕 CEO와 저커버그 간의 이견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두 사람은 최종 목표인 ‘초지능’, 즉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AI’를 위한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가 TBD팀과 왕에게 “개발을 더 빨리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왕 CEO의 리더십 스타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기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긴 그로선 이전에 빅테크처럼 큰 조직에서 팀을 관리해 본 경험은 없다. 그럼에도 메타는 “TBD 랩스는 아직 비교적 신생 기업이지만, 업계에서 연구원 1인당 컴퓨팅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 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알렉산더 왕을 비롯한 전 ‘스케일 AI’ 출신 직원들은 메타의 독특한 업무 방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타트업 시절처럼 매출 목표를 뚜렷이 정해두지 않는 상황도 이들에겐 낯설다.
저커버그 리더십 변화 반기는 분위기도
그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러한 리더십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유명 기업가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프리드먼이 제품 및 응용 연구 책임자로 임명된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메타의 자체 앱에 모델을 통합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고 기술 전문가인 자오 씨의 영입도 처음엔 메타 내부와 업계 일각에서 일종의 ‘쿠데타’로 여겨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회사의 AI 개발을 추진할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번 인재 영입과 개편으로 메타의 다른 임원진 일부는 자리를 잃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이제 알렉산더 왕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올해 초까지 메타의 라마(Llama) 및 생성 AI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아흐마드 알-달레(Ahmad Al-Dahle)는 어떤 팀의 책임자로도 임명되지 않았다. 크리스 콕스는 여전히 최고 제품책임자(CPO)로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알렉산더 왕이 저커버그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가 되면서, 종전에 생성 AI 부문을 감독하던 역할에서 콕스는 제외되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콕스가 시스템 감독을 포함한 광범위한 AI 활동에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메타의 해명이다.
메타는 일단 인재 스카웃을 마무리할 참이다. 또 AI 팀 감축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경영진들이 공유한 메모에서 “비즈니스 핵심 직책을 제외한 모든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 팀의 채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경우다. 당분간 현재의 스카웃 인재 중심으로 차세대 AI경쟁에 뛰어든다는 얘기다.